돌봄의 빈자리, 어떻게 채울 것인가 007. 외국인 인력 도입의 기대와 우려

제2장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단순한 대체 인력이 아니다

2. 외국인 인력 도입의 기대와 우려

외국인 돌봄근로자 도입 논의에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존재한다. 한편에서는 초고령사회에서 심화되는 돌봄 인력 부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제기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비스 질 저하, 노동권 침해, 내국인 일자리 위축, 사회적 갈등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타난다. 이 두 시선은 단순한 찬반 대립으로만 볼 수 없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 과정에서 반드시 함께 검토해야 할 쟁점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는 기대와 우려를 모두 제도 설계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활용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기대는 인력 부족 완화이다. 장기요양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돌봄노동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장기간 유지하려는 내국인 인력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실제 현장에 진입하지 않거나, 진입하더라도 낮은 처우와 높은 노동강도, 불안정한 고용으로 인해 오래 머물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돌봄 현장의 인력 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부족한 인력을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 정책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농어촌과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외국인 돌봄근로자에 대한 기대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들 지역은 고령화 속도가 빠른 반면 돌봄 인력 확보는 상대적으로 어렵다. 장기요양서비스가 제도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실제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부족하다면 지역사회 안에서 돌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지역 간 돌봄 격 차를 완화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인력을 배치하는 것만으로 지역 돌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머물며 일하기 위해서는 주거, 교통, 언어교육, 상담, 생활지원, 지역사회 적응 지원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도입은 서비스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돌봄은 매일 반복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서비스이다. 식사, 이동, 복약 확인, 정서적 지원, 안전관리와 같은 돌봄은 일시적으로 중단될 경우 이용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치매 노인이나 중증 노인의 경우 돌봄 공백은 안전과 생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제도 안에 편입되고 장기근속할 수 있다면 서비스 공백을 줄이고 현장 숙련을 축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장기적으로 돌봄체계의 다양성과 적응력을 높이는 자원이 될 수도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돌봄 대상자의 특성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치매와 만성질환, 독거와 고립, 다문화 가족 증가, 지역 간 인구구조 차이 등 돌봄 욕구는 더욱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돌봄 인력이 제도 안에서 함께 활동한다면 돌봄체계는 변화하는 사회적 욕구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다만 다 양성이 자동으로 장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어와 문화 차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면 다양성은 신뢰와 협력의 자원이 아니라 오해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서비스 질에 대한 우려는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에서 가장 자주 제기되는 쟁점이다. 돌봄은 이용자의 신체와 일상에 직접 개입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전문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 충분한 교육과 자격, 언어 능력 없이 현장에 배치될 경우 이용자와 가족은 서비스의 안전성과 신뢰성에 불안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노인 돌봄에서는 의사소통, 상태 관찰, 응급상황 대응, 가족과의 협의가 중요하다.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이용자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서비스 질과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 질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 개인의 능력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교육·자격관리·현장지원 체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치매 돌봄에서는 언어와 관계 형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치매 노인은 낯선 사람을 거부하거나 반복 행동, 불안, 공격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때 돌봄노동자는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넘어 이용자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한국어 능력과 문화적 이해는 단순한 적응 요소가 아니라 돌봄 관계 형성과 서비스 질 유지를 위한 핵심 조건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한국어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돌봄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표현, 위기 상황에서의 의사소통, 가족 및 기관과의 보고 방식, 치매 이용자와의 관계 형성 방법을 포함한 현장 중심 언어교육이 필요하다.

노동권 침해 가능성도 중요한 우려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체류 자격, 언어 장벽, 제도 정보 부족, 사회적 관계망의 취약성으로 인해 권리침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임금 체불, 장시간 노동, 휴게시간 미보장, 폭언과 성희롱, 차별, 고용 종속성은 노동자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가 누적되면 이직과 소진이 증가하고, 서비스의 연속성과 현장의 신뢰도 약화된다. 국제노동기구가 돌봄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 안전한 노동조건, 차별 없는 권리 보장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연결된다(ILO, 2024). 결국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노동권은 서비스 질을 지키는 조건이기도 하다.

내국인 돌봄노동자와의 관계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낮은 임금의 대체 인력으로 활용할 경우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임금과 직업 안정성에도 하향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내국인 종사자의 불안과 현장 갈등을 키우고, 돌봄노동 전체의 사회적 가치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내국인 처우 개선의 대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에게 동일한 기본 노동 기준과 권리를 적용하고, 양자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사회적 수용성 역시 제도 정착을 좌우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돌봄은 이용자의 생활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밀접한 관계 중심 서비스이다. 이용자와 가족은 돌봄노동자에게 신체적·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언어와 문화, 생활습관 차이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에 대한 신뢰는 개인적 호감의 문제가 아니다. 이용자와 가족이 해당 근로자의 자격, 교육, 업무 범위, 기관의 관리책임, 의사소통 지원체계를 신뢰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따라서 정보 제공, 통역과 의사소통 지원, 갈등 조정, 차별 방지 체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결국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는 모두 제도 설계의 문제로 귀결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부족한 자리를 메우는 임시 노동력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돌봄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책임지는 돌봄 주체로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정책의 방향은 달라진다. 단기적 관점에서는 비용 절감과 신속한 인력 충원이 우선될 수 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를 생각한다면 서비스 질, 노동권 보장, 사회적 수용성, 지역사회 정착, 재정 지속가능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단순한 찬반 논쟁에 머물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조건과 원칙 아래 돌봄체계를 지속 가능하게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 사회정책적 과제이다.

돌봄의 빈자리, 어떻게 채울 것인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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