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빈자리, 어떻게 채울 것인가 021.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권리 보장은 왜 필수적인가

제5장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돌봄도 지속된다

1.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권리 보장은 왜 필수적인가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권리 보장은 제도화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고려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조건이다. 돌봄노동은 이용자의 신체와 일상, 정서와 안전에 직접 관여하는 노동이다. 따라서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이 어떤 조건에서 일하는가는 곧 이용자가 어떤 서비스를 경험하는가와 연결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권리 보장은 노동자 개인의 처우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서비스 질, 이용자 안전, 가족의 신뢰, 장기요양체계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언어 장벽, 제도 정보 부족, 체류 자격의 불 안정성, 사회적 관계망의 제한성으로 인해 노동권 침해에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특히 돌봄노동은 이용자의 가정이나 시설이라는 밀접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돌봄 업무와 가사노동, 정서적 요구와 가족의 추가 요구가 쉽게 뒤섞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자신의 권리와 업무 범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인다면 권리침해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권리 보장이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안정적인 노동환경이 서비스 질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낮은 임금, 장시간 노동, 휴게시간 미보장, 과도한 업무 부담, 차별과 폭언은 노동자의 신체적·정서적 소진을 높인다. 소진된 노동자가 안정적이고 세심한 돌봄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충분히 쉬지 못한 노동자는 이용자의 상태 변화를 관찰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과도한 피로는 낙상 예방, 응급상황 대응, 치매 이용자와의 의사소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좋은 돌봄은 노동자의 일방적인 헌신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노동조건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두 번째로, 권리 보장은 장기근속과 숙련 축적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돌봄노동은 단기간의 교육만으로 완성되는 노동이 아니다. 이용자의 생활습관, 건강 상태, 정서적 반응, 가족과의 의사소통 방식은 반복적인 관계 속에서 이해된다. 돌봄기술 역시 현장 경험을 통해 축적된다. 그러나 노동조건이 불안정하고 권리침해가 반복된다면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장기적으로 현장에 머물기 어렵다. 높은 이직률은 기관의 재교육 부담을 증가시키고, 이용자와 가족에게는 돌봄관계의 단절과 불안을 초래한다. 따라서 권리 보장은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장기근속과 숙련 형성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세 번째로, 권리 보장은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을 보호하는 의미도 가진다.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낮은 임금과 약한 권리 기준 속에서 고용된다면, 이는 외국인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돌봄노동 시장 전체의 기준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내국인 요양보호사는 외국인 인력이 저비용 대체 인력으로 활용될 경우 자신의 임금과 직업적 지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에게도 동일노동 동일기준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처우와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장치이다.

네 번째로, 권리 보장은 사회적 수용성과 제도적 신뢰를 높이는 기반이 된다. 이용자와 가족은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어떤 권리와 책임 속에서 일하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관과 공공체계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통해 제도를 신뢰하게 된다. 만약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을 전제로 운영된다면, 이용자와 가족은 서비스 질을 불안하게 느낄 수 있고 내국인 요양보호사는 제도를 공정하지 않은 노동시장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공식적 기준과 권리보장 체계 안에서 일한다면, 이들은 단순한 대체 인력이 아니라 장기요양체계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 근로시간, 휴게, 안전, 업무 범위, 신고와 구제 절차가 명확하게 제도화되어야 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과 법정수당, 휴게시간, 사회보험, 산업안전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업무 범위와 책임 구조 역시 표준근로계약을 통해 분명히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재가 돌봄의 경우 이용자의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노동이 이루어지므로 계약 외 업무 요구, 휴게시간 침해, 차별과 폭언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관의 관리와 공적 감독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권리 보장은 계약서에 조항을 명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자신의 권리를 실제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국어 권리 안내, 쉬운 한국어 자료, 직무 한국어 교육, 상담창구, 통역 지원, 익명 신고 절차, 권리침해 발생 시 기관 변경과 체류 보호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체류 자격이 특정 기관이나 고용주에게 과도하게 종속될 경우 노동자는 부당한 대우를 경험해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따라서 권리구제 절차는 체류 안정성과 함께 설계되어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권리 보장은 돌봄의 공공성과도 연결된다. 돌봄을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적 과제로 본다면, 그 돌봄을 수행하는 노동자의 권리 역시 공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낮은 기준을 적용하거나 권리보장을 부차적인 문제로 다루는 방식은 돌봄의 공공성을 약화시킨다. 좋은 돌봄은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지속될 수 없다.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모두의 존엄이 함께 보장될 때 돌봄은 공공성을 가질 수 있다.

결국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권리 보장은 제도의 주변 조건이 아니라 핵심 기반이다. 권리가 보장되어야 노동자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안정적인 노동환경이 마련되어야 장기근속과 숙련 축적이 가능하다. 숙련된 노동자가 현장에 머물 때 서비스 질과 이용자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는 인력 충원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임금과 휴게, 안전과 근로시간, 표준근로계약, 신고·상담·구제 절차, 체류 안정성을 포함한 권리보장 체계를 함께 구축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권리 보장은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동시에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를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돌봄의 빈자리, 어떻게 채울 것인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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