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돌봄 재정과 노동시장의 지속가능성
3. 최저임금·교육비·정착지원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에서 비용 부담은 가장 민감한 쟁점 가운데 하나이다. 가족은 돌봄비 부담 완화를 원하고, 요양기관은 인건비와 관리비 증가를 우려하며, 정부는 장기요양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한다. 동시에 외국인 근로자 역시 입국 전후 교육비와 모집비, 주거비, 체류 관련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누가, 어떤 원칙 아래 부담할 것인지 명확히 설계할 필요가 있다. 비용 구조가 불분명할 경우 가장 취약한 주체에게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원칙은 세 가지이다. 첫째,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이나 차등 임금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둘째, 교육비는 개인의 자기계발 비용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을 위한 공적 투자로 이해되어야 한다. 셋째, 정착지원 비용은 부가적 복지가 아니라 장기근속과 숙련 축적을 위한 사회적 비용으로 접근해야 한다. 임금이 낮으면 장기근속이 어렵고, 교육이 부족하면 서비스 질이 흔들리며, 정착지원이 부족하면 외국인 근로자는 지역사회와 일터에서 쉽게 고립될 수 있다. 결국 최저임금과 교육비, 정착지원 비용은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의 핵심 기반이다.
무엇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저비용 대체 인력으로 바라보는 시 각은 경계해야 한다. 이용자의 몸을 지지하고, 식사를 돕고, 치매 노인의 불안을 다루며, 가족과 의사소통하는 돌봄노동의 가치는 국적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낮은 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노동권 침해를 넘어 돌봄서비스의 질과 제도 신뢰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 낮은 임금 구조는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도 어렵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돌봄노동 전체의 사회적 가치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외국인 인력 도입은 내국인 처우 개선을 대체하는 정책이 아니라 돌봄노동 전체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임금 부담의 원칙은 명확해야 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임금은 국적이 아니라 직무와 책임, 근로시간, 자격, 경력에 따라 결정되어야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다면 동일한 노동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초기 언어와 현장 적응 과정에서 업무 범위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임금 차별의 근거가 아니라 단계적 교육과 지원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기준 원칙은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보장만으로 비용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요양기관은 장기요양보험 수가 안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기관의 임금 지급 능력은 수가구조와 직접 연결된다. 정부가 동일한 노동기 준을 요구하면서도 수가에 인건비와 관리비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면 기관은 교육과 멘토링을 축소하거나 근로시간 관리를 형식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최저임금 보장은 단순한 고용주의 의무가 아니라 장기요양보험 수가와 재정 구조가 함께 뒷받침해야 할 공적 과제이기도 하다.
교육비 부담 문제 역시 중요하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에게 교육은 선택적 자기계발이 아니라 제도 진입과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입국 전 교육과 브리징 교육, 직무 한국어, 치매 의사소통, 노인 인권, 감염관리, 노동권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의사소통 오류와 업무 혼란, 가족 불신, 안전사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교육은 외국인 근로자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돌봄체계 전체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기반이다.
따라서 교육비를 외국인 노동자 개인에게 과도하게 전가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노동자가 본국에서부터 교육비와 중개비, 서류비, 항공료를 과도하게 부담한 상태로 입국할 경우 경제적 취약성 속에서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부당한 업무 요구나 장시간 노동을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모든 교육비를 국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입국 전 기초교육은 송출국 교육기관과 한국 정부, 공인 모집기관, 근로자가 일정 부분 분담할 수 있다. 다만 근로자에게 과도한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상한 선을 두고, 모집 수수료와 교육비를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입국 후 브리징 교육과 현장실습, 보수교육과 멘토링은 한국 장기요양체계 적응과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과정이다. 따라서 이 비용은 정부와 장기요양보험, 요양기관이 중심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타당 하다. 입국 후 교육은 외국인 근로자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한국 돌봄 현장에 안전하게 배치하기 위한 제도적 절차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효과가 이용자 안전과 가족 신뢰, 기관 운영 안정성으로 이어진다면 그 비용 역시 공적 품질관리 비용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멘토링 비용도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현장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선의에 맡길 경우 내국인 노동자에게 무급 추가노 동이 전가될 수 있다. 따라서 멘토링은 공식 업무로 인정되어야 하며, 멘토 수당과 업무량 조정, 교육시간 인정, 경력 인정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의 적응을 돕는 동시에 내국인 숙련 노동자의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교육비와 관련해서는 이직과 비용 회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기관은 외국인 근로자 교육에 투자한 이후 이직이 발생하면 손실을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의무근속이나 교육비 반환 약정은 외국인 노동자를 특정 기관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있다. 특히 체류 자격과 고용이 연결된 상황에서는 노동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쉽게 이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교육 이력은 특정 기관의 소유가 아니라 노동자와 제도의 공동 자산으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 교육비 회수보다 중요한 것은 숙련이 제도 안에 남도록 하는 구조이다.
세 번째 핵심 과제는 정착지원 비용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일 터에서만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생활하며 병원과 은행을 이용하고, 주거와 교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민이다. 주거가 불안정하고 지역사회에서 고립되면 일터 적응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착지원은 노동자의 생활 안정뿐 아니라 서비스의 지속성과 장기근속을 위한 핵심 조건이다. 정착지원에는 생활 안내, 주거 상담, 교통 이용, 생활 한국어 교육, 정신건강 상담, 지역 커뮤니티 연결, 차별 대응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지방과 농어촌 지역에서는 정착지원의 중요성이 더 크다. 지방과 농어촌은 돌봄 인력 부족이 심각한 지역일 수 있지만, 외국인 지원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외국인 근로자를 지방 인력난 해소 수단으로 배치하면서 정착지원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장기근속은 어려워질 수 있다. 지역사회 정착은 개인의 적응력에만 맡길 문제가 아니라 지역 돌봄체계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된 제도적 과제이다.
정착지원 비용의 주요 부담 주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되어야 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특정 기관에서 일하지만 동시에 지역사회 구성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거와 생활정보, 상담, 지역사회 수용성 문제를 개별 요양기관이 단독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자체는 다문화 정책, 정신건강복지센터, 노동권익센터, 외국인 지원기관 등과 연계하여 정착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요양기관 역시 초기 오리엔테이션과 생활정보 제공, 멘토 연결 등을 담당할 수 있지만, 모든 생활지원 부담을 기관에만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는 기관 부담을 과도하게 증가시키고 외국인 근로자의 생활이 기관에 지나치게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거 문제는 노동권과 직접 연결된다. 기관 기숙사에 거주할 경우 노동자는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일자리와 주거를 동시에 잃을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스스로 주거를 구하려 할 경우 보증금과 임대차 계약, 차별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거 지원은 단순 생활 편의가 아니라 노동권 보호와 체류 안정성의 문제로 접근되어야 한다. 주거가 기관 통제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공공 상담과 지역사회 기반의 주거 지원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정신건강과 정서적 지지도 중요하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 가족 분리와 차별 속에서 감정노동까지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개인의 인내만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소진과 이탈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상담과 동료모임, 문화·종교 네트 워크 지원 역시 장기근속과 서비스 안정성을 위한 기반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정착지원은 복지적 시혜가 아니라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인프라이다.
비용 부담 구조는 공정성과 지속가능성, 책임성을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과도한 교육비와 중개비를 부담시키거나, 내국인 요양보호사에게 무급 멘토링을 전가하거나, 가족에게 모든 돌봄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또한 초기 지원만 제공한 뒤 이후 비용과 책임을 개인이나 기관에 전가하는 구조 역시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정부와 지자체, 장기요양보험, 요양기관, 교육기관은 각자의 역할에 맞게 비용과 책임을 분담해야 하며, 지원을 받는 기관 역시 교육과 권리보장, 서비스 질 관리에 대한 책임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형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는 단계별 비용 부담 구조를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입국 전 단계에서는 공정 모집과 기초교육 비용을 송출국과 한국 정부, 공인 교육기관이 함께 부담하되 근로자 개인 부담은 제한해야 한다. 입국 후 초기 단계에서는 브리징 교육과 현장실습, 생활 안내 비용을 정부와 장기요양보험, 지자체와 기관이 공동 부담해야 한다. 이후 배치 단계에서는 멘토링과 상담, 권리구제 체계가 수가 지원과 공공 상담체계 안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장기근속 단계에서는 전문교육과 체류 연장 지원, 숙련수당이 경력체계 안에서 반영될 필요가 있다. 비용은 단일 주체가 아니라 여러 주체가 분담하되, 책임은 명확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의 비용 논의는 “누가 덜 부담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비용을 어떤 주체가 책임 있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면 노동권과 서비스 질이 흔들리고, 교육비를 개인에게 전가하면 노동자는 취약한 상태로 현장에 들어오게 된다. 또한 정착지원 비용을 생략하면 장기근속과 숙련 축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좋은 돌봄은 값싼 노동 위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적정 임금과 충분한 교육, 안정된 생활 기반, 공정한 비용 분담이 함께 이루어질 때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단순 대체 인력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