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돌봄 재정과 노동시장의 지속가능성
4. 내국인과 외국인 인력은 어떻게 보완적으로 일할 수 있는가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에서 중요한 쟁점은 내국인과 외국인 인력이 어떤 관계 속에서 일하게 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금까지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는 인력 부족 해소와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외국인 인력을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대체재로 볼 것인지, 아니면 돌봄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보완적 인력으로 볼 것인지에 있다. 외국인 인력을 저비용 대체재로 이해하면 정책은 단기 충원과 비용 절감 중심으로 흐르기 쉽다. 반대로 보완적 인력으로 이해하면 정책의 중심은 역할 분담과 협업, 경력 인정, 장기근속, 노동권 보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보완적 분업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는 돌봄노동 시장의 하향 경쟁을 막기 위해서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낮은 임금과 약한 권리 기준 속에서 고용될 경우 기관과 시장은 자연스럽게 저비용 인력을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임금과 처우 개선을 어렵게 만들고, 돌봄노동 전체의 사회적 가치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외국인 인력 도입은 내국인 처우 개선의 대체재가 아니라 돌봄노동 전체의 기준을 높이는 정책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보완적 분업은 서비스 질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돌봄은 신체 지원뿐 아니라 건강 상태 관찰과 치매 대응, 가족과의 의사소통, 응급상황 판단까지 포함하는 복합적 노동이다. 특히 한국의 장기요양 현장은 노인의 생활문화와 가족관계, 지역사회 특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내국인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인력, 기관 관리자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혼자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보다 팀 안에서 배우고 적응하는 구조가 서비스 안정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내국인 요양보호사는 단순 관리자가 아니라 숙련과 현장 지식을 전달하는 멘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내국인 숙련 인력은 이용자의 생활습관과 가족의 기대, 기관의 업무 방식과 지역사회 자원 등 현장의 암묵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멘토 역할이 무급 추가노동으로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 외국인 근로자의 적응을 지원하는 일은 설명과 조정, 감정노동을 수반하는 추가 업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멘토 수당과 업무량 조정, 교육시간 인정, 경력가점과 같은 제도적 보상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의 적응을 돕는 동시에 내국인 숙련 노동자의 전문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보완적 분업은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단계적 성장 구조와도 연결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직후부터 내국인 요양보호사와 동일한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렵다. 언어와 제도 이해, 가족 응대, 기록과 보고 체계, 치매 의사소통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기본 신체지원과 식사 보조, 환경 정리, 간단한 관찰과 보고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이후 이동 보조와 기록 작성, 가족 응대, 치매 돌봄 등으로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 적절하다. 이는 차별이 아니라 안전한 적응과 숙련 축적을 위한 단계적 배치로 이해되어야 한다.
동시에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경력체계 강화도 중요하다. 숙련된 내국인 요양보호사를 팀 리더와 실습지도자, 치매전문 인력, 현장 멘토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제공할 경우 외국인 인력 도입은 내국인 노동자의 지위 향상과 연결될 수 있다. 반대로 숙련과 경력이 충분히 보상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는 외국인 인력 도입이 경쟁과 갈등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보완적 분업은 숙련과 경력을 인정하는 임금체계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보완적 분업은 이용자와 가족의 신뢰 형성과도 연결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에 대한 가족의 불안은 언어와 문화 차이, 업무 경험 부족,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숙련자와 팀을 이루어 배치되고 기관이 멘토링과 감독 체계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가족은 더 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 근로자가 혼자 현장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팀 안에서 일한다는 점이다.
특히 재가 돌봄에서는 팀 기반 구조가 더욱 중요하다. 재가서비스는 이용자의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가 고립되기 쉽고, 가족이 계약 외 업무를 요구하거나 언어·문화 차이로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초기에는 내국인 요양보호사나 기관 담당자의 동행 방문과 정기 상담, 가족 교육과 갈등 조정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반면 시설 돌봄은 교대근무와 인수인계, 기록과 감염관리 등을 함께 수행하기 때문에 팀 기반 학습과 피드백 구조를 만들기 비교적 용이하다. 다만 시설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피 업무만 집중되거나 단순 업무에만 고정되는 구조가 형 성되어서는 안 된다.
보완적 분업은 서비스 유형과 숙련 수준에 따라 유연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방문요양에서는 가족 응대와 업무 범위 조정이 중요하고, 시설요양에서는 팀워크와 기록·보고 체계가 중요하다. 치매전담서비스에서는 치매 의사소통과 행동심리증상 대응 역량이 요구되며, 중 증돌봄에서는 안전관리와 신체지원 역량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역할 분담은 단순히 “내국인은 관리, 외국인은 보조”라는 방식이 되어서는안 된다. 서비스 위험도와 이용자 특성, 자격과 숙련 수준에 따라 업무와 책임을 조정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언어·문화 역량 역시 보완적 분업 안에서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워야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문화적 경험을 바탕으로 다문화 돌봄 역량을 확장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향후 다문화 배경을 가진 고령자와 가족이 증가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외국인 근로자는 다문화 이용자와 외국인 고령자 돌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신규 외국인 근로자의 적응을 지원하는 다국어 멘토나 문화조정자로 성장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역할 역시 비공식적으로 전가되어서는안 되며, 공식 직무와 교육, 보상 체계 안에서 운영될 필요가 있다.
보완적 분업은 체류제도와도 연결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돌봄 분야에서 일하고 교육과 자격을 이수하며 숙련을 쌓을 경우 장기근속과 체류 안정의 경로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체류 안정성이 특정 기관에 지나치게 종속될 경우 외국인 노동자는 부당한 업무 배분이나 차별을 경험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체류 경로는 경력과 자격, 교육 이수와 연결하되 기관 이동과 권리구제 절차 역시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안정된 체류는 숙련을 축적하게 하지만, 종속적 체류는 권리침해를 은폐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완적 분업을 위해서는 직무 경계의 명확화가 필요하다. 누가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어떤 업무는 팀으로 수행해야 하며, 어떤 업무에는 별도의 자격과 교육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직무 기준이 불분명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에게 위험하거나 기피되는 업무가 집중되거나, 내국인 노동자가 오류 수정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분업은 명확한 업무 기준과 역할 정의가 있을 때 협력 구조로 기능할 수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내국인 요양보호사 양성정책과 병행되어야 한다. 외국인 인력이 도입된다고 해서 내국인 인력 확보 노력을 줄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외국인 인력 정책은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과 전문성 강화, 감정노동 지원과 경력체계 구축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내국인 인력이 떠나는 구조를 그대로둔 채 외국인 인력만 추가 투입한다면 돌봄노동 시장의 근본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보완적 분업은 기관 운영 방식의 변화도 요구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단순히 부족한 근무표에 채워 넣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업무 배분은 쉽게 불공정해질 수 있다. 기관은 외국인 근로자의 교육 수준과 언어 역량, 현장 경험을 고려해 업무를 배치하고, 내국인 숙련자와의 협업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업무 중 발생하는 의사소통 문제와 가족 민원, 권리침해 가능성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내부 점 검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보완적 분업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관의 관리 역량을 통해 만들어지는 구조이다.
보완적 분업은 노동시장 전체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된다. 외국인 인력이 저임금 대체재로 활용되면 단기적으로는 인력 공백이 완화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돌봄노동의 매력을 낮추고 내국인 신규 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외국인과 내국인이 동일한 기본 노동기준 속에서 역할과 숙련에 따라 협력한다면 돌봄노동은 보다 전문적인 직업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결국 외국인 인력 도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들여오는가보다, 어떤 노동시장 구조 속에서 함께 일하게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결국 보완적 분업의 핵심은 경쟁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노동시장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국적에 따라 서로 다른 임금과 권리, 업무 지위를 부여하게 되면 현장에서는 위계와 갈등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역할의 차이는 국적이 아니라 자격과 숙련, 책임 수준에 따라 설정되어야 하며, 기본적인 노동기준은 동일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내국인 노동자의 저비용 대체재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보완적 인력으로 설계할 때, 외국인 인력 도입은 돌봄노동 전체의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