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판단에는 근거를 붙인다
자신의 판단만 말하면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알기 어렵다. 좋은 답에서는 주장 뒤에 이유가 이어지고 필요한 경우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숫자나 사례를 하나 제시했다고 해서 근거가 자동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 자료가 자신의 판단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자료에서 직접 확인되는 내용과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해석하거나 판단한 부분도 구별할 필요가 있다. 근거가 보여 주는 범위보다 넓거나 강한 결론을 내리면 답의 설득력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주장과 이유, 자료와 해석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답의 논리도 분명해진다.
1)주장 뒤에 이유를 설명하기
주장은 자신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를 보여 주는 문장이다. 그러나 주장만 제시하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주장 뒤에는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이유가 이어져야 한다. 이때 이유는 질문과 중심 주장에 직접 연결되어야 한다. ‘좋기 때문이다’나 ‘중요하기 때문이다’와 같은 막연한 표현보다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되거나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이유가 여러 개라면 모두 나열하기보다 중심 주장과 가장 밀접한 것부터 제시해야 한다.
“질문은 ‘학교에서 학생의 독서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가’였다. 민지는 ‘학교에서 독서 시간을 반드시 늘려야 한다’라고 답한 뒤 문장을 마쳤다. 교사가 이유를 묻자 민지는 ‘독서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엇이 중요하며 독서 시간을 늘리는 일이 학생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준호는 ‘학교에서 일정한 독서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꾸준히 읽을 기회가 생기면 학생들이 다양한 어휘와 문장 구조를 접하고 긴 글을 이해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준호의 답에서는 주장과 이유의 관계가 민지의 답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민지의 첫 문장에서는 학교의 독서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독서가 중요하다는 말은 처음의 주장을 비슷한 표현으로 반복한 것에 가깝다. ‘중요하다’는 판단을 뒷받침하려면 독서 시간이 학생에게 어떤 변화나 기회를 제공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준호는 다양한 어휘와 문장 구조를 접할 수 있다는 점과 긴 글을 이해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이 이유들은 학교에서 독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과 직접 연결된다. 주장을 쓴 뒤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라고 물었을 때 새로운 설명이 나와야 한다. 같은 판단을 다른 말로 반복하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되기 어렵다.
이유의 강도도 주장과 맞아야 한다. 독서가 어휘와 글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수업 시간을 독서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결론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준호는 ‘일정한 독서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라고 범위를 조절하여 이유가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에서 주장했다. 또한 독서의 장점을 말한다고 해서 다른 학습 활동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평가나 제안 질문에서는 여러 선택 사이의 관계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주장 뒤에 이유를 붙이는 과정은 단순히 문장을 길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결론이 어떤 생각의 과정을 통해 나왔는지를 독자가 따라갈 수 있도록 보여 주는 일이다.
2)자료를 근거로 사용하는 방법
자료가 주어진 질문에서는 자신의 판단과 직접 연결되는 정보를 골라 근거로 사용해야 한다. 자료에 제시된 숫자나 문장을 그대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정보가 자신의 주장이나 판단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보여 주어야 한다. 이때 자료에서 확인되는 사실과 그 사실을 바탕으로 자신이 내린 판단을 구별하는 것이 좋다. 수치 자체가 중요하다면 정확한 값을 사용할 수 있고, 전체적인 경향만으로 충분하다면 원래 의미를 유지하면서 간단히 표현할 수도 있다. 자료의 범위와 판단의 강도를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 설문조사에서 대중교통 이용자의 60퍼센트는 긴 배차 간격을 가장 큰 불편으로 선택했다. 20퍼센트는 복잡한 환승을, 12퍼센트는 부족한 안내를, 8퍼센트는 정류장 시설의 불편을 선택했다. 질문은 ‘자료를 활용하여 대중교통 이용을 늘릴 방법을 제시하시오’였다. 수빈은 답안에 ‘이용자의 60퍼센트가 긴 배차 간격을 가장 큰 불편으로 선택했다’라는 문장만 옮겼다. 정우는 ‘이용자의 60퍼센트가 긴 배차 간격을 가장 큰 불편으로 꼽았으므로,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기 위해 배차 간격을 줄이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구체적인 운행 조정을 위해 시간대별 이용자 수와 차량 운영 여건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자료를 사용했지만 자료와 판단을 연결한 정도는 달랐다.”
수빈은 자료를 정확하게 옮겼지만 대중교통 이용을 늘릴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자료를 인용하는 것과 자료를 판단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서로 다르다. 정우의 답에서 ‘이용자의 60퍼센트가 긴 배차 간격을 가장 큰 불편으로 꼽았다’는 부분은 자료에서 직접 확인되는 사실이다. ‘배차 간격을 줄이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은 그 사실을 바탕으로 내린 판단이다. ‘그러므로’라는 연결 표현을 통해 자료가 제안의 근거로 사용되었다는 점도 드러난다. 다만 연결어를 붙였다고 해서 자료와 결론이 언제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 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이 사례에서는 이용자의 가장 큰 불편과 개선 방안이 직접 연결되어 있어 근거로 활용하기 적절하다.
수치를 자신의 말로 바꾸어 표현할 때도 의미를 유지해야 한다. 60퍼센트는 전체의 절반을 넘으므로 ‘응답자의 과반’이라고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이용자’라고 표현하면 실제 자료보다 범위가 넓어진다. 또한 이 설문은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을 보여 줄 뿐 배차 간격을 줄이면 이용자가 정확히 얼마나 증가할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따라서 ‘배차 간격을 줄이면 이용자가 반드시 늘어난다’고 단정하기보다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구체적인 정책을 결정하려면 노선별 수요와 비용, 차량 수 같은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 자료를 근거로 사용한다는 것은 수치를 옮기는 데서 끝나지 않고 수치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판단과 연결하는 일이다.
3)근거가 무엇을 보여 주는지 설명하기
근거를 제시한 뒤에는 그 자료가 실제로 무엇을 보여 주는지 설명해야 한다. 숫자와 사례만 나열하면 자료와 결론 사이의 관계를 독자나 면접관이 스스로 추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답은 근거를 제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근거가 판단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 준다. 이때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과 그 사실을 바탕으로 한 해석을 구별해야 한다. 자료가 보여 주지 않는 내용까지 근거의 의미에 포함하면 실제보다 강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근거를 제시한 뒤 ‘이 자료가 직접 확인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한 학교의 설문조사에서 응답 학생의 70퍼센트는 ‘도서관의 현재 운영 시간이 짧다’고 답했다. 학생회는 이 결과를 근거로 ‘도서관 운영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으며 학생들은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설문에서는 학생들의 실제 도서관 이용 시간과 방문 횟수를 조사하지 않았다. 운영 시간이 짧다고 느끼는 이유와 이용을 원하는 시간대도 묻지 않았다. 조사 결과가 직접 보여 주는 것은 현재 운영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응답자가 많다는 점이었다. 학생회는 주장을 수정하여 ‘운영 시간에 불편을 느끼는 학생이 많으므로 원하는 이용 시간대를 추가로 조사한 뒤 운영 시간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수정된 답에서는 설문 결과와 제안 사이의 연결이 더 분명해졌다.”
응답자의 70퍼센트가 운영 시간이 짧다고 답했다는 결과는 학생들의 인식과 평가를 보여 준다. 이 자료만으로 실제 운영 시간이 객관적으로 부족하다고 바로 확정할 수는 없다. 현재 운영 시간 안에서도 충분히 이용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고, 일부 학생은 특정 시간대에만 불편을 느꼈을 수도 있다. 또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다’는 주장은 실제 이용 가능 여부나 방문 기록에 관한 자료가 있어야 뒷받침할 수 있다.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도 운영 시간 외의 서비스와 시설, 이용 실적을 함께 검토해야 내릴 수 있다. 학생회의 처음 주장은 설문이 직접 보여 주는 범위보다 결론을 크게 만들었다. 근거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그 자료가 무엇을 측정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수정된 제안은 자료가 보여 주는 내용과 아직 알 수 없는 내용을 모두 반영한다. 운영 시간에 불편을 느끼는 학생이 많다는 점은 설문을 통해 확인되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어느 시간에 이용하기를 원하는지는 조사하지 않았으므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곧바로 운영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단정하지 않고 원하는 시간대를 조사한 뒤 조정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자료를 활용한 판단이면서도 현재 근거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근거의 범위를 지킨 답은 표현이 약한 답이 아니라 확인된 수준을 정확하게 드러낸 답이다. 자료와 해석의 경계를 분명히 하면 결론이 어디에서 나왔으며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도 함께 보여 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