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구술에서는 이해한 내용을 말로 바꾼다
구술 답변은 글을 그대로 읽는 것과 다르다. 듣는 사람은 앞에서 들은 내용을 쉽게 다시 확인할 수 없으므로 답의 핵심을 더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먼저 질문에 대한 답을 짧게 말하고 그다음 중요한 이유와 근거를 이어 가는 것이 좋다. 한 번에 너무 많은 내용을 설명하면 중심이 흐려질 수 있으므로 질문과 직접 관련된 핵심 근거를 골라야 한다. 말하는 동안에도 질문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 답 뒤에 후속질문이 이어지면 처음 답을 반복하기보다 이유와 조건을 한 단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구술에서는 알고 있는 내용을 모두 말하는 것보다 질문에 필요한 생각을 듣기 쉬운 형태로 바꾸는 능력이 중요하다.
1)첫 문장에 답부터 말하기
구술에서는 배경부터 길게 설명하면 질문에 대한 답이 늦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첫 문장에서 자신의 판단이나 핵심 내용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좋다. 답의 방향을 먼저 알려 주면 듣는 사람도 뒤에 이어지는 이유와 근거를 이해하기 쉽다. 첫 문장은 질문에서 요구한 판단의 범위와 강도도 유지해야 한다. ‘가장 적절한 방법’을 묻는 질문이라면 여러 방법 가운데 무엇이 가장 적절하다고 보는지를 밝혀야 한다. 이를 단순히 ‘가능한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바꾸면 질문에서 요구한 선택과 판단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제시문에는 학교 도서관의 운영 시간이 학생들의 이용 요구와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나타나 있었다. 면접관은 ‘이 문제의 가장 적절한 개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첫 번째 지원자는 ‘자료를 보면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있고 운영 시간에 관한 의견도 여러 가지입니다. 학생마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도 다르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려는 시간도 다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답변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어떤 개선 방향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는지는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두 번째 지원자는 ‘가장 적절한 개선 방향은 학생들의 실제 이용 가능 시간대를 확인한 뒤 도서관 운영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먼저 답했다. 이어 ‘자료에서 현재 운영 시간이 짧다고 느끼는 학생이 많았으므로 학생들이 이용하려는 시간대와 현재 운영 시간의 차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근거를 설명했다.”
두 번째 지원자의 첫 문장은 운영 시간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직접 제시한다. 듣는 사람은 이 답변이 단순한 운영 시간 연장이 아니라 학생들의 실제 이용 시간에 근거한 조정을 주장한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이어지는 근거도 학생들의 요구와 현재 운영 시간의 차이를 확인해야 한다는 중심 판단과 연결된다. 반면 첫 번째 지원자는 관련된 배경을 여러 가지 설명했지만 무엇을 주장하기 위한 내용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구술에서 배경 설명이 먼저 길어지면 듣는 사람은 답의 방향을 알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 첫 문장에 중심 답을 제시하면 뒤에 이어지는 이유와 자료가 어느 판단을 뒷받침하는지 이해하기 쉬워진다.
첫 문장을 만들 때는 질문의 핵심 표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질문이 ‘가장 적절한 방법’을 묻는다면 “가장 적절한 방법은 …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할 수 있다. ‘두 자료의 가장 큰 차이’를 묻는다면 “가장 큰 차이는 …입니다”라고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질문의 표현을 그대로 반복하기만 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으면 충분한 답이 되지 않는다. “적절하게 개선해야 합니다”와 같이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표현도 피해야 한다. 첫 문장만 들어도 무엇을 판단하고 주장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핵심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2)핵심 근거를 짧게 설명하기
구술에서는 근거를 많이 제시하는 것보다 자신의 판단과 직접 연결되는 핵심 근거를 골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거가 지나치게 많으면 듣는 사람이 어떤 내용이 가장 중요한지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한두 가지 핵심 자료를 선택하고 그 자료가 자신의 판단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짧고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수치나 사례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먼저 자신의 판단을 제시한 뒤 그 판단과 직접 연결되는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자료의 조건이나 한계를 덧붙여 판단의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
“A정책은 비용이 낮지만 문제를 줄이는 효과도 작았고, B정책은 비용이 조금 높지만 더 큰 효과를 보였다고 해 보자. 면접관은 ‘두 정책 가운데 어느 정책이 더 적절한지 설명해 보세요’라고 물었다. 첫 번째 지원자는 ‘A정책의 비용은 낮고 B정책의 비용은 높습니다. A정책과 B정책은 시행 방법도 다르고 대상도 다를 수 있습니다. 정책을 시행할 때에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관련된 내용을 여러 가지 제시했지만 어느 정책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두 번째 지원자는 ‘주어진 자료만 보면 B정책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합니다’라고 먼저 답했다. 이어 ‘비용은 조금 더 들지만 문제를 줄이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라고 핵심 근거를 설명했다. 마지막에는 ‘다만 실제 선택을 위해서는 예산 범위와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도 추가로 확인해야 합니다’라고 판단의 조건을 덧붙였다.”
두 번째 지원자는 B정책을 선택한 뒤 비용과 효과라는 핵심 기준을 이용하여 그 이유를 설명했다. B정책의 모든 특징을 말하지 않았지만 선택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분명하게 전달했다. 또한 ‘주어진 자료만 보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판단의 범위를 자료 안으로 제한했다. 예산과 효과의 지속 기간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도 현재 자료의 한계를 보여 준다. 반면 첫 번째 지원자는 여러 정보를 언급했지만 자료가 어느 판단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구술에서는 많은 정보를 제시하는 것보다 중요한 근거와 결론의 관계를 분명하게 만드는 편이 효과적이다.
핵심 근거를 고를 때는 ‘이 근거가 없으면 내 판단을 설명하기 어려운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답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수치나 사례는 줄이고 가장 중요한 근거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 좋다. 근거를 말한 뒤에는 “이 때문에”, “이 점에서”, “따라서”와 같은 표현을 이용하여 그것이 판단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할 수 있다. 다만 연결어만 덧붙인다고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 자료가 자신의 판단을 뒷받침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구술에서는 알고 있는 자료를 모두 말하는 능력보다 질문에 필요한 근거를 선택하고 그 의미를 짧게 설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3)질문에서 벗어나지 않기
말로 답하다 보면 제시문의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길게 덧붙이기 쉽다. 그러나 구술에서도 질문이 요구한 부분을 중심으로 답해야 한다. 질문이 차이를 묻는다면 차이를 먼저 말하고, 이유를 묻는다면 이유를 중심으로 설명해야 한다. 관련 있는 내용이라고 해서 모두 말할 필요는 없다. 배경 설명은 핵심 답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말하는 중간에도 자신이 질문에 직접 답하고 있는지 확인하면 중심에서 벗어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두 자료는 모두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을 다루고 있었다. 면접관은 ‘두 자료의 관점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첫 번째 지원자는 ‘요즘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친구들과 연락할 수 있고 저도 공부할 때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라고 답했다. 스마트폰과 관련된 내용이기는 하지만 두 자료의 관점 차이는 설명하지 않았다. 두 번째 지원자는 ‘자료 A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자료 B는 이를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먼저 차이를 제시했다. 이어 ‘자료 A는 스마트폰이 집중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자료 B는 학습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답은 질문에서 요구한 관점의 차이와 그 근거에 집중했다.”
첫 번째 지원자는 스마트폰 이용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과 자신의 경험을 말했지만 질문에서 요구한 두 자료의 차이에는 답하지 않았다. 각각의 문장이 주제와 관련되어 있더라도 질문의 요구와 직접 연결되지 않으면 답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면 두 번째 지원자는 제한과 학습 활용이라는 관점의 차이를 먼저 제시했다. 이어 각 자료가 사용하는 근거를 설명하여 차이가 어디에서 나타나는지를 구체화했다. 두 자료의 전체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소개하지 않고 질문에 필요한 부분만 선택했다. 구술에서도 질문의 대상과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내용을 골라 말해야 한다.
답하는 도중 중심에서 벗어났다고 느껴지면 질문의 핵심 표현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다. “질문하신 두 자료의 차이를 중심으로 말씀드리면”이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답의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다. 답하기 전에는 질문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한 단어로 정리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차이, 원인, 해결책, 평가와 같이 핵심 요구를 정하면 어떤 내용을 남기고 줄일지 판단하기 쉬워진다. 자신의 경험은 질문에 필요하거나 근거로 기능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구술에서는 관련된 내용을 많이 말하는 것보다 질문에 직접 답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4)후속질문에 근거를 확장하기
구술에서는 첫 답 뒤에 이유와 근거, 조건을 더 묻는 후속질문이 이어질 수 있다. 이때 처음 답을 같은 말로 반복하기보다 한 단계 더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처음 답에서 결론을 말했다면 후속질문에서는 그 결론의 근거를 설명할 수 있다. 근거를 이미 말했다면 자료의 조건이나 한계를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후속질문은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한꺼번에 말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답의 근거와 깊이를 더 확인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첫 답에서는 중심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추가 질문에서는 필요한 내용을 차례로 확장하는 것이 좋다.
“한 지원자는 ‘자료 A의 해결 방법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와 직접 관련된 요인을 줄이려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면접관은 이어서 ‘왜 그 요인이 문제와 직접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했습니까?’라고 물었다. 지원자는 처음 답을 반복하여 ‘문제와 직접 관련된 요인이기 때문에 자료 A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이 답은 처음의 판단을 되풀이했을 뿐 관련성을 판단한 근거를 추가하지 못했다. 답을 보완한다면 ‘자료에서는 문제가 많이 나타난 집단에서 A요인이 더 자주 확인되었고, 다른 조건을 고려한 분석에서도 두 요소의 관련성이 유지되었다고 제시했습니다’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어 ‘다만 이 자료만으로 A요인이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려면 조사 방법과 추가 근거를 더 확인해야 합니다’라고 자료의 한계를 덧붙일 수 있다.”
후속질문은 처음 답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을 구체화하도록 요구한다. 면접관이 관련성을 판단한 이유를 물었다면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다시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제가 많이 나타난 집단에서 A요인이 더 자주 확인되었다는 자료와 다른 조건을 고려한 뒤에도 관련성이 유지되었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관련성이 확인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완한 답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도 그 근거가 허용하는 판단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 후속질문에서는 답을 길게 만드는 것보다 앞의 답에서 비어 있던 근거나 조건을 정확하게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후속질문을 받으면 먼저 무엇을 더 설명하라는 질문인지 확인해야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는 판단의 이유를, “어떤 근거가 있습니까?”는 자료나 사례를, “항상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까?”는 조건이나 한계를 요구한다. 질문의 목적에 맞추어 근거, 사례, 조건, 한계 가운데 필요한 내용을 한 단계 더 제시하면 된다. 첫 답에 모든 내용을 한꺼번에 넣으려고 하면 오히려 중심이 흐려지고 후속질문에 사용할 설명도 정리되지 않을 수 있다. 처음에는 결론과 핵심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어지는 질문에 따라 근거와 조건을 차례로 확장하는 것이 구술 답변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