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복잡한 문장은 의미 단위로 나눈다
하나의 문장 안에는 여러 사실과 상황, 판단이 함께 들어갈 수 있다. 이유와 결과가 이어지거나 조건과 결론이 하나의 문장에 묶이기도 한다. 이런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이해하려 하면 뒤의 내용을 읽는 동안 앞의 내용을 놓치기 쉽다. 이럴 때에는 하나의 뜻이 어느 정도 완성되는 지점에서 문장을 나누어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눈 부분이 각각 무엇을 말하는지 확인하면 복잡한 내용도 몇 개의 단순한 의미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장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는 것만으로 이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에는 나눈 내용이 어떤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지 다시 확인해야 문장 전체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1)한 문장 안의 여러 생각
한 문장에는 하나의 내용만 들어갈 수도 있지만 둘 이상의 생각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각각의 생각은 사실과 상황, 이유, 판단, 결과처럼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긴 문장을 읽을 때에는 먼저 서로 구별할 수 있는 내용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이 좋다. 이렇게 나누면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줄어들어 문장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다만 여러 내용이 하나의 문장에 들어 있다는 것은 그 내용들이 서로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각각의 생각을 따로 이해한 뒤에는 왜 한 문장 안에 함께 제시되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시민 체육대회의 마지막 경기는 토요일 저녁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기 전날 밤부터 많은 비가 내렸고 경기장의 일부 배수 시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주최 측은 토요일 아침에 경기장을 점검했다. 밤새 많은 비가 내린 데다 경기장의 배수 상태도 좋지 않아 바닥이 미끄러웠기 때문에 주최 측은 선수들이 다칠 가능성을 고려해 경기를 취소했다. 일부 관람객은 비가 그친 뒤에 경기를 진행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문의했다. 주최 측은 비가 그치더라도 경기장 바닥이 안전한 상태로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취소된 경기는 경기장 상태를 다시 확인한 뒤 새로운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
네 번째 문장에는 여러 사실과 판단, 결과가 함께 들어 있다. 먼저 밤새 많은 비가 내렸다는 사실이 제시된다. 다음으로 경기장의 배수 상태가 좋지 않았고 바닥이 미끄러웠다는 상황이 나온다. 주최 측이 선수들이 다칠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판단도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에는 주최 측이 경기를 취소했다는 결과가 제시된다. 문장을 ‘많은 비가 내렸다’, ‘배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바닥이 미끄러웠다’, ‘선수의 부상 가능성을 고려했다’, ‘경기를 취소했다’로 나누면 포함된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긴 문장이 다섯 가지 작은 의미로 정리된 것이다.
문장 안의 여러 내용을 찾을 때에는 동작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 제시문에서는 ‘비가 내렸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바닥이 미끄러웠다’, ‘가능성을 고려했다’, ‘경기를 취소했다’가 각각 하나의 의미를 만든다. 그러나 이 내용들은 아무런 관계 없이 나열된 것이 아니다. 비와 배수 문제로 경기장이 미끄러워졌고, 주최 측은 그 상황에서 선수의 안전을 고려해 경기를 취소했다. 앞의 상황과 판단이 마지막 결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나누어 읽기는 긴 문장을 서로 관계없는 짧은 문장으로 흩어 놓는 작업이 아니다. 각각의 내용을 정확히 찾은 뒤 그 내용들이 하나의 결정으로 이어지는 흐름까지 이해해야 한다.
2)문장을 어디에서 나누어 읽을까
긴 문장은 글자 수에 맞추어 아무 곳에서나 끊어 읽어서는 안 된다. 하나의 의미가 어느 정도 완성되고 다른 내용이 시작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때문에’, ‘따라서’, ‘~지만’, ‘~므로’, ‘~면’과 같은 표현은 내용이 나뉘거나 관계가 달라지는 지점을 보여 준다. 쉼표도 끊어 읽을 위치를 찾는 데 도움이 되지만 쉼표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하나의 생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쉼표가 없어도 주어나 서술어가 바뀌면서 새로운 의미가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문장 부호나 일정한 길이보다 어느 부분까지가 하나의 뜻으로 자연스럽게 묶이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시에서는 시민들이 공공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무인 안내 기기를 여러 시설에 설치했다. 젊은 이용자들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모든 시민이 새로운 기기를 같은 속도로 익히는 것은 아니므로 이용자의 차이를 고려한 안내와 지원이 필요하다. 일부 고령 이용자는 처음 보는 화면에서 원하는 메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시각이나 청각에 제약이 있는 이용자에게는 화면의 글자 크기와 음성 안내 기능도 중요한 문제였다. 시에서는 기기의 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사용 방법을 알려 주는 직원을 배치하기로 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일뿐 아니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세 번째 문장은 세 개의 의미 단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현재의 상황이다. 둘째, ‘모든 시민이 새로운 기기를 같은 속도로 익히는 것은 아니다’는 이용자 사이의 차이를 설명한다. 셋째, ‘이용자의 차이를 고려한 안내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앞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린 판단이다. ‘~지만’은 기술 발전과 이용자의 적응 속도가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점을 드러내며 첫째와 둘째 내용을 나눈다. ‘~므로’는 앞의 상황을 근거로 마지막 판단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연결 표현을 기준으로 의미가 바뀌는 지점을 찾으면 긴 문장의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연결 표현이 보인다고 해서 그 앞뒤를 무조건 잘라서는 안 된다.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배우는 학생’에서 ‘새로운 기술을’과 ‘빠르게 배우는 학생’을 따로 떼면 ‘새로운’과 ‘빠르게 배우는’이 무엇을 꾸미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이 표현 전체는 특정한 학생을 설명하는 하나의 의미 덩어리로 보아야 한다. 반면 ‘기술은 발전하지만 이용자의 적응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에서는 ‘하지만’을 중심으로 서로 대비되는 두 내용이 나뉜다. 문장을 끊을 때에는 각 부분만 읽어도 하나의 뜻이 어느 정도 완성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서술어가 어디에서 끝나는지와 새로운 주어가 나타나는지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문장을 나누는 기준은 글자 수나 숨을 쉬는 위치가 아니라 의미가 완성되고 관계가 바뀌는 지점이다.
3)나눈 내용을 다시 연결하는 방법
문장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었다면 다음에는 각 부분이 어떤 관계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앞의 내용이 뒤의 이유가 되는지, 서로 반대되는지, 일정한 조건에서만 이어지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각각의 뜻을 따로 이해하더라도 그 관계를 놓치면 원문이 전달하는 전체 의미가 달라진다. 특히 연결 표현은 내용의 방향이 어디에서 바뀌고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 준다. 나누어 읽기의 목적은 긴 문장을 작은 조각으로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작은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한 뒤 다시 하나의 논리적인 흐름으로 묶는 데 있다.
“한 전자제품 회사는 새 무선 이어폰을 출시했다. 새 제품은 이전 제품보다 가격이 10퍼센트 올랐다. 가격은 다소 올랐지만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길어지고 소음 차단 기능이 개선되었기 때문에 구매자의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구매자들은 한 번 충전한 뒤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외부 소음을 줄이는 기능이 좋아져 대중교통 안에서 사용하기 편해졌다는 평가도 많았다. 다만 일부 구매자는 기능 개선의 정도에 비해 가격 인상 폭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회사는 앞으로 가격과 기능에 대한 이용자 평가를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세 번째 문장을 나누면 먼저 ‘가격이 다소 올랐다’는 내용이 나온다. 다음에는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길어졌다’와 ‘소음 차단 기능이 개선되었다’는 변화가 제시된다. 마지막에는 ‘구매자의 만족도가 오히려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타난다. ‘~지만’은 가격 상승이 일반적으로 만족도를 낮출 수 있다는 예상과 실제 결과를 대비시킨다. ‘~기 때문에’는 기능 개선이 만족도 상승의 이유로 제시되었음을 보여 준다. ‘오히려’는 가격이 올랐음에도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 문장은 세 가지 정보를 단순히 차례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대비와 이유·결과의 관계를 함께 보여 준다.
문장을 ‘가격이 올랐다’, ‘기능이 개선되었다’, ‘만족도가 높아졌다’로만 나누면 각각의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세 사실이 어떤 흐름으로 연결되는지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다시 묶어 보면 가격 상승이라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변화가 있었지만 기능이 개선되었고, 그 결과 만족도는 높아졌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서 만족도 상승의 이유로 제시된 것은 가격 상승이 아니라 배터리와 소음 차단 기능의 개선이다. 연결 관계를 놓치면 가격이 올라서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반대의 해석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문장을 나눈 뒤에는 각 부분 사이에 ‘그러나’, ‘왜냐하면’, ‘그 결과’와 같은 관계를 자신의 말로 넣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의미 단위를 다시 정확하게 연결할 때 긴 문장이 전달하는 중심 판단도 분명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