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장에는 이유가 필요하다
주장은 어떤 문제에 대해 내린 판단이나 의견이다. ‘이 방법이 더 좋다’거나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말에는 선택과 판단이 들어 있다. 그러나 결론만 제시하면 글쓴이가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알기 어렵다. 이유는 주장이 나온 까닭을 설명하고 근거는 그 이유나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실제 글에서는 이유와 근거가 뚜렷하게 분리되지 않고 함께 제시되기도 한다. 따라서 용어를 기계적으로 구분하기보다 각각의 내용이 주장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1)주장과 이유의 관계
주장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는 어떤 판단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나타낸다. 이유는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를 설명한다. 따라서 주장을 읽은 뒤 ‘왜 그래야 하는가’라고 물으면 이유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이유를 읽고 ‘그래서 어떤 결론을 말하려는가’라고 물으면 주장이 향하는 방향을 찾기 쉽다. 이유가 분명하면 글쓴이의 생각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결론으로 이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주장과 이유가 같은 문제를 다루며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논리적인 읽기의 출발점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꾸준한 독서는 학생이 다양한 낱말과 문장 구조를 접하게 하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른 글과 연결하여 생각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독서 시간을 마련하면 평소 책을 읽을 환경이 부족한 학생에게도 읽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학교에 새로운 도서관 건물이 완공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독서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이 바로 나오지는 않는다. 새 건물은 학생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지만 독서 시간이 왜 필요한지까지 설명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활용해 학생이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고 그 활동이 어휘와 글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시설의 존재와 독서 시간의 필요성을 이어 주는 이유가 분명해야 주장의 흐름도 자연스러워진다.”
첫 문장의 중심 주장은 학교가 학생들의 독서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뒤에는 독서를 통해 다양한 낱말과 문장 구조를 접할 수 있다는 이유가 제시된다. 배운 내용을 다른 글과 연결하고 독서 환경이 부족한 학생에게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도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이유들은 모두 학생의 읽기 경험과 학습 기회를 넓힌다는 방향에서 중심 주장과 연결된다. 주장 뒤에 ‘왜 독서 시간을 늘려야 하는가’라고 질문하면 세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반대로 이유들을 읽고 ‘그래서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물으면 독서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돌아갈 수 있다. 주장과 이유가 서로 오갈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새 도서관 건물이 완공되었다는 사실은 독서 활동과 관련이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독서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시설이 생겼더라도 학생이 실제로 이용하지 않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 공간이 학생의 독서 기회를 늘릴 수 있다는 설명과 독서 시간이 필요한 이유가 함께 있어야 한다. 이유가 주장과 같은 주제를 다룬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이유를 받아들였을 때 실제로 해당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유가 여러 개라면 각각이 같은 주장을 향하는지와 서로 중복되거나 충돌하지 않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주장과 이유의 관계를 읽는다는 것은 결론 뒤에 설명이 있는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설명이 왜 해당 결론을 지지하는지 이해하는 일이다.
2)이유와 근거의 차이
이유는 어떤 주장이나 판단을 왜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근거는 그 이유나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사실과 자료, 사례, 조사 결과 등을 말한다. 실제 글에서는 이유와 근거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따라서 두 개념을 엄격하게 나누어 외우기보다 각각이 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왜 이렇게 판단하는가’를 물으면 이유를 찾을 수 있고 ‘그 판단이 맞다는 것을 무엇으로 뒷받침하는가’를 물으면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이유와 근거를 구별하면 하나의 주장이 어떤 설명과 자료를 거쳐 만들어졌는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청소년이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낮 동안 집중하고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 등교와 늦은 시간의 학습이 반복되면 학생이 일정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 학교가 학생 500명의 평일 수면 시간과 낮 시간의 집중 상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인 학생 집단은 7시간 이상인 집단보다 수업 중 집중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간단한 집중도 검사에서도 수면 시간이 짧은 집단의 평균 점수가 더 낮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청소년의 수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된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조사는 한 학교의 학생을 대상으로 했으며 수면 부족이 집중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인지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학습 시간과 스트레스, 건강 상태처럼 수면과 집중에 함께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조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문장의 주장은 청소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가정과 학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낮 동안 집중과 활동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은 그러한 주장을 제시한 이유이다. 이어지는 학교 조사는 수면 시간이 짧은 학생 집단에서 집중의 어려움이 더 많이 나타났다는 자료를 제공한다. 이 조사 결과는 앞의 이유가 단순한 생각에 그치지 않도록 뒷받침하는 근거 역할을 한다. 즉, 이유는 수면 시간 확보가 필요한 까닭을 설명하고 근거는 실제 조사에서 어떤 차이가 나타났는지를 보여 준다. 주장과 이유, 근거는 서로 다른 역할을 맡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 집중과 활동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실제 조사에서 관련된 차이가 나타났다’라는 구조이다.
그러나 근거가 제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주장이 충분히 증명된 것은 아니다. 조사가 한 학교의 학생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다른 지역과 연령의 청소년에게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는 알기 어렵다. 수면과 집중 상태를 어떤 방식으로 측정했는지도 결과의 의미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수면 시간이 짧은 학생이 학습 부담이나 스트레스도 더 많이 느꼈다면 다른 조건이 집중도 차이에 함께 작용했을 수 있다. 따라서 조사 결과는 수면 시간과 집중 상태 사이의 관련성을 뒷받침하지만 직접적인 원인 관계까지 확정하지는 않는다. 이유와 근거를 구별하는 목적은 용어의 차이를 외우는 데 있지 않다. 주장이 어떤 설명과 자료를 바탕으로 제시되었으며 그 자료가 어디까지 뒷받침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있다.
3)근거 없는 주장 알아보기
주장을 강하게 표현한다고 해서 그 내용이 더 타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분명하다’, ‘틀림없다’와 같은 말은 글쓴이의 확신을 보여 줄 뿐이다. 글쓴이가 얼마나 확신하는지와 실제 근거가 얼마나 충분한지는 서로 다른 문제이다. 따라서 단정적인 표현이 나올수록 무엇을 바탕으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장만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나 설명이 없다면 독자는 판단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어렵다. ‘무엇을 근거로 이렇게 말하는가’라고 질문하는 습관은 근거가 빠진 주장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온라인 수업은 학생의 학습 능력을 분명히 떨어뜨린다. 화면을 통해 수업을 듣는 학생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보다 집중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수업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소통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모든 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중단하고 대면 수업만 실시해야 한다. 나도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때 집중하기 어려웠다. 주변의 몇몇 친구도 온라인 수업보다 교실 수업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만 보더라도 온라인 수업이 모든 학생에게 해롭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온라인 수업을 계속 활용하면 학생들의 학습 능력은 반드시 낮아질 것이다.”
제시문은 ‘분명히’, ‘~할 수밖에 없다’, ‘틀림없다’, ‘반드시’와 같은 강한 표현을 반복한다. 그러나 어떤 학생과 수업을 대상으로 판단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학습 능력’이 시험 성적과 집중 시간, 이해도 가운데 무엇을 뜻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비교한 자료나 조사 결과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글쓴이와 몇몇 친구의 경험은 온라인 수업에서 집중하기 어려웠던 사례를 보여 줄 수 있다. 그러나 소수의 경험만으로 모든 온라인 수업이 모든 학생의 학습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주장의 범위와 강도에 비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매우 제한적이다.
온라인 수업에 집중과 소통의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러한 어려움이 어떤 학생에게 어떤 방식의 수업에서 얼마나 나타나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실시간 수업과 녹화 수업의 차이, 교사의 수업 방식, 학생의 학습 환경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온라인 수업에서 불편을 겪은 개인의 경험은 문제를 발견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전체 학생에게 적용되는 결론을 확정하지는 못한다. 근거가 없는 주장을 읽을 때에는 먼저 판단의 대상과 범위, 사용된 개념이 분명한지 살펴봐야 한다. 그다음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와 자료가 실제로 제시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주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강한지보다 독자가 검토할 수 있는 근거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공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