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신의 말로 다시 표현한다
좋은 요약은 원문의 문장을 그대로 골라 이어 붙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중요한 내용을 이해한 뒤 더 간결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다시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문장은 뜻을 유지하면서 쉬운 말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여러 문장에 흩어진 내용을 하나의 문장으로 새롭게 묶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표현을 바꾸면서 원문의 대상과 조건, 판단의 정도까지 달라져서는 안 된다. 요약하는 사람의 생각이나 평가를 새롭게 덧붙여서도 안 된다. 자신의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내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의미를 더 분명하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일이다.
1)원문을 그대로 옮기지 않기
원문의 중요한 문장을 골라 그대로 붙이는 방법은 빠르고 간단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표현까지 함께 남아 요약문이 길어질 수 있다. 서로 다른 문장에서 가져온 표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먼저 원문의 뜻을 이해한 뒤 핵심을 자신의 문장 구조로 다시 만드는 것이 좋다. 이때 원문을 짧게 만드는 것보다 의미를 정확하게 유지하는 일이 우선이다. 바꾼 문장이 원문과 같은 대상과 범위, 판단의 강도를 전달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도시 지역에서 자동차 이용은 최근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가 많아지면 같은 시간에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의 수가 늘어나 교통 혼잡이 심해진다. 차량이 도로에 오래 머무르면 배출되는 오염 물질의 양도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는 낮은 이동 속도와 반복되는 정차로 인해 혼잡과 대기질 문제가 함께 나타난다. 자동차 이용 증가에 대응하려면 대중교통의 편의성을 높이고 가까운 거리를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선택이 불편하지 않아야 시민도 이동 방식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자동차 이용 증가는 교통 혼잡뿐 아니라 대기질 악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지막 문장을 그대로 옮기면 원문의 결론은 전달할 수 있지만 앞에서 설명한 이유와 해결 방향은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문장들을 그대로 이어 붙이면 요약문이 길어지고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 이 글은 ‘도시의 자동차 이용 증가는 교통 혼잡과 대기질 악화를 상당히 심화시키므로 대중교통과 걷기, 자전거 이용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다시 표현할 수 있다. 원문의 중심 문제와 주요 영향, 개선 방향을 새로운 문장 구조로 묶은 것이다.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교통 혼잡이 심해진다’, ‘대기질 문제가 나타난다’라는 여러 문장의 내용을 하나의 인과 구조로 재구성했다. 원문의 문장을 그대로 복사하지 않았지만 전달하는 중심 의미는 유지된다. 자신의 말로 표현하려면 먼저 문장을 외우기보다 글이 말하는 핵심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반면 ‘자동차는 도시 환경에 나쁘다’라고 줄이면 원문의 구체적인 대상과 영향이 지나치게 단순해진다. ‘도시의 자동차 이용은 교통 혼잡과 대기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쓰면 원문의 판단도 약해진다. 원문은 자동차 이용 증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지만 바꾼 문장은 가능성만 제시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동차가 도시 대기 오염의 유일한 원인이다’라고 쓰면 원문에 없는 강한 판단이 추가된다. 자신의 문장으로 다시 만들 때에는 낱말의 모양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의미의 범위와 정도를 비교해야 한다. 문장 구조는 달라져도 원문의 대상과 관계, 판단의 강도는 같아야 한다. 바꿔 쓴 뒤 원문과 나란히 놓고 무엇이 빠지거나 새로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2)어려운 표현을 쉽게 바꾸기
원문의 표현이 어렵다고 해서 요약문에서도 반드시 같은 용어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전문용어나 추상적인 표현은 뜻을 유지하면서 쉬운 말로 풀어 쓸 수 있다. 어려운 내용을 자신이 이해한 말로 바꾸어 보는 일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쉽게 표현한다는 이유로 중요한 개념과 관계를 없애서는 안 된다. 전문용어가 가진 조건이나 의미의 범위가 바뀌어서도 안 된다. 쉬운 표현과 정확한 의미를 함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고 물품을 거래할 때 판매자는 물건의 사용 기간과 고장 여부를 구매자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거래하는 두 사람이 가진 정보의 양과 내용이 서로 다른 상태를 정보 비대칭이라고 한다. 정보 비대칭이 크면 구매자는 물건의 실제 상태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거래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좋은 물건과 문제가 있는 물건을 구별하기 어려워 거래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 판매자가 수리 기록과 제품 상태를 정확히 공개하고 구매자가 물건을 확인할 방법을 마련하면 정보의 차이를 줄일 수 있다. 거래 당사자가 가진 정보의 차이는 합리적인 판단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정보 비대칭’이라는 전문용어를 그대로 외우는 대신 ‘거래하는 사람들이 가진 정보에 차이가 있는 상태’라고 풀어 쓸 수 있다. 제시문에서는 판매자가 물건의 상태를 구매자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바탕으로 글 전체를 ‘거래하는 사람들이 가진 정보에 큰 차이가 있으면 구매자가 물건의 상태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워 거래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전문용어는 줄었지만 정보의 차이와 판단의 어려움, 신뢰 저하의 관계는 남아 있다. 단순히 ‘정보가 부족하면 거래가 어렵다’라고 바꾸면 누구의 정보가 부족하며 당사자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가 사라진다. 정보 비대칭은 전체 정보가 적다는 뜻이 아니라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상태를 뜻한다. 쉬운 표현으로 바꾸더라도 개념을 이루는 핵심 관계는 유지해야 한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는 표현도 ‘두 현상이 함께 나타난다고 해서 하나가 다른 하나의 원인이라고 바로 말할 수는 없다’라고 풀 수 있다. 낱말 수는 더 많아질 수 있지만 의미는 더 쉽게 이해된다. 요약은 언제나 가장 적은 글자 수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원문의 핵심을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다시 전달하는 작업이다.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었을 때에는 원래 개념의 대상과 관계, 조건이 모두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쉬운 표현이 지나치게 막연하거나 다른 뜻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면 핵심 용어를 함께 제시하는 것도 좋다. 전문용어를 없애는 것보다 그 뜻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3)뜻의 범위와 강도를 유지하기
자신의 말로 바꾸어 표현할 때에는 원문이 말하는 범위와 판단의 강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문장을 짧게 만들면서 대상이나 조건을 생략하면 원래보다 넓은 주장으로 바뀔 수 있다. 판단의 강도를 다르게 표현하면 원문의 의미가 실제보다 확실하거나 불확실하게 전달될 수 있다. ‘도움이 될 수 있다’를 ‘효과가 있다’로 바꾸면 가능성이 확정적인 결과처럼 보이게 된다. ‘일부 학생’을 단순히 ‘학생들’이라고 표현해도 특정 집단에 한정된 내용이 더 넓은 집단에 적용되는 것처럼 이해될 수 있다. 짧은 표현 하나를 바꾸더라도 대상의 범위와 조건, 판단의 강도가 달라지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규칙적인 운동 시간과 집중도 점수 사이에 관련성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결과는 일정하게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집중 상태와 관련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그러나 연구마다 운동의 종류와 시간, 참가자의 연령이 서로 달랐다. 운동을 하지 않은 집단과 직접 비교하지 않은 연구도 있었다. 따라서 현재의 결과만으로 규칙적인 운동이 모든 사람의 집중력을 높인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운동과 집중에 함께 영향을 주는 수면이나 생활 습관도 고려해야 한다. 운동이 집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려면 조건을 더 정확하게 통제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 글을 ‘운동은 집중력을 높인다’라고 요약하면 원문보다 훨씬 강한 결론이 된다. ‘일부 연구’라는 범위가 사라지고 ‘관련성’이 직접적인 효과로 바뀌며 ‘가능성’이라는 제한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원문은 연구마다 운동과 참가자의 조건이 달랐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일부 연구에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집중 상태 사이의 관련 가능성이 제시되었지만 직접적인 효과를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정리하는 편이 정확하다. 연구의 범위와 관련성의 수준, 추가 확인의 필요성을 함께 유지한 표현이다. 자신의 말로 바꾸었더라도 원문보다 더 넓거나 강한 결론으로 변하지 않았다. 대상과 판단의 정도를 정하는 짧은 표현은 요약에서도 중요한 정보이다.
반대로 충분히 확인된 결과를 지나치게 약하게 표현하는 것도 정확한 바꿔쓰기가 아니다. 조사에 참여한 집단에서 평균 집중도 점수의 차이가 실제로 확인되었다면 ‘차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해당 집단에서 차이가 나타난 사실은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 다만 그 차이의 원인과 다른 사람에게 적용되는 범위는 제한하여 표현해야 한다. ‘일부’, ‘대부분’, ‘가능성이 있다’, ‘확인되었다’, ‘상당히’와 같은 말은 문장의 의미를 조절한다. 자신의 말로 바꿀 때에는 이러한 표현을 단순히 빼거나 더 강한 말로 바꾸지 않아야 한다. 좋은 바꿔쓰기는 원문의 확실한 부분은 분명하게 말하고 제한된 부분은 그 한계를 그대로 남긴다.
4)자신의 의견을 섞지 않기
요약은 원문에서 말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다. 요약하는 사람이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생각을 덧붙이면 원문과 자신의 판단이 섞이게 된다. 원문에 대한 평가와 비판은 요약을 마친 뒤 별도로 제시할 수 있다. 먼저 글쓴이가 무엇을 말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 주는 것이 요약의 목적이다. 따라서 요약문에 들어간 내용은 원문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원문에 없는 평가와 감정이 들어갔다면 자신의 의견이 추가된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은 학생이 장소에 관계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몸이 불편하거나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학생도 인터넷을 이용해 수업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녹화된 수업은 필요한 부분을 다시 볼 수 있어 복습에도 활용할 수 있다.반면 온라인 환경에서는 학생 간 상호작용이 부족해질 수 있다. 화면을 오래 바라보면서 집중을 유지하기 어려운 학생도 있다. 따라서 온라인 수업을 운영할 때에는 실시간 토론과 소그룹 활동을 마련하고 학습자의 참여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온라인 수업의 장점과 한계를 함께 설명하고 보완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온라인 수업은 편리하지만 학생에게 좋지 않다’라고 정리하면 원문에 없는 부정적인 평가가 추가된다. 원문은 상호작용과 집중의 어려움을 지적했지만 온라인 수업 전체가 학생에게 해롭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반대로 ‘온라인 수업은 매우 효율적이므로 더 확대해야 한다’라고 쓰면 요약자의 긍정적인 의견이 들어간다. ‘나는 온라인 수업보다 대면 수업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문장도 원문의 핵심을 요약한 것이 아니다. 요약에서는 자신의 선호와 평가를 제외하고 원문이 제시한 장점과 한계, 보완 방법을 남겨야 한다.
이 글은 ‘온라인 수업은 장소의 제약이 적고 복습에 활용할 수 있지만 상호작용과 집중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므로 토론과 참여 확인 같은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원문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포함하였고 글쓴이가 제안한 개선 방향도 남겼다. ‘좋다’, ‘나쁘다’, ‘훌륭하다’, ‘비효율적이다’처럼 원문에 없는 평가를 새로 넣지 않았다. 완성한 요약문의 각 내용을 원문의 어느 부분에서 찾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근거가 되는 문장을 찾을 수 없다면 요약자가 덧붙인 생각일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의견을 제외한다고 해서 원문을 그대로 복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문의 판단만을 자신의 표현으로 정확하게 다시 구성하는 것이 객관적인 요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