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을 키우는 단계별 연습 | 제9장질문을 정확히 읽어야 답이 흔들리지 않는다 | 4.질문과 자료를 연결한다

4.질문과 자료를 연결한다

자료가 함께 제시된 질문에서는 자료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보다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 먼저 각 자료가 무엇을 직접 보여 주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 질문과 관련된 정보만 골라 설명이나 판단의 근거로 사용한다. 자료에 있는 모든 숫자와 문장을 그대로 옮길 필요는 없다. 자료에서 확인되는 사실과 그 사실을 바탕으로 자신이 내린 판단도 구별해야 한다. 특히 두 현상의 관련성을 보여 주는 자료를 원인을 증명한 자료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질문과 자료의 역할을 정확하게 연결하면 필요한 근거만 사용하면서도 중심이 분명한 답을 만들 수 있다.

1)어떤 자료를 사용해야 하는가

여러 자료가 제시되었다면 먼저 각각의 자료가 무엇을 보여 주는지 확인해야 한다. 어떤 자료는 현상의 규모와 변화를 보여 주고, 다른 자료는 두 요소가 함께 나타나는 관계를 보여 줄 수 있다. 또 다른 자료는 사람들의 응답이나 특정한 행동의 이유를 제시할 수 있다. 자료의 제목이나 형식만 보고 사용하기보다 실제로 어떤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다음 질문에 직접 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를 선택해야 한다. 질문과 관련이 적은 자료까지 억지로 사용하면 오히려 답의 흐름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

“다음 질문과 함께 세 개의 자료가 제시되었다. 질문은 ‘청소년의 수면 부족 현황과 관련 요인을 설명하시오’였다. 자료 A는 청소년의 평일 평균 수면 시간이 최근 5년 동안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 주었다. 자료 B에서는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긴 학생 집단일수록 평균 수면 시간이 짧게 나타났다. 자료 C는 청소년이 선호하는 운동의 종류와 주당 운동 횟수를 보여 주었지만 수면과의 관계는 제시하지 않았다. 민준은 세 자료를 모두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운동 종류까지 길게 설명했다. 서영은 자료 A로 수면 부족의 현황을 설명하고 자료 B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수면 시간 사이에 나타난 관련성을 제시했다.”

자료 A는 청소년의 평균 수면 시간과 그 변화를 보여 주므로 수면 부족의 현황을 설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수면 시간이 여러 해 동안 줄었다면 감소의 흐름을 제시할 수 있고, 특정 수준에 머물렀다면 현재 상태를 설명할 수 있다. 자료 B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수면 시간이 함께 나타나는 관계를 보여 준다. 따라서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긴 집단에서 수면 시간이 짧게 나타났다고 설명할 수 있다. 반면 자료 C에는 운동과 수면의 관계가 제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질문에 직접 필요한 자료라고 보기 어렵다. 운동 시간이 수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더라도 자료 C만으로는 그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 자료가 주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답에 넣을 필요는 없다.

자료 B를 사용할 때는 관련성과 원인을 구별해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긴 집단에서 수면 시간이 짧게 나타났다고 해서 스마트폰 사용만이 수면 부족의 원인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 학업 시간이나 생활 습관, 스트레스 같은 다른 요인이 두 현상에 함께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문에서 ‘관련 요인’을 묻는다면 스마트폰 사용을 관련된 요소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는 것이 적절하다. 만약 ‘수면 부족의 원인’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면 원인 관계를 뒷받침하는 추가 자료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각 자료가 보여 주는 수준과 질문이 요구하는 판단의 수준이 서로 맞아야 한다. 자료 선택은 질문과 관련 있는지를 보는 동시에 그 자료가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2)답에 필요한 근거 고르기

하나의 자료 안에도 질문과 직접 관련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가 함께 들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가장 크거나 눈에 잘 띄는 숫자를 자동으로 근거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답하려는 내용과 직접 연결되는 정보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큰 수치도 질문과 관계가 약하면 좋은 근거가 되기 어렵다. 답할 분량이 제한되어 있다면 관련성이 높은 근거부터 우선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필요한 정보만 골라 사용하면 답의 중심이 분명해지고 불필요한 설명도 줄어든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시민에게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한 점을 물었다. 응답자의 62퍼센트는 긴 배차 간격을, 18퍼센트는 복잡한 환승을, 12퍼센트는 부족한 안내를, 8퍼센트는 정류장의 편의시설 부족을 가장 큰 불편으로 선택했다. 같은 자료에는 3번 버스가 하루 평균 8천 명이 이용하는 가장 혼잡한 노선이라는 정보도 있었다. 질문은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기 위한 가장 우선적인 방법을 자료에 근거하여 제시하시오’였다. 한 학생은 3번 버스의 이용자가 가장 많으므로 3번 버스를 새 버스로 교체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른 학생은 응답자의 62퍼센트가 긴 배차 간격을 가장 큰 불편으로 꼽았으므로 배차 간격을 줄이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두 수치 모두 자료에 있었지만 질문과 연결되는 정도는 달랐다.”

하루 이용자 8천 명은 자료에서 가장 큰 숫자일 수 있지만 이용을 늘리는 방법과 직접 연결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3번 버스 이용자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차량을 교체하면 전체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난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 차량의 노후도나 혼잡 문제가 함께 제시되었다면 교체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현재 자료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반면 긴 배차 간격을 가장 큰 불편으로 꼽은 응답자가 62퍼센트라는 결과는 이용을 가로막는 문제를 직접 보여 준다. 따라서 배차 간격을 줄여야 한다는 제안과 비교적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근거의 중요성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질문과 주장 사이에서 맡는 역할로 판단해야 한다. 눈에 띄는 수치와 필요한 근거를 구별해야 하는 이유이다.

‘가장 우선적인 방법’을 묻고 있으므로 여러 해결책을 똑같은 비중으로 나열하는 것도 질문에 정확히 맞지 않을 수 있다. 응답 비율이 가장 높은 긴 배차 간격 문제를 먼저 선택하고, 왜 우선해야 하는지 자료와 연결해 설명해야 한다. 다만 설문 결과만으로 배차 간격을 실제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나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반드시 즉시 줄여야 한다’보다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표현하는 편이 자료가 보여 주는 수준에 맞는다. 필요한 경우 노선별 수요와 운영 비용에 관한 추가 자료가 있어야 구체적인 방안을 정할 수 있다. 좋은 근거는 질문에 직접 답하면서도 자료가 말할 수 있는 범위를 넘지 않는다. 답을 쓰기 전 ‘이 정보가 내 결론을 어떤 방식으로 뒷받침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3)자료를 그대로 옮기지 않기

자료를 활용한다는 것은 자료에 있는 문장과 수치를 그대로 길게 옮기는 일이 아니다. 필요한 내용을 이해한 뒤 자신의 답에서 설명이나 주장과 연결해야 한다. 자료만 나열하면 어떤 결론을 위해 사용한 정보인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자료에서 확인되는 사실을 제시하고 그 사실이 답의 어느 부분을 뒷받침하는지 설명하는 것이 좋다. 이때 자료의 내용과 자신의 해석이나 판단을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 자신의 말로 바꾸더라도 원자료의 대상과 범위, 판단의 강도는 유지해야 한다.

“질문은 ‘제시된 자료를 활용하여 대중교통 이용 환경을 개선할 방법을 제안하시오’였다. 자료에는 ‘응답자의 62퍼센트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가장 큰 불편으로 긴 배차 간격을 선택했다’라고 적혀 있었다. 하린은 답안에 이 문장을 그대로 옮긴 뒤 다른 설명 없이 답을 마쳤다. 자료의 내용은 정확히 적었지만 어떤 개선 방법을 제안하는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유나는 ‘응답자의 62퍼센트가 긴 배차 간격을 가장 큰 불편으로 꼽았으므로 이용자가 많은 시간대의 배차 간격을 우선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썼다. 이어 실제 운행 조정을 위해서는 시간대별 이용자 수와 차량 운영 여건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나의 답에서는 자료의 사실과 그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제안이 연결되어 있었다.”

하린의 문장은 자료의 내용을 정확하게 옮겼지만 질문에서 요구한 개선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자료를 복사하는 것과 자료를 답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서로 다르다. 유나는 먼저 응답자의 62퍼센트가 긴 배차 간격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그다음 배차 간격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자신의 판단을 연결했다. 앞부분은 자료에서 직접 확인되는 내용이고 뒷부분은 그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제안이다. ‘그러므로’, ‘이를 바탕으로’, ‘이 결과는’ 같은 표현을 사용하면 근거와 판단의 관계를 분명하게 보여 줄 수 있다. 다만 연결 표현이 있다고 해서 근거와 결론이 자동으로 타당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 관계도 함께 살펴야 한다.

자료를 자신의 말로 바꿀 때는 의미의 범위를 유지해야 한다. 응답자의 62퍼센트를 ‘거의 모든 시민’이라고 표현하면 실제보다 범위가 넓어진다. ‘가장 큰 불편으로 선택했다’는 결과를 ‘배차 간격 때문에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라고 바꾸면 불편에 관한 응답이 이용하지 않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강해진다. 또한 이용자가 많은 시간대의 배차 간격을 줄이자는 구체적인 제안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판단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시간대별 수요 자료가 없다면 어느 시간대에 얼마나 증차할지는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자료를 잘 활용한 답은 수치를 많이 옮긴 답이 아니라 필요한 사실을 정확하게 선택하고 그 사실이 판단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보여 주는 답이다. 자료와 판단의 경계를 유지할 때 답의 근거와 결론이 모두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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