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감정을 다루고 갈등을 풀어가는 대화
6. 갈등을 풀려면 누가 옳은지보다 다음 행동을 정해야 한다
갈등이 생기면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누구의 말이 더 옳은지를 밝히는 데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책임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모든 갈등에서 과거의 잘잘못을 완벽하게 정리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업무상의 일정이나 역할, 반복되는 생활 문제처럼 앞으로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문제라면 다음에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젝트에서 자료가 늦게 제출되었다고 해보자. 한 부서는 요청이 늦었다고 하고 다른 부서는 자료를 늦게 줬다고 주장한다. 어느 한쪽에 더 큰 책임이 있을 수 있지만 서로 자신의 입장만 반복하면 다음 일정도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때 요청 시점과 제출 시점을 확인한 뒤 “앞으로 외부 자료가 필요한 업무는 최소 3일 전에 요청하고,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면 전날까지 알린다.”는 기준을 정하는 편이 실질적인 해결이 된다. 좋은 합의는 추상적인 표현보다 행동으로 나타난다.
앞으로 서로 잘 소통합시다.
보다는
일정이 변경되면 변경한 사람이 당일 공용 문서에 반영하고 관련 담당자에게 알립니다.
가 더 분명하다.
서로 배려합시다.
보다는
주말 일정은 금요일 저녁까지 서로 확인한 뒤 확정합니다.
라고 정하는 편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다. 합의에는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가 포함될 수 있다. “정보관리팀은 수요일까지 오류 원인을 확인하고 운영팀은 목요일까지 현장 사례를 정리합니다. 금요일 회의에서 두 자료를 보고 적용 여부를 결정합니다.”라고 하면 갈등이 업무 계획으로 전환된다.
완전한 합의가 어려운 경우에는 시험해볼 수 있는 임시 합의를 만들 수도 있다. “2주 동안 업무 배분 방식을 바꿔보고 실제 처리시간을 확인한 뒤 다시 조정합시다.”라고 하는 방식이다. 서로 자신의 예상이 맞다고 주장하는 대신 실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임시 합의는 어느 한쪽이 자신의 입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합의 후에는 서로 같은 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정리하면 이번 주에는 현재 일정대로 진행하되 다음 주부터 요청은 최소 3일 전에 하고, 지연이 예상되면 전날 공유하는 것으로하겠습니다.”라고 한 번 되돌려 말한다. 말로 합의했지만 서로 다른 내용을 기억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좋은 갈등 해결의 마지막에는 승패보다 행동이 남는다. 자신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더라도 다음 행동이 분명하고 중요한 요구가 반영되었다면 대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갈등을 해결한다는 것은 과거에 대한 설명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반복될 문제를 줄이는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