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감정을 다루고 갈등을 풀어가는 대화
7. 사과와 경계가 필요한 상황은 타협과 구분해야 한다
모든 갈등을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쪽의 잘못이 명확한 상황에서는 중간 지점을 찾기보다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 수 있다. 반대로 반복적인 모욕이나 위협, 안전과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이 있는 상황에서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타협보다 명확한 경계와 보호가 먼저일 수 있다. 갈등 해결을 ‘언제나 서로 반씩 양보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오히려 중요한 책임이 흐려질 수 있다. 자신의 실수가 분명하다면 배경 설명부터 길게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료를 확인하지 않고 잘못된 내용을 전달했다면 다음처럼 말할 수 있다.
제가 최종 자료를 확인하지 않고 이전 버전을 전달했습니다. 그로 인해 다시 확인하는 일을 만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수정된 자료는 오늘 오후까지 전달하고 이후에는 발송 전에 파 일 버전을 한 번 더 확인하겠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앞으로 무엇을 바꿀 것인지가 보인다. 사과에 필요한 것은 자신의 의도가 나쁘지 않았다는 긴 해명보다 책임과 조치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책임질 필요가 없는 일까지 모두 사과할 필요는 없다. 상대가 불편함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요구를 수용하거나 사실과 다른 책임을 인정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불편을 겪으신 점은 이해합니다. 다만 해당 결정은 제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닙니다.”라고 감정과 책임의 범위를 구분할 수 있다.
경계가 필요한 상황도 있다. 상대가 계속 욕설이나 인신공격을 한다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대화를 견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확인하겠습니다. 다만 욕설이 반복되면 대화를 중단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관계를 깨뜨리기 위한 말이 아니라 어떤 방식까지 대화가 가능한지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업무에서도 권한과 책임의 경계가 필요하다. 반복적으로 자신의 역할 밖의 일을 떠맡고 있으면서도 관계가 불편해질까 걱정해 계속 받아들이면 갈등이 누적될 수 있다. “이번 업무는 지원할 수 있지만 앞으로도 같은 역할을 제가 계속 맡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음 업무부터는 담당 범위를 먼저 정했으면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안전이나 심각한 권리 침해가 관련된 상황은 일반적인 의견 조정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피해를 받는 사람에게 직접 상대와 화해하거나 서로 양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필요한 보호 절차와 공식적인 대응이 우선될 수 있다.
말하기의 기술에는 대화를 계속 이어가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사과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더 이상 양보하지 말아야 하며, 어떤 상황에서는 대화를 멈추고 다른 절차를 선택해야 한다. 좋은 대화는 무조건 관계를 유지하는 기술이 아니라 책임과 경계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바로 적용해보기
연습 1. 비난을 감정과 요청으로 바꾸기
다음 표현을 구체적인 상황, 자신의 감정이나 영향, 필요한 요청이 드러나는 문장으로 바꾸어본다.
당신은 내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
가족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팀장이 항상 자기 마음대로 결정한다.
동료가 너무 무책임하다.
나를 일부러 무시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팀장이 항상 자기 마음대로 결정한다.”는 다음처럼 바꿀 수 있다.
최근 두 번의 업무 변경이 실무자와 협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확정되어 기존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했습니다. 변경 전에 담당자의 가능 일정을 한 번 확인한 뒤 확정했으면 합니다.
같은 내용을 말하면서도 사람 전체에 대한 평가가 줄고 실제로 바꾸어야 할 행동이 보이는지 확인한다.
연습 2. 여러 불만 가운데 한 가지 문제만 찾기
다음과 같은 갈등 상황을 생각해본다.
회의 일정도 자꾸 바뀌고 자료도 늦게 주고, 지난번에는 제 의견을 듣지도 않았습니다. 항상 제가 마지막에 맞춰야 하고 정말 같이 일하기 힘듭니다.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지 말고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 하나를 정한다. 예를 들어 이번 주 업무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 자료 제출이라면 다음처럼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이번 주 보고 일정에 영향을 주는 자료 제출 시점부터 정하겠습니다.
그다음 실제 필요한 행동을 한 문장으로 만든다.
최종 자료는 목요일 오후까지 전달하고, 늦어질 경우 수요일까지 미리 알려주기로 합니다.
나머지 문제는 무시하지 않고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내용으로 남겨둔다. 연습의 목적은 갈등을 축소해서 중요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대화에서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크기로 만드는 것이다.
연습 3. 모호한 화해를 실행 가능한 합의로 바꾸기
다음과 같은 대화의 마지막을 생각해본다.
앞으로 서로 좀 더 잘하기로 합시다.
이런 일이 없도록 서로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소통을 잘하겠습니다.
이 문장들은 분위기를 좋게 끝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알 수 없다. 각 문장을 실제 행동으로 바꾸어본다. 예를 들어 다음처럼 정리할 수 있다.
일정 변경이 필요하면 확정하기 전에 담당자와 가능한 시간을 확인합니다. 확정된 변경사항은 당일 공용 문서에 반영합니다.
또는
자료 제출이 하루 이상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전날까지 상대 부서에 알리고 변경된 제출일을 함께 정합니다.
마지막에는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 확인하여 다음번에 실제 행동이 달라질 수 있는 기준을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