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을 키우는 단계별 연습 | 제1장문맥을 알면 낱말의 뜻이 보인다 | 5.글에 있는 뜻과 내가 더한 생각을 구별한다

5.글에 있는 뜻과 내가 더한 생각을 구별한다

사람은 글을 읽을 때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함께 사용한다. 이러한 배경지식은 낯선 내용을 이해하고 서로 떨어진 정보를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나 직접 겪은 일이 곧 원문에 적힌 내용은 아니다. 자신의 경험과 예상이 글의 내용에 섞이면 원문에 없는 의미를 덧붙이게 된다. 글에 직접 쓰이지 않은 내용을 추론할 때에도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 처음에 내린 해석이 뒤의 내용과 맞지 않는다면 원문으로 돌아가 자신의 이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독해는 글이 실제로 말한 내용과 독자가 생각하여 더한 내용을 구별하는 데서 완성된다.

1)배경지식과 원문의 내용

배경지식은 글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 준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활용하면 낯선 개념과 상황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배경지식은 원문에 없는 사실을 새롭게 만들어 주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내용과 내가 원래 알고 있던 내용을 구별해야 한다. 두 정보가 섞이면 원문에서 실제로 제시한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을 읽었다고 착각할 수 있다. 배경지식은 원문의 내용을 해석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원문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해오름시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대중교통 이용 현황을 발표했다. 이 기간의 버스와 지하철 이용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퍼센트 증가했다. 평일 출근 시간대에는 버스 이용객의 증가 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반면 주말 지하철 이용객 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시에서는 이번 자료가 교통수단별 이용 변화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용객이 증가한 구체적인 원인은 이번 조사에서 다루지 않았다. 노선 확대나 요금 변화가 이용객 증가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제시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대중교통 이용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퍼센트 증가했다는 것이다. 평일 출근 시간대의 버스 이용객 증가 폭이 컸고 주말 지하철 이용객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교통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이용객이 증가한 여러 이유를 떠올릴 수 있다. 새로운 버스 노선이 생겼거나 주차비가 올랐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시문에는 노선 확대나 주차비에 관한 정보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마지막 부분에서 증가의 구체적인 원인은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용객 증가의 원인을 특정 정책이나 시설 변화로 설명하려면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

배경지식을 활용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대중교통 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알고 있다면 조사 결과를 이해하거나 다음에 확인할 내용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배경지식에서 떠올린 설명에는 ‘가능성이 있다’거나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는 한계가 붙는다. 원문에 없는 원인을 이미 확인된 사실처럼 표현해서는 안 된다. 글을 읽은 뒤에는 ‘원문에서 직접 확인한 내용’과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생각한 내용’을 나누어 보는 것이 좋다. 두 내용을 구별하면 배경지식을 활용하면서도 원문의 의미를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 정확한 독자는 자신이 많이 아는 것보다 자신이 아는 내용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분명하게 구별한다.

2)경험을 원문의 의미와 섞지 않기

개인의 경험은 구체적이고 생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설명보다 더 강하게 기억되기도 한다.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 글의 내용과 비슷하면 다른 사람도 자신과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 사람의 경험이 여러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경험한 상황과 글에서 다루는 대상의 범위도 서로 다를 수 있다. 특히 많은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을 설명하는 글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전체 집단의 모습으로 확대하지 않아야 한다. 경험은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활용하되 원문에서 실제로 확인되는 판단과 구별해야 한다.

“한 연구기관은 음식점의 무인 주문기 이용 경험을 알아보기 위해 성인 1,000명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8퍼센트는 주문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무인 주문기가 편리하다고 답했다. 24퍼센트는 화면 구성이 복잡하거나 원하는 메뉴를 찾기 어려웠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응답자는 상황에 따라 편리함이 달라진다고 답하거나 뚜렷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연령과 디지털 기기 사용 경험에 따라서도 응답에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기관은 무인 주문기의 편리함이 모든 이용자에게 똑같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용자의 특성과 기기의 구성 방식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조사의 결론이었다.”

평소 무인 주문기를 빠르게 사용하는 사람은 제시문을 읽으며 자신에게는 매우 편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주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사람은 무인 주문기가 불편하다는 의견에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두 경험은 각각의 사람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므로 그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만으로 조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제시문에서도 편리하다고 답한 사람, 불편하다고 답한 사람,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본 사람이 함께 나타났다. 따라서 ‘무인 주문기는 누구에게나 편리하다’거나 ‘모든 이용자에게 불편하다’는 결론은 조사 결과와 맞지 않는다. 개인의 경험은 하나의 사례를 보여 줄 뿐 전체 이용자의 반응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경험과 비슷한 내용은 더 쉽게 받아들이고 다른 내용은 덜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무인 주문기를 편리하게 사용한 독자는 58퍼센트의 응답만 기억하고 불편을 느낀 사람들의 응답을 지나칠 수 있다. 반대의 경험을 가진 독자는 불편하다는 응답을 실제 비율보다 크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자신의 경험을 잠시 내려놓고 원문에 제시된 대상과 수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나는 어떻게 느꼈는가’와 ‘이 글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가’를 따로 질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경험은 글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을 제공하지만 원문의 결론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경험이 글의 판단 범위를 넓히거나 좁히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3)추론과 추측의 경계

글에 직접 적혀 있지 않더라도 제시된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이러한 과정을 추론이라고 한다. 추론이 성립하려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와 그 정보에서 결론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연결이 필요하다. 반면 추측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거나 근거와 결론 사이의 연결이 약한 상태에서 가능성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추론과 추측을 단순히 근거의 유무만으로 완전히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시된 정보가 자신이 내린 결론을 어느 정도까지 뒷받침하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근거가 약하다면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과 사실로 말할 수 있는 결론을 구별해야 한다.

“밤사이 많은 눈이 내렸고 아침 기온은 영하 5도까지 내려갔다. 시에서는 새벽부터 주요 도로에 제설 차량을 투입했다. 일부 골목길과 언덕길에서는 제설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러 버스 노선이 평소보다 늦게 운행되었고 학교 주변 도로에서도 차량 정체가 발생했다. 교육청은 학생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관내 학교의 등교 시간을 한 시간 늦추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평소보다 여유 있게 집에서 출발하고 미끄러운 길을 조심하라고 안내했다. 다만 교육청은 등교 시간 조정 과정에서 어떤 자료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는지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제시문에는 많은 눈, 낮은 기온, 끝나지 않은 제설 작업, 버스 운행 지연과 차량 정체가 제시되어 있다. 이어서 교육청이 학생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등교 시간을 늦추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도로와 교통 상황이 등교 시간 조정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제시된 정보와 결론 사이에 비교적 자연스러운 연결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학교 주변 도로가 얼어 있었다거나 실제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제시문에는 일부 골목길과 언덕길의 제설이 끝나지 않았다는 내용만 있을 뿐 사고 발생 여부는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이동의 어려움과 안전 문제가 고려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론은 가능하지만 제시되지 않은 구체적인 사건까지 사실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교육감이 눈 오는 날을 좋아해서 등교 시간을 늦추었다’는 판단은 제시문의 정보와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 가능성을 상상할 수는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글에 없기 때문에 근거 있는 추론으로 보기는 어렵다. 추론의 적절성을 판단하려면 먼저 결론의 근거가 되는 문장을 원문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그 근거가 다른 여러 결론 가운데 자신의 결론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하나의 단서로 여러 설명이 가능하다면 어느 한 설명을 확정해서는 안 된다. 이때에는 ‘~일 수 있다’, ‘~했을 가능성이 있다’처럼 판단의 수준을 낮추어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좋은 추론은 글에 없는 내용을 마음대로 채우는 일이 아니라 제시된 정보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의미를 연결하는 일이다.

4)잘못 읽은 내용을 원문에서 다시 확인하기

처음 읽을 때 모든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앞부분에서 내린 해석이 뒤에 제시된 내용과 맞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이때에는 처음의 해석을 그대로 유지하기보다 원문으로 돌아가 판단의 근거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기억에 남은 일부 표현만으로 전체 내용을 판단하지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빠뜨린 조건이나 제한 표현이 있는지, 글에 없는 내용을 자신이 덧붙이지 않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잘 읽는 사람은 처음부터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근거에 따라 자신의 해석을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청년의 대중교통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사업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사업은 교통 이용량과 지역 여건이 서로 다른 세 개 도시에서 먼저 시행된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부터 24세까지의 청년이 우선적인 지원 대상이다. 지원 금액과 신청 방법은 지역별 운영 계획이 확정된 뒤 별도로 안내할 예정이다. 정부는 시범 운영의 이용률과 만족도, 예산 효과를 검토한 뒤 사업의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전국 시행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대상도 향후 계획에 따라 일부 달라질 수 있다.”

제시문의 첫 문장만 읽거나 기억하면 내년부터 모든 청년에게 대중교통비가 지원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뒤의 내용을 확인하면 사업은 전국이 아니라 세 개 도시에서 먼저 시범 운영된다. 지원 대상도 모든 연령의 청년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부터 24세까지의 청년으로 제한되어 있다. 지원 금액과 신청 방법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범 운영 뒤 사업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지만 확대 여부는 이용률과 만족도 등을 검토한 뒤 결정된다. 따라서 ‘내년부터 전국의 모든 청년이 교통비를 지원받는다’는 해석은 원문보다 대상과 시행 범위를 넓힌 것이다. 원문을 다시 읽으면 현재 확정된 내용과 아직 결정되지 않은 내용을 구별할 수 있다.

긴 글을 읽다가 앞뒤 내용이 맞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에는 자신이 처음 판단의 근거로 삼은 문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제시문에서 ‘지원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만 기억하고 ‘시범’, ‘세 개 도시’,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를 놓치면 잘못된 결론에 이르게 된다. 특히 제목이나 첫 문장은 핵심을 짧게 보여 주기 때문에 구체적인 조건이 생략되어 있을 수 있다. 뒤의 문장은 앞에서 제시한 내용을 제한하거나 보완하기도 한다. 따라서 처음 떠올린 해석과 뒤의 정보가 충돌한다면 글이 모순된다고 바로 판단하지 말고 자신의 해석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다. 빠뜨린 표현과 덧붙인 생각을 찾아내면 처음의 잘못된 이해를 수정할 수 있다. 다시 읽기는 실패가 아니라 원문을 근거로 더 정확한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낱말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사전의 뜻만 외우기보다 문맥 속에서 알맞은 의미를 판단해야 한다. 비슷한 표현 사이의 차이와 각각의 개념이 적용되는 범위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일부’, ‘가능하다’, ‘소폭’과 같은 짧은 표현이 대상의 범위와 판단의 강도를 바꾼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부정과 제한 표현을 읽을 때에는 무엇이 부정되고 누구에게 어디까지 적용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배경지식과 개인의 경험은 이해를 돕지만 원문에 적힌 내용을 대신할 수는 없다. 글에 직접 적히지 않은 내용을 생각할 때에는 근거와 결론 사이의 연결을 살피고 처음의 해석이 맞지 않으면 원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읽기 습관이 쌓이면 낯선 글에서도 글쓴이가 실제로 말한 뜻과 자신이 덧붙인 생각을 구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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