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문장과 문장의 관계를 읽는다
글의 흐름은 문장이 단순히 차례대로 놓였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앞 문장과 뒤 문장이 어떤 관계를 이루는지 이해해야 전체 뜻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어떤 문장은 앞의 내용을 더 자세히 설명하고 다른 문장은 새로운 정보나 사례를 덧붙인다. 앞에서 이어지던 생각과 다른 방향을 제시하거나 이유와 결과를 연결하기도 한다. 특정한 조건을 제시한 뒤 그 조건에서 성립하는 판단을 이어 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관계를 파악하면 각각의 문장을 따로 이해하는 데서 벗어나 글쓴이의 생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 수 있다. 문장 사이의 관계를 읽는 능력은 문단의 중심 생각과 글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1)내용을 더하는 관계
뒤 문장은 앞 문장의 내용에 새로운 정보를 보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같은 대상을 설명하면서 또 다른 특징이나 효과, 사례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또한’, ‘그리고’, ‘뿐만 아니라’와 같은 연결어는 이러한 관계를 쉽게 보여 준다. 그러나 연결어가 없더라도 여러 문장이 같은 방향으로 내용을 넓혀 간다면 추가 관계로 읽을 수 있다. 이때에는 각 문장이 같은 주제나 대상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나의 대상을 여러 측면에서 설명하는 문장들을 함께 묶으면 문단이 전달하는 큰 생각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도시에 나무를 심으면 여름철 보행 공간의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나무의 잎과 가지가 햇빛을 가리고 주변에 그늘을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가로수는 자동차가 많은 도로에서 먼지와 일부 오염 물질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새와 곤충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여 도시의 생태 환경을 풍부하게 만들기도 한다. 주민들은 나무가 있는 거리를 나무가 거의 없는 거리보다 걷기 편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다. 잘 조성된 녹지는 주변 경관을 개선하고 사람들이 머무르거나 쉬어 갈 장소를 제공한다. 도시의 나무는 기온을 낮추는 기능뿐 아니라 환경과 생활 공간의 질을 높이는 여러 역할을 한다.”
제시문의 첫 문장은 도시의 나무가 보행 공간의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 문장은 그 이유를 밝히지만 세 번째 문장부터는 나무의 또 다른 기능이 차례로 추가된다. 나무는 먼지와 일부 오염 물질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새와 곤충이 머물 공간도 제공한다. 주민이 거리를 걷기 편하다고 느끼게 하며 경관과 휴식 공간을 개선하는 기능도 있다. 이러한 문장들은 모두 도시의 나무가 주는 이점을 같은 방향에서 넓혀 간다. 세 번째 문장에는 ‘또한’이 사용되어 새로운 장점이 더해진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뒤의 문장에는 연결어가 반복되지 않지만 같은 대상의 다른 기능을 계속 덧붙이고 있으므로 추가 관계로 읽을 수 있다.
내용을 더하는 관계에서는 여러 문장을 하나의 큰 생각 아래 묶어 보는 것이 좋다. 제시문의 세부 내용을 각각 기억하면 그늘, 오염 물질, 생태 환경, 보행, 경관처럼 서로 다른 정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문장은 도시의 나무가 생활 환경에 주는 여러 이점을 설명한다. 따라서 ‘도시의 나무는 환경과 생활 공간의 질을 여러 측면에서 높인다’라는 하나의 중심 생각으로 묶을 수 있다. 추가 관계라고 해서 문장들이 반드시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주제에 관해 새로운 측면을 하나씩 보태면서 설명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연결어가 없다면 문장의 대상과 서술 방향이 계속 같은지를 확인하면 추가 관계를 찾을 수 있다.
2)반대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관계
앞 문장과 다른 방향의 내용이 뒤에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러나’, ‘반면에’, ‘그럼에도’와 같은 표현은 이러한 변화를 알려 주는 대표적인 연결어이다. 뒤 문장은 앞의 내용을 완전히 부정할 수도 있지만 그 내용의 한계를 밝히거나 다른 측면을 보여 줄 수도 있다. 따라서 대비 관계라고 해서 앞뒤 문장에 반드시 서로 반대되는 낱말이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앞에서 이어지던 생각이나 예상이 뒤에서 어떤 방향으로 달라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방향이 바뀌는 지점을 찾으면 글쓴이가 새롭게 강조하려는 내용도 더 쉽게 알 수 있다.
“한 도시는 자동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 공공 자전거의 수를 크게 늘렸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공공 자전거 이용 의향이 높게 나타났다. 새로운 대여소가 설치되자 서비스 가입자 수도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 자전거 이용 횟수는 시가 예상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일부 대여소에서는 이용 가능한 자전거가 부족했고 다른 대여소에는 반납된 자전거가 지나치게 많이 쌓였다. 자전거 도로가 끊기는 구간이 많아 안전하게 이동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시민의 높은 관심을 실제 이용으로 이어 가려면 자전거 수를 늘리는 것 외에 배치와 도로 환경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앞의 세 문장은 공공 자전거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준다. 이용 의향이 높았고 서비스 가입자 수도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만 보면 실제 이용 횟수도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다. 그러나 네 번째 문장에서 ‘그러나’가 나오면서 글의 방향이 바뀐다. 시민의 관심과 가입자 수는 높았지만 실제 이용 횟수는 예상보다 적었다. ‘높은 관심’과 ‘낮은 이용 횟수’는 낱말의 뜻이 직접 반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심이 높으면 실제 이용도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대비 관계를 이룬다.
대비 뒤에 이어지는 문장들은 실제 이용이 적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자전거가 대여소마다 고르게 배치되지 않았고 안전한 자전거 도로도 충분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글은 공공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관심은 높았지만 이용 환경의 문제 때문에 실제 이용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대비 관계를 놓치면 가입자가 증가했다는 앞부분만 보고 사업이 성공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이용 횟수가 적었다는 뒷부분만 보고 시민의 관심도 낮았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앞뒤의 내용을 함께 읽어야 글쓴이가 구별하는 기대와 실제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3)이유와 결과의 관계
글에는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설명하는 문장이 자주 나온다. 원인이나 이유가 먼저 나오고 그 결과가 뒤에 이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결과를 먼저 제시한 뒤 다음 문장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때문에’, ‘따라서’, ‘그 결과’, ‘~해서’, ‘~므로’와 같은 표현은 이유와 결과의 관계를 찾는 단서가 된다. 그러나 먼저 나온 사건을 무조건 뒤 사건의 원인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글이 무엇을 원인이나 이유로 제시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지역 문화 축제의 개막 행사는 토요일 오후 2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행사 당일 오전부터 강한 비가 내렸고 운동장 곳곳에 물이 고였다. 주최 측은 개막 시간을 오후 3시로 한 시간 늦추었다. 무대 주변의 빗물을 제거하고 전기 시설의 안전 상태를 점검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일부 공연의 순서도 원래 계획과 다르게 조정되었다. 주최 측은 관람객에게 변경된 시작 시간과 공연 순서를 문자로 안내했다. 비가 약해진 뒤 개막 행사는 변경된 일정에 따라 진행되었다.”
세 번째 문장은 개막 시간이 한 시간 늦어졌다는 결과를 먼저 제시한다. 그다음 문장의 ‘~때문이다’는 시간 변경의 이유를 뒤에서 설명한다. 운동장에 고인 물을 제거하고 전기 시설의 안전 상태를 점검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개막 시간을 늦춘 것이다. 다섯 번째 문장의 ‘그 결과’는 개막 시간 변경으로 일부 공연 순서까지 조정되었음을 보여 준다. 이 문단의 흐름은 폭우와 행사장 문제, 개막 시간 변경, 공연 순서 조정으로 이어진다. 이유가 반드시 결과보다 먼저 제시되는 것은 아니므로 문장의 순서만으로 관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연결 표현과 각 문장의 내용을 함께 살펴야 무엇이 이유이고 무엇이 결과인지 알 수 있다.
사건이 시간 순서대로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비가 내린 뒤 기온이 떨어졌다’는 문장은 두 현상이 앞뒤로 일어났다는 사실만 보여 줄 수 있다. 이 문장만으로 비가 기온 하락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면 ‘찬 공기가 유입되었기 때문에 기온이 떨어졌다’는 문장은 찬 공기의 유입을 원인으로 분명하게 제시한다. 글에서 원인 관계를 찾을 때에는 연결어뿐 아니라 글쓴이가 실제로 한 현상을 다른 현상의 원인으로 설명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원인과 단순한 시간적 순서를 구별하지 않으면 글에 없는 인과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어떤 일이 먼저 일어났는지가 아니라 글에서 무엇이 무엇을 일으킨 것으로 제시되는지를 읽어야 한다.
4)조건과 결론의 관계
어떤 판단이나 결과는 특정한 조건에서만 성립한다. ‘만약’, ‘~라면’, ‘~할 경우’, ‘~해야’, ‘~에 한해’와 같은 표현은 그 조건을 알려 준다. 조건을 빼고 결론만 기억하면 원문보다 적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또한 조건문은 표현 방식에 따라 조건과 결론의 연결 정도가 달라진다. 어떤 조건을 충족하면 결과가 가능하다는 뜻인지, 그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인지 구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조건과 결론을 함께 읽어야 누가 어떤 상황에서 해당 결과의 대상이 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과학관은 방학 기간에 중학생을 위한 실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누리집에서 사전 교육 영상을 시청한 학생은 심화 실험반에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영상을 시청했다고 해서 신청자가 모두 실험반에 선발되는 것은 아니다. 신청자가 정원을 넘을 경우에는 기초 과학 퀴즈 점수와 지원 동기를 함께 평가한다. 심화 실험반에 최종 선발된 학생만 실제 실험에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는 안전교육을 이수하고 보호자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두 요건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으면 실험실에 입장할 수 없다.”
두 번째 문장은 사전 교육 영상을 시청한 학생이 심화 실험반에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영상 시청은 신청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지만 최종 선발까지 보장하는 조건은 아니다. 실제로 다음 문장은 영상을 시청한 신청자가 모두 선발되는 것은 아니라고 제한한다. ‘최종 선발된 학생만 실제 실험에 참여할 수 있다’에서 ‘만’은 실험 참여 대상을 선발된 학생으로 한정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안전교육 이수와 보호자 동의서 제출이라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영상 시청, 실험반 신청, 최종 선발, 실제 참여는 서로 다른 단계이다. 조건과 결론을 정확하게 연결하지 않으면 신청 자격을 얻은 것을 최종 참가가 확정된 것으로 잘못 이해할 수 있다.
‘기준 점수 이상을 받으면 다음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문장은 기준 점수 이상이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다른 참여 방법이나 예외가 있는지 제시되지 않았다면 이 문장 하나만으로 모든 경우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반면 ‘기준 점수 이상을 받은 사람만 다음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면 기준 점수 이상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는 뜻이 분명해진다. ‘신청 기간 안에 서류를 제출하고 자격 기준을 충족해야 지원받을 수 있다’에서는 두 조건이 모두 필요하다. ‘또는’이 사용되었다면 여러 조건 가운데 하나만 충족해도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조건문을 읽을 때에는 먼저 조건과 결론을 각각 찾고, 그 조건이 가능성을 열어 주는지 대상을 한정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 ‘해야’, ‘할 수 있다’와 같은 짧은 표현이 조건과 결론의 관계를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