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을 키우는 단계별 연습 | 제7장숫자와 시각 자료를 정확하게 읽는다 | 1.숫자보다 먼저 조건을 확인한다

1.숫자보다 먼저 조건을 확인한다

숫자를 보면 먼저 값의 크기에 눈이 가기 쉽다. 그러나 수치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그 숫자가 어떤 조건에서 나온 것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누구를 조사했는지에 따라 결과를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달라진다. 언제 조사했는지에 따라 같은 현상에서도 다른 수치가 나타날 수 있다. 어떤 단위와 계산 기준을 사용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전체 집단을 조사한 것인지 일부 사람만 조사한 것인지에 따라서도 자료를 해석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숫자는 조사 대상과 기간, 단위, 범위 같은 조건과 함께 읽을 때 비로소 정확한 의미를 가진다.

1)누구를 조사했는가

조사 결과를 읽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조사 대상이다. 누구를 대상으로 조사했는지에 따라 같은 질문에서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연령과 지역, 직업의 사람만 조사했다면 결과는 우선 그 집단에 관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조사 대상보다 더 넓은 사람들에게 결과를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의 수가 많다고 해서 결과가 자동으로 전체 집단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했는지와 함께 어떤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한 온라인 교육 업체는 자사 학습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최근 세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이용한 대학생 100명이 참여했다. 응답자의 70퍼센트는 강의를 원하는 시간에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18퍼센트는 보통이라고 답했고 12퍼센트는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업체는 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온라인 학습에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사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이 참여하지 않았다. 서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거나 중간에 이용을 그만둔 사람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조사 결과는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의 만족도를 중심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제시문에서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70퍼센트이다. 그러나 이 숫자를 이해하려면 먼저 조사 대상이 누구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서비스를 최근 세 달 동안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이용한 대학생 100명이다. 따라서 70퍼센트라는 결과는 전체 학생이 아니라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 응답자에 관한 것이다.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의 생각은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서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은 사람이나 불만 때문에 이용을 그만둔 사람도 제외되었을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을 빼고 ‘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온라인 학습에 만족한다’라고 말하면 조사 결과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

조사 인원이 많아도 특정한 특징을 가진 사람에게만 치우쳐 있다면 넓은 집단을 대표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학생 1만 명을 조사하더라도 초등학생의 온라인 학습 경험을 설명할 수는 없다. 서비스에 만족한 이용자가 조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특정 서비스를 이미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긍정적인 경험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응답자’, ‘이용자’, ‘대학생’, ‘전체 학생’과 같은 표현을 구별해야 한다. 조사 결과를 볼 때에는 ‘몇 퍼센트인가’보다 먼저 ‘누구의 몇 퍼센트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조사 대상이 분명해야 수치를 어느 집단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

2)언제 조사했는가

같은 대상을 조사하더라도 조사 시기와 기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사회적 상황과 계절, 제도, 생활환경이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자료의 수치를 비교할 때에는 각각 어느 시점과 기간에 조사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짧은 기간에 빠르게 변하는 현상은 조사 시점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최근’, ‘지난해’, ‘올해’와 같은 표현도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어느 시점까지를 뜻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같은 수치라도 조사 기간이 다르면 변화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푸른강시의 8월 대중교통 이용 건수는 7월보다 20퍼센트 감소했다. 시에서는 8월 한 달 동안 지하철 두 개 역의 선로를 보수하여 주말 운행 횟수를 줄였다. 같은 기간 대학은 방학 중이었고 일부 회사도 여름휴가를 실시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낮 시간의 외출이 줄어든 날도 많았다. 한 지역 신문은 대중교통 이용자가 급격하게 감소했다며 시민이 대중교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8월의 이용 건수는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2퍼센트 감소한 수준이었다. 9월에 지하철 운행과 대학 수업이 정상화되자 이용 건수도 다시 늘어났다. 7월과 8월의 차이만으로 장기적인 이용 감소를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8월 이용 건수가 7월보다 20퍼센트 감소했다는 수치 자체는 두 달의 자료를 비교한 결과이다. 그러나 7월과 8월은 대학 방학과 휴가, 지하철 운행 감축, 폭염이라는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다. 따라서 이 감소를 시민의 장기적인 대중교통 이용 기피로 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같은 계절끼리 비교한 지난해 8월과의 차이는 2퍼센트에 그쳤다. 9월에 운행과 수업이 정상화된 뒤 이용 건수가 다시 늘었다는 사실도 8월의 감소가 일시적이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 어떤 시점을 비교하느냐에 따라 감소 폭은 20퍼센트로 보일 수도 있고 2퍼센트로 보일 수도 있다. 수치의 의미를 판단하려면 비교 기간과 그 기간에 있었던 특별한 상황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한 달 동안 나타난 변화와 여러 해 동안 이어진 추세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짧은 기간의 자료는 공사와 행사, 날씨, 방학 같은 일시적인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장기적인 변화를 판단하려면 같은 계절의 여러 해 자료나 충분히 긴 기간의 흐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한 지역의 1년 이용 건수와 다른 지역의 한 달 이용 건수를 그대로 비교해서도 안 된다. 기간의 길이가 다르면 값의 규모와 변동 가능성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달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최근 5년 평균보다’는 서로 다른 비교 기준이다. 숫자를 읽을 때에는 값과 함께 언제부터 언제까지 측정했으며 무엇과 비교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3)어떤 기준과 단위를 사용했는가

숫자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단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100’이라는 숫자만으로는 큰 값인지 작은 값인지 판단할 수 없다. 100명과 100만 명은 전혀 다른 규모이고 100원과 100만 원도 의미가 다르다. 같은 현상을 나타내더라도 실제 수와 비율은 서로 다른 정보를 보여 준다. 무엇을 기준으로 계산한 값인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단위와 기준은 숫자에 덧붙은 부수적인 정보가 아니라 숫자의 뜻을 결정하는 핵심 정보이다.

“한 공장은 올해 6월에 전력 1만 킬로와트시를 사용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의 8천 킬로와트시보다 2천 킬로와트시 증가한 수치이다. 증가량은 2천 킬로와트시이고 증가율은 25퍼센트이다. 공장은 같은 기간 생산량도 1만 개에서 1만 5천 개로 늘었다. 제품 한 개를 생산하는 데 사용한 전력은 지난해 0.8킬로와트시에서 올해 약 0.67킬로와트시로 감소했다. 전체 전력 사용량은 늘었지만 제품 한 개당 사용량은 줄어든 것이다. 공장 측은 생산 규모가 커지면서 전체 전력은 더 사용했지만 생산 단위당 에너지 효율은 개선되었다고 설명했다.”

제시문에서 전체 전력 사용량은 8천 킬로와트시에서 1만 킬로와트시로 늘었다. 따라서 실제 증가량은 2천 킬로와트시이고 이전 사용량을 기준으로 한 증가율은 25퍼센트이다. ‘전력 사용이 2천 증가했다’라고만 쓰면 킬로와트시인지 퍼센트인지 알 수 없다. 증가량과 증가율을 구별하지 않으면 변화의 크기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전체 사용량과 제품 한 개당 사용량은 기준이 서로 다르다. 공장은 전력을 더 많이 사용했지만 생산량이 더 큰 폭으로 늘어 제품 한 개당 전력 사용량은 감소했다. 어떤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인지에 따라 에너지 사용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공장의 에너지 사용이 늘었다고 말할 때에는 전체 사용량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제품 한 개당 사용량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 환경에 미친 전체 부담을 살펴보려면 1만 킬로와트시라는 총사용량이 중요할 수 있다. 생산 효율을 평가하려면 제품 한 개당 0.67킬로와트시라는 수치가 중요하다. 두 값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준에서 계산한 결과이다. 월소득과 연소득, 하루 이용자 수와 한 달 이용자 수처럼 기간을 나타내는 단위도 맞추어야 한다. 표와 그래프에서는 단위가 제목이나 축 옆에 작게 표시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띄는 숫자만 보지 말고 그 수치를 설명하는 단위와 계산 기준을 함께 확인해야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다.

4)전체와 일부를 구별하기

자료를 읽을 때에는 전체 집단을 모두 조사했는지 그중 일부만 조사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체 가운데 일부를 뽑아 조사한 집단을 표본이라고 한다. 표본조사는 전체를 직접 조사하기 어려울 때 전체 집단의 경향을 추정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표본에서 나온 결과가 전체 집단의 결과와 정확히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뽑았는지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본의 크기뿐 아니라 전체 집단의 특징을 얼마나 고르게 반영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해오름고등학교에는 학생 1천 명이 재학 중이다. 학생회는 학교 급식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해 학생 100명을 조사했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 가운데 60명은 급식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25명은 보통, 15명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따라서 조사에 참여한 학생의 급식 만족 비율은 60퍼센트였다. 그러나 조사 대상 100명 가운데 80명은 1학년 학생이었고 2학년과 3학년 학생은 각각 10명만 포함되었다. 조사 장소도 1학년 교실이 있는 건물 앞이었다. 학생회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전교생 1천 명 가운데 정확히 600명이 만족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특정 학년에 치우친 표본으로 전교생의 정확한 만족 인원을 계산하기는 어려웠다.”

조사에서 직접 확인된 결과는 표본 100명 가운데 60명이 만족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사에 참여한 학생의 60퍼센트가 만족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비율을 이용해 전교생의 경향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정확히 600명이 만족한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표본조사에는 전체 집단과 차이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시문의 표본은 1학년 학생에게 크게 치우쳐 있다. 조사 장소도 1학년이 자주 지나는 곳이므로 다른 학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 표본의 크기뿐 아니라 구성과 선정 방법이 전체 집단을 대표하기에 적절한지 확인해야 한다.

전교생의 의견을 더 잘 추정하려면 각 학년의 학생 수를 고려해 표본을 뽑을 수 있다. 남학생과 여학생, 급식을 자주 먹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처럼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징도 고르게 포함할 필요가 있다. 자발적으로 설문에 참여한 학생만 조사하면 급식에 강한 의견을 가진 학생이 더 많이 응답할 가능성도 있다. ‘전체 학생’, ‘응답자’, ‘조사 참가자’, ‘표본’은 서로 다른 범위를 가리킨다. 보고서에서 어떤 집단을 기준으로 비율을 계산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표본조사의 결과는 전체 집단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지만 표본의 수치를 전체의 정확한 인원으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 숫자가 어느 집단에서 나온 것인지 구별할 때 자료가 말할 수 있는 범위도 정확하게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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