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단순한 대체 인력이 아니다
4. 내국인과 외국인 돌봄노동자는 경쟁자인가 동료인가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에서 중요한 질문 가운데 하나는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대체 인력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함께 돌봄체계를 유지하는 동료로 볼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관점에 따라 제도의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외국인 인력을 단순한 대체재로 이해하면 정책의 초점은 부족한 인력을 얼마나 빠르게 충원할 것인가에 머물게 된다. 반대로 외국인 인력을 내국인과 함께 돌봄체계를 구성하는 보완적 주체로 본다면, 정책은 역할 분담, 숙련 형성, 노동권, 현장 협력, 사회적 수용성까지 함께 고려하게 된다. 결국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단순한 인력 충원 정책이 아니라 돌봄노동 시장 내부의 관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의 배경에는 분명 내국인 돌봄 인력 부족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 부족은 단순한 숫자의 부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낮은 임금, 높은 노동강도, 불안정한 고용, 제한적인 경력 경로, 낮은 사회적 평가가 누적되면서 내국인 인력의 유입과 장기근속이 어려워진 결과이다. 따라서 기존의 돌봄노동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 인력을 투입한다면, 외국인 노동자 역시 같은 구조 속에서 소진과 이탈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의 핵심 원칙은 대체가 아니라 보완이어야 한다.
내국인 요양보호사가 외국인 인력 도입에 불안을 느끼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돌봄노동은 오랫동안 낮은 임금과 낮은 사회적 평가 속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인력이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될 경우, 내국인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과 직업적 가치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다. 특히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나 개별 가구 직접고용 방식이 논란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채민석 등, 2024).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는 내국인 노동자의 불안을 단순한 반대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 불안은 돌봄노동이 그동안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다는 구조적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동일노동 동일기준이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낮은 임금, 더 약한 권리, 더 불안정한 고용조건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외국인 노동자가 낮은 기준 속에서 고용되기 시작하면 취약해지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만이 아니다. 돌봄노동 시장 전체의 기준이 낮아지고, 내국인 요양보호사의 협상력과 직업적 지위도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동일노동 동일기준은 임금 수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근로시간, 휴게시간, 산업안전, 감정노동 보호, 표준근로계약, 교육 기회, 경력 인정 체계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원칙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제도권 안에 편입할 때도 단순 저임금 보충 인력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일정한 자격과 교육, 언어 능력, 현장 적응 과정을 거쳐 장기요양체계 안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간에 대규모 인력을 충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 질과 노동권을 함께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인 접근이다. 한국 역시 저기준 대량 충원 방식과 과도한 진입장벽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야 하며,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장기요양체계의 공식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내국인과 외국인 노동자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형성하기 위해서는 역할 분담 방식도 중요하다. 다만 역할 분담이 효율성을 이유로 차별적 구조로 고착되어서는 안 된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힘들고 낮은 지위의 업무만 지속적으로 맡기거나, 내국인은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외국인은 단순 실행 업무만 담당하는 구조가 형성될 경우 노동시장 내부의 위계와 차별이 강화될 수 있다. 반대로 언어 능력과 제도 이해, 현장 경험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업무를 즉시 동일하게 맡기는 것도 서비스 질 저하와 현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역할 분담은 차별이나 배제가 아니라 단계적 숙련 형성과 안전한 현장 적응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내국인 숙련 요양보호사의 역할도 새롭게 이해될 필요가 있다. 장기근속 요양보호사는 현장 경험과 이용자 이해, 가족과의 의사소통, 기관 운영 방식에 대한 실천적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이들을 멘토, 현장 코치, 신규 인력 교육 담당자로 배치하고 이에 대한 수당과 경력 인정을 제공한다면, 외국인 인력 도입은 내국인 숙련 인력의 전문성과 직업 경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숙련된 내국인 인력이 외국인 근로자의 초기 적응을 돕는다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서비스 질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멘토링이 내국인 노동자에게 무급 부담으로 전가되어서는 안 되며, 공식적인 업무와 보상 체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장 조직문화 역시 중요한 조건이다. 요양기관은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는 수준을 넘어 다문화 인력관리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언어 지원, 업무 매뉴얼, 갈등 조정, 차별 예방, 고충 상담, 팀 내 의사소통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외국인 근로자는 현장에서 고립될 수 있다. 동시에 내국인 노동자는 외국인 근로자의 적응을 돕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업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는 기관 차원의 관리 역량과 조직문화 개선을 함께 요구한다. 외국인 노동자만이 아니라 내국인 노동자도 문화적 차이, 협업 방식, 차별 예방, 팀 기반 돌봄 원칙에 대한 공동교육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내국인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국인 인력 도입이 위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될 경우, 내국인 요양보호사는 이를 자신의 노동조건을 변화시키는 외부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제도 설계와 시범사업 과정에 요양보호사, 기관 관계자, 이용자 단체가 함께 참여한다면 정책 수용성과 현장 협력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은 현장의 노동자들을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참여자로 인정할 때 더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이용자와 가족에 대한 안내도 필요하다.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동일한 권리와 책임을 가진 돌봄노동자라는 점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외국인 노동자는 낮은 지위의 보조 인력으로 취급될 수 있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문제일 뿐 아니라 돌봄서비스의 질과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용자와 가족에게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자격, 교육, 업무 범위, 기관의 관리책임을 명확히 안내하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면서 동시에 돌봄 현장의 과도한 요구와 감정노동 문제를 줄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결국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는 내국인 요양보호사 정책과 분리되어 추진될 수 없다. 내국인 노동자의 처우와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 인력을 도입할 경우, 외국인 노동자는 기존의 취약한 노 동구조를 그대로 이어받게 되고 내국인 노동자는 고용 불안과 직업적 위축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동일한 노동 기준과 경력 체계를 적용하고, 교육과 멘토링, 권리보장, 장기근속 기반을 함께 마련한다면 외국인 인력 도입은 돌봄노동의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형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화의 핵심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경쟁시키는 것이 아니다. 안정된 고용, 공정한 임금, 충분한 교육과 훈련, 안전한 노동환경, 상호 존중의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돌봄노동 시장을 구축하는 데 있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내국인 요양보호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초고령사회에서 확대되는 돌봄 수요에 함께 대응하는 동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 관점이 마련될 때 외국인 인력 도입은 돌봄노동의 가치를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돌봄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