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안에 핵심을 말하는 법 002. 말이 길어지는 사람은 과정부터 말한다

제1장 말이 막히는 이유는 말솜씨가 아니라 구조다

2. 말이 길어지는 사람은 과정부터 말한다

말이 길어지는 가장 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신이 경험한 순서대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람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기억할 때 처음, 중간, 마지막의 시간 흐름을 따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설명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그다음에”, “그러다가”, “그래서 결국”이라는 순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할 때는 이런 방식이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상대가 빠르게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핵심이 너무 늦게 나온다. 말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과정의 흐름이지만 듣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대개 현재 결과와 그 이유, 그리고 앞으로의 행동이다.

회의 자료 제출이 늦어진 이유를 묻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담당자가 “처음에는 지난주 금요일까지 자료를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영업팀에서 매출 자료를 늦게 보내왔고, 받은 자료의 일부 숫자가 맞지 않아 다시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월요일 오후에 수정된 자료를 받았고 그다음에 표를 다시 만들다 보니 최종 자료를 아직 제출하지 못했습니다.”라고 설명할 수 있다.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지연된 과정을 빠짐없이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들어야 무엇이 문제였고 언제 제출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이를 다음처럼 바꾸면 훨씬 간단하다.

매출 수치 오류를 다시 확인하느라 회의 자료 제출이 하루 늦어졌습니다. 수정된 수치는 모두 반영했으며 오늘 오후 3시까지 최종본을 제출하겠습니다.

이 정도를 먼저 말한 뒤 상대가 “수치 오류가 왜 생겼습니까?”라고 물으면 그때 세부 경과를 설명하면 된다. 과정을 숨긴 것이 아니다. 과정의 위치를 뒤로 옮긴 것이다. 지금 판단하는 데 가장 필요한 내용을 먼저 알려주고 필요에 따라 상세한 설명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면접에서도 과정 중심의 답변이 자주 나타난다. “갈등을 해결한 경험을 말해보십시오.”라는 질문을 받으면 당시 조직의 상황, 팀원의 성격, 프로젝트가 시작된 계기부터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어진다. 말하는 사람에게는 그 배경이 있어야 당시 갈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경 설명이 30초, 40초 이어지는 동안 정작 지원자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험을 경험한 순서로 말했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이 뒤에 가려진 것이다.

예를 들어 “팀원마다 의견이 달라 어려움이 있었고 처음에는 서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결했습니다.”라고 말하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호하다. 반면 “의견 충돌로 일정이 늦어지자 각자의 주장을 다시 듣고 공통으로 지켜야 할 일정과 품질 기준을 먼저 정했습니다. 이후 두 기준을 바탕으로 업무를 재배분해 프로젝트를 예정된 기간 안에 마무리했습니다.”라고 말하면 해결 과정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보인다. 배경을 모두 없앤 것이 아니라 행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남긴 것이다.

말이 길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모든 정보가 처음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말할 내용은 중요도에 따라 층이 다르다. 지금 반드시 알려야 하는 핵심이 있고, 그 핵심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설명이 있다. 상대가 더 물어볼 때만 필요한 세부 정보도 있고, 현재의 대화에서는 아예 없어도 되는 내용도 있다. 이 구분을 하지 않으면 말하는 사람은 네 종류의 정보를 한 번에 전달하고, 듣는 사람은 그중 중요한 내용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따라서 말을 짧게 만들고 싶다면 무조건 문장을 삭제하기보다 정보의 순서를 바꾸는 것이 먼저이다. 예를 들어 보고라면 현재 결과와 필요한 조치를 먼저 말하고 경과는 뒤로 보낸다. 면접이라면 자신이 한 행동을 먼저 보여주고 그 행동이 필요했던 배경을 설명한다. 회의라면 자신의 입장부터 밝히고 필요한 이유를 덧붙인다. 짧은 말의 핵심은 내용을 적게 아는 것이 아니라 핵심과 세부사항을 같은 순간에 꺼내지 않는 것이다.

반복도 말을 길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자신이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느끼면 같은 생각을 표현만 조금씩 바꾸어 다시 설명하게 된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소통해야 하며, 결국 각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협력이 잘되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입니다.”라는 말이 그런 경우이다. 문장은 여러 개지만 실제로는 “좋은 성과를 내려면 개인의 역할 수행과 팀의 협력이 함께 필요하다.”라는 한 가지 생각을 반복하고 있다. 핵심이 불분명할수록 사람은 새로운 내용을 덧붙이면서 설명하려 하고, 핵심이 선명해질수록 불필요한 반복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말이 길다고 느껴질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어떻게 더 짧게 표현할까?”가 아니다. “내가 지금 결국 말하려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이 먼저이다. 이 질문에 한 문장으로 답할 수 있다면 뒤에 필요한 내용과 필요하지 않은 내용을 구분하기 쉬워진다. 반대로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면 아직 생각 자체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짧게 말하기는 문장을 줄이는 기술 이전에 생각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이다.

3분 안에 핵심을 말하는 법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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