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복잡한 생각을 짧고 분명하게 정리한다
2. 배경과 반복을 줄이면 핵심이 살아난다
사람이 설명을 길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상대가 충분한 배경을 알아야 자신의 결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경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려면 이전 상황을 알아야 할 수 있고, 책임이나 판단 기준이 달라지는 조건이 있다면 그 역시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배경이라는 이유로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설명하면 상대가 현재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 뒤늦게 알게 된다. 예를 들어 담당자가 다음과 같이 보고한다고 해보자.
처음 사업을 준비할 때는 신청자가 약 100명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고 당시에는 현재 인력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별도로 인력을 추가하지 않았는데 접수를 시작한 뒤 예상보다 신청자가 늘었고 지난주부터 처리 지연에 대한 문의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경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지만 현재 문제가 무엇인지는 뒤에 나온다. 이를 다음처럼 바꿀 수 있다.
신청자가 예상보다 40퍼센트 늘면서 현재 인력으로는 처리기한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약 100명을 예상해 추가 인력을 두지 않았지만 실제 신청이 예상치를 크게 넘었습니다. 이번 주 안에 업무 재배치나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의 예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현재 판단을 먼저 보여주고 그 판단에 필요한 배경만 남겼다. 배경을 남길지 판단할 때는 그 내용이 현재 결론에 영향을 주는지를 생각하면 좋다. 상대가 현재의 판단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가. 원인이나 책임을 판단할 때 중요한가. 앞으로의 행동이나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가. 상대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가. 이 질문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 배경은 처음부터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조직 안에서 같은 사람들이 반복해서 논의하는 주제라면 공유된 배경을 매번 처음부터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지난 회의에서 이미 합의한 내용을 이번 회의에서도 다시 길게 설명하면 새로운 논의에 사용할 시간이 줄어든다. “지난 회의에서 시범운영 필요성 까지는 합의했으므로 오늘은 대상 부서와 평가 기준을 결정하겠습니다.”라고 이전 논의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충분할 수 있다.
반복도 말의 핵심을 약하게 만든다. 중요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같은 표현을 여러 번 말하면 기억에 남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정보가 없는 문장이 계속 이어질 뿐이다. “협업이 중요합니다.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개인의 역할뿐 아니라 협업이 필요합니다. 결국 함께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라는 말은 네 개의 문장이지만 핵심은 하나이다. 강조가 필요하다면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보다 이유나 사례를 붙이는 편이 낫다.
협업에서 중요한 것은 역할 분담뿐 아니라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역할만 나누고 중간 확인을 하지 않으면 각자의 결과물이 마지막 단계에서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전 프로젝트에서도 중간 자료를 공유하지 않아 최종 취합 단계에서 형식을 다시 맞추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핵심을 한 번 말하고, 왜 중요한지와 실제 사례를 붙였다. 반복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 불필요하게 겹치는 표현도 줄일 수 있다. “미리 사전에 준비한다”, “다시 재검토한다”, “서로 상호 협력 한다”처럼 의미가 겹치는 말은 하나만 남겨도 된다. “현재 지금 상황에서는”, “기본적으로 원칙적으로는”처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표현이 연속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표현이 반복되면 개별적으로는 짧아도 전체 문장은 무거워진다.
말을 줄일 때 가장 먼저 삭제해야 하는 것은 필요한 이유나 근거가 아니다. 현재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배경과 같은 의미의 반복이다. 이 두 가지를 먼저 덜어내면 중요한 정보를 지우지 않고도 말의 길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