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잘 듣는 사람이 핵심을 더 빨리 잡는다
3. 사실과 해석, 감정을 구분해서 듣는다
사람이 경험을 이야기할 때 사실만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 일어난 일에 자신의 해석과 감정이 함께 붙는다. “팀장이 내 의견을 무시했습니다.”라는 문장에는 어떤 행동이 있었는지와 그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함께 들어 있다. “고객이 너무 무례했습니다.”라는 말에도 실제 발언과 그 발언에 대한 평가가 섞여 있다. 이 세 가지를 구분하지 않으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고 대화가 감정적인 평가로 흘러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료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해보자.
팀장이 제 의견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항상 자기 마음대로 결정합니다.
그 말을 바로 사실로 받아들여 “팀장이 문제가 있네요.”라고 반응하면 상대의 평가에 동의한 것이 된다. 반대로 “팀장 입장에도 이유가 있었겠죠.”라고 바로 말하면 상대는 자신의 경험을 무시당했다고 느낄 수 있다. 먼저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하는 편이 낫다.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조금 더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상대가 “지난 두 번의 회의에서 의견을 말하려 했는데 시간이 없다고 바로 결론을 냈습니다.”라고 답한다면 이제 확인 가능한 사실이 보인다. 두 차례 회의에서 충분한 의견 제시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낀 감정을 구분할 수 있다.
감정을 듣는다고 감정의 원인이 모두 사실이라는 뜻은 아니다. 누군가 “저를 일부러 제외한 것 같아서 화가 났습니다.”라고 말하면 화가 났다는 감정은 그 사람에게 실제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제외했다는 해석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을 수 있다. 따라서 “그렇게 느끼셨군요. 회의 일정이 전달되지 않은 경위는 따로 확인해보겠습니다.”라고 반응할 수 있다. 감정은 인정하면서 사실관계는 별도로 확인하는 것이다.
업무에서도 사실과 해석을 구분해 들어야 한다. “새 시스템 때문에 일이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실제 입력 항목이 늘었는지, 처리시간이 늘었는지, 초기 적응 때문에 어렵게 느끼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존보다 입력해야 할 항목이 두 개 늘었고 같은 자료를 두 번 입력하고 있습니다.”라는 설명이 나오면 해결할 문제가 구체적으로 보인다.
면접 질문을 들을 때도 질문자의 표현을 지나치게 평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 “왜 그렇게 판단했습니까?”라는 질문을 자신의 답변을 부정하는 말로 받아들이면 방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는 판단 기준을 더 자세히 듣기 위한 일반적인 추가 질문일 수 있다. 질문의 어조보다 무엇을 확인하려 하는지를 듣는 편이 중요하다.
감정이 강하게 표현될수록 사실을 먼저 따지려고 하면 대화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고객이 “세 번이나 연락했는데 아무도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았습니다.”라고 화를 낸 상황에서 “정확히는 두 번연락하셨습니다.”라고 바로 정정하면 사실은 맞을 수 있어도 핵심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먼저 “여러 번 연락했는데 해결되지 않아 답답하셨던 것으로 이해했습니다.”라고 감정을 확인하고, 이후 연락 기록과 처리 상황을 살펴보는 편이 낫다.
잘 듣는 사람은 사실과 해석과 감정 가운데 하나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은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알려주고, 해석은 상대가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보여주며, 감정은 그 일이 상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알려준다. 다만 세 가지를 서로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