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디지털 전환과 사회서비스 변화
7. 디지털 전환과 돌봄노동
디지털 전환은 돌봄 종사자가 서비스 내용을 기록하고 이동하며 판단하고 이용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전자 기록, 모바일 일정 관리, 센서, 원격 상담과 인공지능은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지만, 업무 속도와 종사자의 행동을 지나치게 측정하거나 새로운 정보 입력과 대응 업무를 늘릴 수도 있다. 돌봄의 성과는 정해진 업무의 처리뿐 아니라 이용자와의 신뢰, 세심한 관찰, 정서적 지지와 상황에 맞는 전문적인 판단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기술의 효율성과 돌봄노동의 관계적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은 기기의 도입 여부보다 기술이 누구의 부담을 줄이고 종사자와 기관의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1) 기록과 행정업무의 자동화
기록과 행정업무의 자동화는 반복적인 정보 입력과 문서 분류, 일정 배정, 비용 청구와 보고서 집계를 디지털 시스템이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 자료의 자동 불러오기, 음성을 문자로 바꾸는 기능과 표준서식 자동 완성은 돌봄 종사자가 같은 정보를 여러 번 작성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일정 관리 시스템은 이동 거리와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을 비교하여 방문 순서를 제안하고 빠진 방문이나 점검 시점을 알려 줄 수 있다. 장기요양 분야의 온라인 도구는 행정과 관리 부담을 줄이고 종사자가 직접적인 돌봄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도록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OECD, 2023a). 자동 집계 기능은 기관의 서비스 실적과 공백을 빠르게 파악하게 하여 담당자가 일일이 자료를 모아 정리하는 업무를 줄일 수 있다. 기록 자동화가 실제 업무 부담을 줄이려면 원래 자료가 정확하고 여러 시스템의 정보 항목이 서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으로 작성된 내용이 잘못되면 종사자가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 추가 업무를 해야 하며, 잘못된 기록은 이용자에게 불리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담의 상황과 이용자의 미세한 변화, 종사자의 전문적인 판단은 정해진 항목이나 자동 요약만으로 충분히 표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스템이 기록의 초안을 만들더라도 종사자가 내용을 확인하고 수정하여 최종 기록에 책임지는 절차를 유지하고, 작성한 문서의 수보다 실제로 줄어든 업무 시간과 오류율, 직접 돌봄에 사용한 시간과 종사자가 느끼는 정신적 부담을 중심으로 자동화의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2) 돌봄노동자의 업무 변화
디지털 기술은 돌봄 종사자가 서비스 현장에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하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협력하도록 업무 범위를 넓힌다. 모바일 기록을 활용하면 방문 중에 이전 서비스 이력과 주의 사항을 확인하고 이용자의 상태 변화를 즉시 팀에 전달할 수 있다. 센서와 원격 모니터링은 낙상, 활동 감소와 복약 누락 등의 신호를 제공하여 직접 확인이 필요한 상황을 빠르게 발견하도록 돕는다. 돌봄 종사자는 신체적·정서적 지원뿐 아니라 이용자가 기기를 이해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돕는 디지털 지원자의 역할도 맡게 된다. 이에 따라 정보 해석, 원격 의사소통, 개인정보 보호와 기술 오류에 대응하는 능력이 새로운 직무 역량으로 중요해진다. 이러한 업무 변화가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기술을 기존 업무에 단순히 추가하지 말고 직무 내용과 역할을 함께 다시 설계해야 한다. 기관은 직종별로 필요한 디지털 역량을 확인하고 근무시간 안에 실습과 반복 교육, 동료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기술에 익숙한 일부 종사자에게 기기 오류 해결과 동료 교육이 비공식적으로 집중되지 않도록 정식 역할을 부여하고 적절히 보상할 필요가 있다. 보건·돌봄 인력이 디지털 전환에 적응하도록 기술과 직무의 변화에 필요한 역량을 미리 파악하고 지속적인 교육체계를 마련하며, 종사자가 변화의 목적과 업무상 이점을 이해하고 기술 설계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OECD & ILO, 2022).
3) 디지털 감시와 노동통제
디지털 시스템은 접속 기록, 위치정보, 방문 시간, 이동 경로, 업무 처리량과 이용자 평가를 지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관리자는 이러한 자료를 활용하여 근무 여부와 종사자의 안전을 확인하고 인력과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업무를 자동으로 배정하고 속도와 성과를 평가하면 노동 과정을 통제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알고리즘 관리는 컴퓨터로 정한 절차를 이용하여 노동자를 관찰하고 업무를 조직·지시하며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이다(Eurofound, 2025). 돌봄 시간을 수치로만 비교하면 이용자의 상태가 복잡하거나 관계 형성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사례의 특성이 성과 평가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과도한 감시는 종사자가 이용자보다 기록 기준과 시간표를 우선하게 만들고 상황에 맞게 판단할 권한과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위치와 행동 정보가 근무시간 밖에서도 수집되거나 원래 목적과 다르게 징계에 이용되면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침해될 수 있다. 기관은 어떤 정보를 왜 수집하고 누가 얼마 동안 이용하는지를 종사자에게 설명하고 업무 목적에 필요한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 종사자가 자신의 정보와 평가 근거를 확인하고 오류를 수정하며 자동으로 내려진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여 사람의 재검토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감시기술을 도입하기 전에는 노동조합이나 종사자 대표와 협의하여 개인정보, 차별, 안전과 정신건강 및 직장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ILO, 2025b).
4) 새로운 디지털 업무 부담
디지털화는 종이로 처리하던 업무를 줄일 수 있지만 서로 연결되지 않은 여러 시스템에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입력하는 이중 업무를 만들기도 한다. 현장에서 통신 연결이 불안정하면 종사자는 내용을 따로 메모한 뒤 업무가 끝난 후 시스템에 다시 입력해야 한다. 반복되는 알림과 비밀번호 변경, 앱 업데이트와 기기 오류는 돌봄 업무의 집중을 방해하고 별도의 문제 해결을 요구한다. 이용자와 보호자가 근무시간 이후에도 메시지를 보내고 즉시 답변하기를 기대하면 근무와 휴식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전자 기록에서 지나치게 많은 문서를 요구하면 업무량과 시간적 부담이 늘고 이용자와 직접 소통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OECD, 2023a). 기관은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과 후에 업무별 소요 시간과 중복 입력을 측정하여 실제로 줄어든 업무와 새롭게 늘어난 업무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불필요한 정보 항목과 알림을 줄이고 한 번 입력한 정보를 필요한 범위에서 다시 활용하도록 시스템을 연결해야 한다. 기록과 교육, 오류 해결에 사용한 시간을 공식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고 업무별 상담 창구와 현장 지원 인력을 제공해야 한다. 퇴근 후 연락 기준과 긴급·비긴급 메시지의 대응 시간을 명확히 하고, 시스템 장애 시 사용할 임시 기록과 연락 절차를 마련하여 종사자가 항상 접속하거나 개인 기기와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업무 공백을 해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5) 기술과 돌봄노동의 협업
기술과 돌봄노동의 협력은 자동화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과 종사자의 서로 다른 강점을 결합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기술은 반복적인 계산과 일정 비교, 위험 신호의 발견과 신체적 부담이 큰 일부 업무를 빠르고 일관되게 지원할 수 있다. 돌봄 종사자는 이용자의 말과 표정, 생활환경과 관계의 상황을 이해하고 예외적인 상황에서 윤리적·전문적 판단을 내린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은 위험한 업무를 보조하고 업무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지만 안전하고 공정하게 도입하려면 예방정책을 마련하고 종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ILO, 2025b). 기술은 돌봄 관계를 줄이는 수단이 아니라 종사자가 안전하게 일하면서 이용자에게 집중할 시간과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도록 돕는 수단이어야 한다. 이용자와 가족, 돌봄 종사자와 관리자가 문제의 정의, 기능 설계, 시험과 평가에 함께 참여할 때 협력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기관은 소규모 시범 운영을 통해 오류와 업무 부담, 접근성, 이용자와의 관계와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뒤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시스템의 권고와 종사자의 판단이 다를 때에는 종사자가 판단 근거를 기록하고 권고를 수정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기술로 절약한 시간과 자원은 인력을 줄이는 데만 사용하지 말고 직접적인 돌봄, 종사자의 휴식과 교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다시 활용하여 이용자의존엄과 선택권, 돌봄의 질, 종사자의 안전과 전문성이 함께 향상되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