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시대의 돌봄서비스 046. 디지털 전환의 개념

제7장 디지털 전환과 사회서비스 변화

1. 디지털 전환의 개념

디지털 전환은 컴퓨터나 온라인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료와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조직과제도,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이다. 정보의 저장과 전달 방식이 바뀌면 업무 절차와 의사결정, 서비스 이용 경로와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도 함께 변화하여 효율성과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개인정보 침해, 서비스 배제, 노동 통제와 특정 기관이나 기업으로의 권한 집중이라는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서비스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기술의 성능보다 누구의 필요를 해결하고 이용자의 권리와 인간관계를 강화하는지 또는 약화하는지를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

1) 디지털화와 디지털 전환

디지털화는 종이 문서, 사진, 음성과 같은 아날로그 자료를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형식으로 바꾸는 활동에서 시작된다. 종이로 작성한 사례 기록을 전자파일로 변환하거나 수기 명부를 데이터베이스로 옮기는 것은 정보의 형태를 바꾸는 ‘자료의 디지털화’에 해당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업무의 순서와 정보 전달 방식, 서비스 제공 방법을 개선하는 과정은 더 넓은 의미의 ‘업무의 디지털화’로 구분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은 이러한 변화와 기술 활용이 쌓여 조직의 목표와 역할, 의사결정, 서비스 운영 방식과 이용자와의 관계까지 구조적으로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OECD도 아날로그 자료와 절차를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것, 디지털 기술로 활동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과 그에 따른 경제·사회적 효과를 구분하여 설명한다(OECD, 2019a). 세 개념은 단계적으로 연결되지만 모든 전산화가 자동으로 디지털 전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종이 신청서를 그대로 온라인 화면에 옮기더라도 복잡한 항목과 반복적인 서류 제출, 기관 중심의 승인 절차가 유지되면 이용자의 경험은 실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신청 정보를 한 번만 제출하고 기관이 안전하게 공유하며 이용자가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절차를 다시 설계하면 기술이 서비스 관계와 기관의 책임을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은 사용한 장비가 얼마나 최신인지보다 업무 중복이 줄고 의사결정의 투명성, 접근성, 이용자의 통제권과 공공적 성과가 향상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며,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목적에 맞게 제도와 조직을 함께 바꾸는 사회적 혁신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2) 디지털 기술의 발전

디지털 기술은 대형 컴퓨터를 이용한 자료 처리에서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기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발전해 왔다. 초기 정 보화는 기관 내부의 계산과 문서 관리를 자동화하는 데 집중했지만, 인터넷의 확산은 기관 밖의 사람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결하였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통신은 특정 장소의 컴퓨터를 이용해야 했던 제약을 줄이고 일상생활에서 정보 검색, 신청, 상담과 결제를 가능하게 하였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서버와 소프트웨어를 개별 기관이 모두 소유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공동으로 이용하게 하여 서비스의 확장과 기관 간 연계를 쉽게 만들었다. 사물인터넷과 센서는 사람이 직접 입력하지 않아도 위치, 움직임, 환경과 건강 상태에 관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자료 저장 비용의 감소와 컴퓨터의 계산 능력 향상은 대규모 자료에서 일정한 특징과 관계를 찾는 분석 기술과 기계학습의 활용을 확대하였다. 인공지능은 분류, 예측, 추천, 음성 인식, 영상 분석과 언어 생성을 통해 사람이 수행하던 판단과 정보 처리 업무의 일부를 지원하거나 자동화한다. 이러한 기술은 각각 따로 작동하기보다 초고속 통신망과 클라우드, 센서 및 자료 분석이 결합되어 원격서비스와 실시간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전환의 성과는 장비와 인공지능의 성능뿐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자료, 서로 다른 시스템을 연결하는 공통 기준, 보안, 전문인력, 조직문화와 이용자의 기술 활용 능력에 따라 달라지며, 디지털 기술은 물리적 형태가 없어 규모를 쉽게 확대할 수 있고 빠르게 복제·결합되며 자료를 지속적으로 생성하고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기관을 연결하는 특성을 가진다(OECD, 2019a).

3)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 사회

디지털 플랫폼은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기관이나 정보가 온라인에서 서로를 찾고 소통하도록 운영 규칙과 기술적 환경을 제공하는 매개체이다. 검색, 사회관계망, 전자상거래, 배달, 이동, 교육과 공공서비스 플랫폼은 서로 다른 참여자를 연결하여 거래와 의사소통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 플랫폼은 단순한 온라인 게시판이 아니라 가입 조건, 정보의 노출, 검색 순위, 추천, 수수료, 평가와 분쟁 처리 방식을 정하여 참여자의 행동과 기회에 영향을 미친다.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검색과 클릭, 신청, 구매, 이동과 평가는 다시 자료로 축적되어 서비스 개선과 예측, 개인별 추천과 새로운 수익 창출에 활용된다. 따라서 디지털 플랫폼은 사람과 기관의 상호작용을 연결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자료를 기록하고 활용하는 기반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가진다(UNCTAD, 2019). 자료 중심 사회에서는 개인과 조직의 활동이 측정할 수 있는 정보로 바뀌고 분석 결과가 자원 배분과 의사결정에 다시 영향을 미친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정보와 연결 기회가 증가하는 현상은 플랫폼의 편리성을 높이지만 소수의 기업이나 기관에 자료와 영향력이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플랫폼 운영자는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우선 보여 줄지, 누구의 참여를 제한할지를 결정하므로 기술의 설계는 단순한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기준과 권한의 문제이다. 많은 자료를 보유하더라도 수집 대상이 일부 집단에 치우치거나 생활 맥락이 빠지고 측정하기 쉬운 행동만 기록되면 현실을 왜곡하고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자료의 양보다 정확성과 대표성, 이용 목적의 적절성, 이용자의 권리, 공공의 관리와 사회적으로 유익한 활용을 중심으로 플랫폼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4) 디지털 전환의 사회적 의미

디지털 전환은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 교육, 돌봄, 소비, 정치 참여와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는 조건을 변화시킨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줄어들면 이동이 어렵거나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 사는 사람도 정보와 지원을 이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디지털 기기와 통신망, 비용, 활용 능력이나 접근성을 고려한 설계가 부족한 사람은 필수적인 활동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뀔수록 더 큰 배제를 경험할 수 있다. 자동화는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새로운 직무를 만들 수 있지만 노동 과정을 지나치게 측정하고 성과를 실시간으로 통제하거나 기존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의 사회적 성과는 평균적인 편리성뿐 아니라 그 혜택과 위험이 소득계층, 연령, 장애, 성별과 지역에 따라 어떻게 나누어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사회서비스에서 디지털 기술은 권리를 보장하는 수단이어야 하며 비용 절감이나 기관의 관리 편의를 이유로 사람과의 관계와 이용자의 선택을 줄여서는 안 된다. 이용자는 기술이 자신에 관한 어떤 자료를 수집하고 어떻게 판단하며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고 정보의 열람과 수정, 기술 이용의 거부와 이의 제기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서비스와 대면 서비스를 함께 유지하고 설계 단계부터 이용자와 종사자가 참여해야 기술에 현장의 필요와 사람들의 다양한 능력을 반영할 수 있다. 또한 기기의 생산과 폐기,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물 사용 등 디지털 기반시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여 기술의 확산 자체보다 인간의존엄과 사회적 권리, 민주적인 관리,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UNCTAD, 2024).

AI·로봇 시대의 돌봄서비스 표지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