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해외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3. 독일 – 제도와 시장이 공존하는 구조
2) 비공식 고용 문제
독일의 돌봄 체계는 제도적으로는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운영을 들여다보면 공식 제도와 비공식 고용이 함께 존재하는 이중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장기요양보험 체계로 충분히 포괄되지 않는 가정 내 돌봄 영역에서는 비공식 고용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독일 돌봄 체계의 중요한 특징이자 동시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겉으로는 잘 갖춰진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는그 틈을 메우기 위해 다양한 비공식 방식이 함께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공식적인 제도 안에서 일하는 돌봄 인력은 비교적 안정적인 보호를 받는다. 병원이나 요양시설과 같은 제도권 내에서 고용될 경우, 최저임금, 근로시간, 사회보험 등 기본적인 노동 조건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특히 독일은 ‘돌봄 최저임금(Pflegemindestlohn)’ 제도를 통해 임금 수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노동 환경 역시 일정 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BMAS, 2024). 이러한 제도는 돌봄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는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에는 충분히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가정에서는 동유럽이나 제3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거나, 민간 중개업체를 통해 돌봄 인력을 구하는 방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 과정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비공식 고용이 발생하게 되며, 이러한 형태는 독일 돌봄 현장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Evans-Borchers et al., 2024).
이러한 비공식 고용이 발생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비용 문제를 들 수 있다. 공식 제도를 이용할 경우 서비스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일부 가정에서는 보다 저렴한 대안을 찾게 된다. 비공식 고용은 이러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상주형 돌봄처럼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돌봐야 하는 경우에는, 제도권 서비스만으로는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도 있다. 결국 비용과 시간이라는 두 가지 이유가 결합되면서 비공식 고용이 확대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결과로 독일에서는 제도권 내의 정규 고용과 가정 중심의 비공식 고용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 구조는 노동권 보호 측면에서 문제를 낳는다. 비공식 고용 상태에 있는 노동자는 근로시간, 임금, 휴식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회보험에서도 제외되는 경우가 있어, 사고나 질병이 발생했을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BMAS, 2024; Evans-Borchers et al., 2024).
또한 제도권 진입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점도 비공식 고용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돌봄노동자가 공식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자격 인정 절차를 거쳐야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경우 추가 교육이나 시험을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부 노동자는 보다 빠르게 일할 수 있는 비공식 경로를 선 택하게 된다(Rahn, 2024).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여러 문제가 나타난다. 외국인 돌봄노동자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현장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차별이나 갈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비공식 고용 상태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쉽게 드러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부족하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Cöster & Scheibner, 2024; Ritter,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공식 고용은 독일 돌봄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식 제도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돌봄 수요를 채워주고, 가정이 필요로 하는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시간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는 비공식 인력이 사실상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결국 독일의 돌봄 모델은 장기요양보험이라는 강력한 공적 제도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 위에 시장과 가정이 결합된 비공식 영역이 함께 작동하는 ‘혼합형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한편으로는 제도의 안정성과 현실적인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와 제도적 통제의 한계를 함께 드러내고 있다.
이 사례는 돌봄 체계가 단순히 제도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공식 제도와 비공식 영역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