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2. 인력 양성과 교육은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2) 현장 중심 교육 체계 구축: 통합형·단계형 훈련 모델
자격과 언어 기준이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의 ‘입구’를 정하는 요소라면, 실제 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교육과 훈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기준으로 인력을 선발하더라도, 이후 교육과 현장 적응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돌봄 서비스의 수준은 기대만큼 올 라가기 어렵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정책에서 교육은 단순히 자격증을 취득하는 단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입국 전부터 현장에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 다시 설계될 필요가 있다.
먼저 일본의 사례를 보면, 교육과 현장을 연결하려는 노력이 잘 드러난다. 일본은 양성학교에서의 이론 교육과 실제 돌봄시설에서의 실습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받는 동안 자연스럽게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수업과 함께 개호시설에서 실무를 경험하면서 직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제 업무에 필요한 기 술을 익히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교육과 현장의 간극을 줄이는 데 효과 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교육 기간이 길고 시험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어, 인력 공급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한계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尾形知世 & 矢橋知枝, 2024; 畠中香織 et al., 2024).
반면 대만은 교육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력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방식은 인력을 빠르게 확보하는 데에는 유리하지만, 돌봄 기술이나 서비스의 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가정 중심의 돌봄 구조에서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여 돌봄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서비스 수준의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이용자의 만족도뿐 아니라 돌봄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Chan & Chen, 2024; 戴二彪, 2024).
독일은 자격 인정 이후 보완 교육과 직무 훈련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 려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정한 기준을 통과한 이후에도 추가 교육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실제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제도권 교육에서 배우는 내용과 실제 현장에서 요구되는 업무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Rahn, 2024; Evans-Borchers et al., 2024).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한국은 단순히 어느 한 나라의 교육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현실에 맞는 ‘통합형·단계형 교육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교육을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로 나누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첫 단계인 입국 전 교육에서는 기초적인 한국어와 돌봄의 기본 개념을 중심으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최소한의 의사소통과 기본적인 돌봄 이해를 목표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입국 초기에는 현장 적응을 위한 집중 교육과 멘토링이 필요하다. 실제 업무를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경험이 많은 요양보 호사와 함께 일하며 배우는 과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일정 기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심화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보다 전문적인 돌봄 기술이나 상황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며, 필요에 따라 자격을 상향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처음부터 높은 수준을 요구하 기보다, 일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이는 인력의 조기 이탈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근무를 유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현장 중심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돌봄은 이론만으로는 익히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배우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실습 비중을 높이고, 숙련된 요양보호사와의 멘토링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식은 외국인 근로자가 현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동시에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교육 체계는 한 기관이 단독으로 운영하기보다는 여러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국가는 전체적인 기준과 인증 체계를 마련하고, 대학이나 교육기관은 이론 교육을 담당하며, 실제 요양기관은 실습과 현장 훈련을 맡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협력 구조를 통해 교육의 표준화와 현장 적합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더불어 언어 교육과 직무 교육을 따로 나누기보다 함께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돌봄 현장에서 필요한 언어는 단순한 문법이나 시험 중심의 표현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사용되는 말과 표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사 보조, 이동 지원, 감정 위로와 같은 상황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직무 교육과 함께 익히도록 하면, 훨씬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이는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줄이고, 이용자와의 관계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결국 한국형 인력 양성 체계는 단순한 자격 취득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교육–현장–정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러한 통합형 교육 모델은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단기적으로 활용하는 인력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문 인력으로 키우는 기반이된다. 동시에 돌봄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