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빈자리, 누가 채울 것인가 023. 불법·비공식 고용 문제: 구조적 발생 원인과 위험성

제4장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3. 안정적인 고용 구조 만들기

1) 불법·비공식 고용 문제: 구조적 발생 원인과 위험성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중 하나는 ‘합법적인 고용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만약 제도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경로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불법·비공식 고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일부 사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 침해, 돌봄 서비스의 질 저하, 사회적 갈등 등 여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돌봄 노동은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부의 관리와 감독이 쉽지 않아 비공식 고용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만의 사례는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준다. 대만은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빠르게 도입하여 인력 부족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하는 데 성공했지만, 고용 구조가 가족과 민간 중개업체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였다. 예를 들어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거나, 중개업체에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상주형 근무 구조에서는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장시간 노동이 이어지고, 외부와의 접촉이 제 한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문제도 나타난다(Wang & Liu, 2024; 勞 動部, 2025).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제도 자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독일의 경우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역시 비공식 고용 문제가 존재한다. 독일은 장기요양보험을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공적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비공식 고용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가정에서 상주하며 일하는 돌봄근로자의 경우, 공식적인 노동계약이 없는 상태로 일하거나 사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이는 제도적으로는 잘 설계되어 있어도, 실제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면 비공식 시장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Evans-Borchers et al., 2024; BMAS, 2024).

일본은 상대적으로 국가 중심의 관리 체계를 통해 합법적인 고용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일정한 절차와 기준을 통해 제도 안으로 들어오고, 그 과정에서 국가의 관리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역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높은 자격 기준과 제한적인 인력 유입 구조로 인해 전체 돌봄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즉, 비공식 고용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지만, 대신 인력 부족 문제가 계속 유지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北根精美, 2025).

이처럼 세 나라의 사례를 비교해 보면, 불법·비공식 고용 문제는 단순히 제도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력 수급 구조와 제도 설계 방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력 유입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공식 제도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문제가 생기고, 반대로 시장에 너무 맡기면 노동권 보호가 약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구조는 다른 형태의 문제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재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일하는 비율은 낮고, 앞으로 돌봄 인력 부족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제도적 준비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비공식 고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민간 중개 중심 구조가 형성될 경우 대만과 유사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불법·비공식 고용 문제는 사후에 단속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 결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제도를 설계할 때 예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경로를 충분히 마련하고, 노동 조건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며, 이를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근로계약의 표준화, 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 중개 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이 필요하다.

또한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관리 방식도 중요하다. 단순히 규정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점검하고 지원하는 체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불법 고용이나 부당한 노동 조건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줄일 수 있다.

결국 안정적인 고용 구조를 만드는 것은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합법적인 고용 구조가 제대로 작동할 때 노동자의 권리가 보호되고, 서비스의 질도 유지될 수 있으며,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이러한 기반이 부족할 경우 제도는 지속되기 어렵고,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이 앞으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를 설계할 때는 단순히 인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안정적이고 투명한 고용 구조를 함께 만드는 데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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