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빈자리, 누가 채울 것인가 025. 공공기관의 역할: 제도 신뢰성과 통제력 확보의 핵심 축

제4장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4. 관리와 감독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1) 공공기관의 역할: 제도 신뢰성과 통제력 확보의 핵심 축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중심이 되는 관리·감독 체계가 필요하다. 단순히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점검하는 역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관리 체계는 고용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동시에 돌봄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돌봄 노동은 가정과 시설 등 다양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역할은 다른 분야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먼저 공공기관은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자격과 고용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누가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통해 취업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고 이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법무부가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을 지정하고 자격 취득과 취업을 연결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입국부터 취업까지의 과정을 제도 안에서 관리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법무부·보건복지부, 2025). 이러한 방식은 국가가 인력의 유입과 질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와 비슷하게 일본도 공공기관이 중심이 되어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모집, 교육, 자격 취득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질을 유지하는데 기여한다(国際厚生事業団, 2024). 즉,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록 제도의 통제력과 안정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공공기관의 역할이 약할 경우에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만의 사례를 보면, 제도 자체는 존재하지만 실제 운영이 가족과 민간 중개업체에 크게 의존하면서 계약이 불투명해지거나 노동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공기관이 관리의 중심에서 벗어나게 되면 제도의 안정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戴二彪, 2024; 勞 動部, 2025).

또한 공공기관은 근로조건을 관리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 근로시간이 과도하지 않은지, 사회보험이 적용되고 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장기요양보험과 돌봄 최저임금 제도를 통해 일정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고 있지만, 가정 내 상주형 돌봄의 경우에는 감독이 어려워 노동권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BMAS, 2024; Evans-Borchers et al., 2024). 이는 공공기관의 관리 범위가 제한될 경우, 제도 밖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공공기관이 근로계약, 임금, 근로시간, 사회보험 적용 여부 등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제도 안과 밖의 격차를 줄이고, 비공식 고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더 나아가 공공기관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도를 관리하고 개선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같은 기관을 중심으로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수, 근로조건, 이직률 등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보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데이터 관리는 단순한 통계 작업이 아니라,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또한 공공기관은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돌봄 현장에는 이용자, 가족, 기관, 근로자 등 여러 주체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의견 차이나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해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중재하고 해결할 수 있는 공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상담 창구나 분쟁 조정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이러한 역할의 한 부분이다.

결국 공공기관은 단순히 규정을 지키는지 확인하는 ‘감독자’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전체를 관리하는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자격 관리, 고용 과정 통제, 노동권 보호, 데이터 기반 정책 운영, 갈등 조정까지 다양한 기능을 함께 수행할 때 제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공공 중심의 관리 체계는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고, 비공식 고용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제도가 오래 유지되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중심을 잡고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돌봄의 빈자리, 누가 채울 것인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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