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1. 실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2) 문화 차이: 갈등 발생과 사회적 수용성을 결정하는 구조적 요인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가 현장에서 잘 작동하려면 언어 문제뿐 아니라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와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돌봄은 단순히 일을 처리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의 생활 방식과 감정, 관계가 함께 얽혀 있는 영역이다. 식사 습관, 말하는 방식, 어른을 대하는 태도, 가족간 역할 인식 등 다양한 요소가 돌봄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문화 차이는 자연스럽게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특히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먼저 일본의 사례를 보면,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중 하나가 바로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편견과 차별이다. 일본 사회는 비교적 문화적으로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조직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차별적인 시선을 경험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직무 스트레스를 높이고, 결국 이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육, 즉 ‘이문화 케어 교육’의 필요성이 계속 강조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교육이 외국인 근로자의 적응과 직무 만족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畠中香織 et al., 2024).
대만에서는 문화 차이가 더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상당수가 동남아시아 출신이기 때문에, 언어뿐 아니라 종교, 식습관, 생활 방식 등에서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이러한 차이는 고용주와 근로자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대만은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는 상주형 근무 형태가 많기 때문에, 일과 개인 생활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근로자는 휴식을 필요로 하지만, 고용주는 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결국 갈등으로 이어지고, 심한 경우 노동권 침해 문제로까지 연결된다(Wang & Liu, 2024; Yen, 2025).
독일에서도 문화 차이는 중요한 문제로 나타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특히 제3국 출신 인력은 조직 내에서 차별을 경험하거나 ‘외부인’으로 인 식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일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것을 넘어,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 전체를 어렵게 만든다(Ritter, 2024). 또한 문화적 배경의 차이는 돌봄 방식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노인을 대하는 태도, 개인 공간에 대한 생각, 가족이 돌봄에 참여하는 정도 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갈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Evans-Borchers et al., 2024).
이처럼 문화 차이는 단순히 개인 간의 오해나 갈등으로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제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 그리고 사회가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라면, 제도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고 이는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문화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개인 수준이 아니라 사회 전체 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한국형 제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다문화 이해를 포함한 교육과 지원 체계를 제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의 대 상은 외국인 근로자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과 가족, 그리고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종사자들도 함께 교육을 받아야한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이 있어야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호 이해는 단순히 갈등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돌봄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최새은·장주영, 2025).
또한 문화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다. 처음 입국했을 때의 적응 과 정뿐 아니라, 일정 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상담과 교육,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문화 적응 프로그램이나 지역사회 모임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이러한 지원이 부족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는 고립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다시 이직이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사회 차원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자체나 지역 기관이 중심이 되어 외국인 근로자의 생활을 지원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역 기반 지원은 중앙정부의 정책을 실제 생활 속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중요한 연결 고리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문화 차이는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이를 단순히 개인의 적응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함께 고려해야 할 구조적 요소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때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단순히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안정적인 정착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돌봄 체계 전체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확보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