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빈자리, 누가 채울 것인가 033. 정책 설계와 현장 실행의 연계: 제도 효과성 확보의 핵심 조건

제5장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3. 지속 가능한 돌봄을 위한 조건

1) 정책 설계와 현장 실행의 연계: 제도 효과성 확보의 핵심 조건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이 책이나 계획에만 머 무르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장에서 쓰기 어렵거나 현실과 맞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는 인력 확보, 노동권 보호, 서비스 질 유지 등 여러 요소가 동시에 맞물려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과 현장이 따로 움직일 경우 제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돌봄은 다른 정책 영역보다도 현장 의존도가 높은 분야다. 이용자의 상태, 가족의 상황, 지역별 서비스 여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책이 실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곧바로 문제로 드러난다. 따라서 정책을 설계할 때부터 “현장에서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함께 고려해야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이러한 점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국가가 중심이 되어 자격과 교육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방식은 서비스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언어 장벽과 낮은 국가시험 합격률 때문에 외국인 인력이 충분히 정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즉 정책은 ‘높은 전문성’을 목표로 설계되었지만, 현장에서는 ‘사람이 부족하다’ 는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廣橋雅子, 2024; 畠中香織 et al., 2024).

대만은 반대로 현장의 수요를 우선적으로 반영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외국인 인력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그 결과 단기간에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권 보호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서비스 질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났다. 특히 가족 중심 고용과 민간 중개업체 의존 구조는 정책의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현장에서 다양한 갈등을 낳는 원인이 되었다(Wang & Liu, 2024; Yen, 2025).

독일은 비교적 균형 잡힌 제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한 사례다. 장기요양보험과 자격 인정 제도를 통해 공식적인 돌봄체계를 잘 갖추었지만, 실제 가정 내 돌봄에서는 비공식 고용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는 제도만으로는 모든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결국 현실에서 다른 방식이 함께 작동하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Evans-Borchers et al., 2024).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정책과 현장이 따로 움직일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일본은 ‘전문성은 높지만 사람이 부족한 상황’, 대만은 ‘사람은 있지만 질과 권리가 불안정한 상황’, 독일은 ‘제도는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방식이 병행되는 상황’이다. 결국 정책이 한쪽에 치우치면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되는 구조다.

따라서 한국형 돌봄체계를 설계할 때는 처음부터 현장의 조건을 충분히 반영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외국인 인력을 얼마나 도입할 것인지가 아니라, 그 인력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게 되는지, 실제 근무 조건은 어떤지, 이용자와 가족의 요구는 무엇인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지역마다 돌봄 수요와 인력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정책 보다는 유연한 설계가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정책 설계–교육–현장 배치–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입국 전에는 기본 교육과 준비를 하고, 입국 후에는 현장 적응을 돕는 교육을 제공하며, 일정 기간 이후에는 추가 교육과 경력 개발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러한 단계형 구조는 외국인 근로자가 단순히 ‘일하러 오는 사람’ 이 아니라 ‘현장에 정착하는 인력’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정책과 현장을 연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장치는 ‘피드백 체계’다.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종사자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이용자들은 서비스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실태 조사, 현장 의견 수렴, 이용자 만족도 조사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렇게 모인 정보는 다시 정책 개선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처럼 정책이 한 번 만들어 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수정되고 보완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실제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외국인 근로자, 기관 종사자, 이용자와 가족의 경험은 정책 설계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은 현실과 어긋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책 결정 과정에 현장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정책 설계와 현장 실행의 연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다. 제도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장의 요구만 반영하고 제도적 기준이 부족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두 요소를 균형 있게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연계가 잘 이루어질 때, 돌봄체계는 단기적인 인력 문제를 넘어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또한 서비스의 질과 노동자의 권리를 동시에 지키는 기반도 마련될 수 있다. 결국 정책과 현장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때,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돌봄의 빈자리, 누가 채울 것인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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