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의견이 다를 때 말이 더 중요하다
6. 좋은 대안은 어느 한쪽의 양보만 요구하지 않는다
의견이 충돌하면 흔히 중간에서 절반씩 양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반으로 나눈다고 좋은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절충하면 양쪽 모두에게 나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좋은 대안은 어느 한쪽에게 무조건 포기를 요구하기보다 서로가 중요하게 보는 조건을 가능한 범위에서 함께 반영한다.
시스템 시행 시기를 놓고 한쪽은 다음 주, 다른 쪽은 한 달 뒤를 주장한다고 해보자. 단순한 절충이라면 2주 뒤 시행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이 교육 완료와 보안 오류 해결이라면 날짜의 중간값에는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시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대안을 만들 수 있다.
오류가 해결된 기능은 예정대로 시행하고 개인정보 관련 기능은 추가 검증 후 적용합니다. 또는 두 부서에서 시범운영을 연장하면서 나머지 부서는 교육을 먼저 진행하고, 오류율이 기준 이하로 확인되면 전체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대안은 시행 속도를 중요하게 보는 쪽과 안정성을 중요하게 보는 쪽의 조건을 함께 반영한다. 어느 한쪽이 전부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대안을 만들려면 먼저 고정된 조건과 조정 가능한 조건을 구분하는 것이 좋다. 법이나 안전, 개인정보 보호처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조건은 협상의 대상이 아닐 수 있다. 반면 시행 지역, 일정, 적용 범위, 인력 배치 방식은 조정할 수 있다. 이 구분이 없으면 중요한 원칙까지 양보하거나 반대로 모든 조건을 고정된 것으로 생각해 대안을 찾지 못할 수 있다.
대안은 가능하면 두 가지 이상 만들어 비교하는 편이 좋다. 처음 떠오른 해결책만 가지고 찬반을 반복하면 결국 같은 논의가 계속 된다. 예를 들어 업무량 증가 문제라면 신규 채용만 생각하지 말고 인력 재배치, 절차 단순화, 반복 문의 자동안내, 업무 우선순위 조정 등 현실적인 선택지를 함께 볼 수 있다. 비교할 때는 같은 기준을 사용해야 한다. 비용은 첫 번째 대안에서만 보고 두 번째 대안은 편의성만 본다면 공정하게 비교하기 어렵다. 실행기간, 비용, 업무 영향, 위험, 예상 효과처럼 현재 결정에 중요한 기준을 정해 각 대안을 같은 기준으로 살펴본다.
대안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실제 조직에서는 모든 사람이 100퍼센트 만족하는 선택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각자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조건이 반영되고 결정 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가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실행 가능한 합의가 완벽하지만 실행되지 않는 대안보다 낫다. 좋은 의견 조정은 누가 이기고 누가 양보했는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아니다. 서로 다른 조건을 확인하고, 같은 기준으로 선택지를 비교하여 다음 행동을 정하는 과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