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돌봄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3. 외국인 돌봄인력이 주목받는 이유
1) 정부 정책의 변화
돌봄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 역시 점차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과 내국인 인력 확충에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접근만으로는 증가하는 돌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외국인 인력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적극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단순한 선택의 결과라기보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장기 요양서비스에 대한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 수는 향후에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필요한 요양보호사 수요 또한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반면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있어,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인력 기반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즉, 돌봄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감소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동시에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단순한 인력 부족 문제를 넘어, 서비스의 질 저하와 접근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제기된다(이희승 외, 2023).
이와 같은 구조적 한계 속에서 정부는 외국인 돌봄인력 도입을 주요한 대응 방안으로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보건복지부는 장기요양위원회를 통해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과 더불어 외국인 인력 활용 방안을 포함한 종합적인 인력 확보 정책을 제시하였다. 이는 기존처럼 내국인 인력 확 충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다층적인 인력 공급 전략을 모 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보건복지부, 2023).
특히 2024년 발표된 「요양보호 분야 전문 외국인근로자 활용 확대 계획」은 외국인 인력 도입을 구체화한 정책으로 주목된다. 해당 계획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국내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하였다. 이어 2025년에는 전국 24개 대 학을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으로 지정하여, 유학생 유치부터 교육, 자격 취득, 취업 연계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하였다(법무부·보건복지부, 2025).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인력 보충을 넘어, 일정 수준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장기적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국내 상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제적 흐름 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미 일본, 대만,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는 외국인 돌봄인력 제도를 도입하여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해 왔다. 일본은 국가 주도의 교육 및 자격 관리 체계를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대만은 비교적 유연한 시장 중심 구조를 기반으로 신속한 인력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한편 독일은 제도적 관리와 시장 메커니즘을 병행하는 혼합형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외국인 돌봄인력 활 용이 특정 국가의 선택이 아니라,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보편적인 대응 전략임을 보여준다(남우근, 2024; 최영미, 2024).
또한 외국인 인력 도입은 단순히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차원을 넘어, 돌봄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돌봄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교육과 훈련을 받은 인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인력 양성 구조가 필요하다. 정부가 유학생 중심의 교육-취업 연계 체계를 구축한 것도 이러한 필요성에 기반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인력 유입이 아니라, 국내 교육 과정을 통해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고 장기적으로 정착을 유도하려는 정책적 방향성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최근의 정책 변화는 단기적인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대응을 넘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외국인 돌봄인력의 도입은 더 이상 보조적 수단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향후 돌봄 체계의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내국인 인력과 외국인 인력이 상호 보완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균형 있는 구조를 설계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