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빈자리, 누가 채울 것인가 006. 현장에서 느끼는 필요성

제1장 돌봄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3. 외국인 돌봄인력이 주목받는 이유

2) 현장에서 느끼는 필요성

외국인 돌봄인력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정책적 논의와는 별개로, 실제 돌봄 현장에서 인력 부족 문제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인력 공백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업무 불편을 넘어 돌봄 서비스의 질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기관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서비스 제공을 축소하 거나 신규 이용자의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며, 기존 종사자들은 부족한 인력을 대신해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이와 같은 인력 부족 문제는 재가서비스와 시설서비스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가서비스의 경우 종사자가 여러 가정을 이동하며 근무해야 하고, 이용자별로 근무시간이 분절되거나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노동 강도가 높다. 이러한 근무 형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결국 종사자의 장기 근속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신규 인력 유입이 이루어지더라도 일정 기간 이후 이탈하는 현상이 반복되며,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된다.

시설서비스 또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교대근무가 일반화되어 있는 구조 속에서 인력 부족이 발생하면, 한 명의 종사자가 담당해야 하는 이용자 수가 증가하게 된다. 이는 곧 업무 부담의 증가로 이어지고, 신체적·정서적 피로를 누적시키는 원인이 된다. 특히 돌봄 노동은 단순한 육체 노동을 넘어 정서적 노동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담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높은 업무 강도와 열악한 근무 환경은 이직과 퇴사를 유발하며, 다시 인력 부족을 심화시키는 악 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인원은 약 287만 명에 이르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력은 약 65만 명으로 전체의 22.9% 수준에 불과하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24). 이는 단순히 인력의 절대적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미 확보된 인력 조차 현장에 머무르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문제의 핵심은 인력 공급 자체보다는 근무 조건과 노동 환경의 문제에 보다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인력 부족 문제는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당사자와 가족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돌봄 인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가족이 직접 돌봄을 담당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경제활동의 축소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동시에 돌봄 부담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도 크게 증가한다. 특히 치매나 중증 질환을 가진 노인의 경우 장시간의 지속적인 돌봄이 요구되기 때문에 가족의 부담은 더욱 심화된다. 결과적으로 인력 부족 문제는 개별 기관이나 종사자의 문제를 넘어, 가정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로 확장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외국인 돌봄인력은 단순히 부족한 자리를 채우는 보조적 인력이 아니라, 현재의 돌봄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해외 사례에서도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가족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고,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돌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 인력이 투입됨으로써 서비스 제공의 안정성이 확보되고, 가족의 돌봄 부담이 일정 부분 감소하는 효 과가 나타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은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한다(김유휘, 2020).

또한 현장에서 외국인 인력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속도’의 문제이다. 내국인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에는 교육, 훈련, 자격 취득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외국인 인력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경우 비교적 단기간 내에 현장에 투입될 수 있어, 급격히 증가하는 돌봄 수요에 대응하는 데 유연성을 제공한다. 특히 단기간 내 인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신속성이 중요한 정책적 변수로 작용한다.

그러나 외국인 돌봄인력 도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새로운 정책적 과제를 동반할 가능성도 크다. 대표적으로 노동권 보호 문제, 서비스 질 관리 문제, 그리고 언어 및 문화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와 갈등 등이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해외 여러 국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바 있으며, 단순히 인력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특히 외국인 돌봄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사회적 적응을 위한 지원 체계는 제도 설계 과정에서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 할 핵심 요소로 강조된다(남우근, 2024; 최영미, 2024).

결과적으로 현장에서 제기되는 필요성은 단순한 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돌봄 체계가구조적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인력 부족이 반복되고 기존 인력의 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외국인 돌봄인력은 선택적 대안이 아니라, 일정 부분 불가피한 대응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중요한 과제는 외국인 인력의 도입 여부 자체가 아니라,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있다. 돌봄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하는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때, 외국인 돌봄인력은 돌봄 공백을 완화하고 보다 안정적인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돌봄의 빈자리, 누가 채울 것인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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