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해외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3. 독일 – 제도와 시장이 공존하는 구조
1) 장기요양보험 기반
독일은 유럽 국가들 가운데서도 비교적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된 나라중 하나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찍부터 제도적인 돌봄 체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1995년 「사회법전(SGB XI)」을 바탕으로 장기요양보험 (Pflegeversicherung)을 도입하면서, 국가가 중심이 되어 돌봄을 지원하는 공적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이는 돌봄을 개인이나 가족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할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돌봄 서비스 이용자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1995년 약 106만 명이었던 장기요양 수급자는 2021년에는 약 461만 명으로 늘어났고, 2024년 말에는 약 564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BMG, 2025). 약 30년 사이에 수급자가 다섯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는 고령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돌봄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2017년에는 ‘돌봄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이전에는 주로 신체적인 기능 저하를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판단했다면, 이후에는 치매나 우울증과 같은 인지적·정 신적 상태까지 함께 고려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돌봄 지원 대상에 포함되었고, 제도의 적용 범위도 넓어지게 되었다(Destatis, 2024). 이는 돌봄의 개념이 단순한 신체 지원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은 삶의 지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독일의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돌봄을 사회적 위험으로 보고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국가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이 제도를 통해 시설 서비스뿐만 아니라 재가서비스까지 폭넓게 지원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전체 수급자의 약 85%가 재가급여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BMG, 2025). 이는 공공 제도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정 중심의 돌봄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국가가 제도를 통해 지원을 제공하지만 실제 돌봄은 가정과 지역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독일 역시 인력 부족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고령 인구가 계속 증가하면서 돌봄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할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간호·돌봄 분야 인력은 2019년 약 162만 명에서 2034년에는 약 148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Eppers, 2024). 이는 앞으로 돌봄 수요와 공급 사이의 격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은 외국인 돌봄인력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체계에 따라 회원국 간 노동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EU 국가 출신 노 동자들이 독일의 돌봄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Carstensen et al., 2024). 또한 독일 정부는 ‘Triple Win’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제 3국 출신 인력을 유치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Peppler, 2024). 이 프로그램은 독일의 인력 부족을 해소하는 동시에, 인력을 공급하는 국가에도 도움이 되는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외국인 인력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일정한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간호·돌봄 직종을 ‘규제 직종’으로 분류하여, 누구나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일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제3국 출신 인력의 경우 기존 자격이 독일 기준과 동일한 수준인지 확인하는 ‘자격 동등성 심사’를 거쳐야 하며,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경우 추가 교육이나 시험을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는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인력이 빠르게 유입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Böse & Atanassov, 2024; Rahn, 2024).
결과적으로 독일은 장기요양보험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공적 돌봄체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실제 인력 수급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적으로는 잘 정비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만큼의 인력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외국인 돌봄인력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제도와 시장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처럼 독일의 사례는 강력한 공적 제도가 있다고 해서 인력 문제까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제도와 인력, 그리고 시장의 역할이 균형을 이루어야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