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세 나라를 비교하면 보이는 것
1. 제도는 왜 서로 다르게 작동하는가
2) 역할 구조에 따른 제도 성과의 차이
국가·시장·가족 간 역할 배분의 차이는 단순히 제도의 형태를 다르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어떤 성과가 나타나고 어떤 한계가 드러 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돌봄을 누가 얼마나 책임지는지에 따라 제도의 방향뿐 아니라 결과까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일본, 대만, 독일의 사례를 비교해 보면, 전문성 확보, 인력 확보, 노동권 보호, 사회통합과 같은 주요 목표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균형 또한 크게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일본은 국가 중심 구조를 통해 돌봄 서비스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일본은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국가 자격시험과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춘 인력만 현장에 투입되도록 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국가가 전 과정을 관리하기 때문에 제도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도 함께 확보된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동시에 인력 확보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높은 진입 장벽으로 인해 외국인 인력 유입이 제한되고, 그 결과 증가하는 돌봄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일본은 “질”을 높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양”을 확보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 중심의 엄격한 관리가 서비스의 수준을 유지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변화하는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대만은 인력 확보 측면에서 매우 높은 성과를 보인다. 낮은 진입장벽과 가정 중심의 고용 구조를 통해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빠르게 유입 시킬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단기간에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었다. 실제로 많은 가정이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여 돌봄 공백을 줄이고 있으며, 이는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노동권 보호와 서비스 질 관리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근무 조건이 불안정하고, 장시간 노동이나 낮은 임금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또한 민간 중개업체 중심의 구조 속에서 계약의 투명성이 부족하거나 착취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도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개별 사례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자체가 가진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대만은 “양”을 확보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질”과 “권리 보호”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은 이와 달리 국가, 시장, 가족이 함께 역할을 나누는 혼합형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이라는 공적 제도를 중심으로 돌봄 서비스의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고, 동시에 외국인 인력과 가정 내 고용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구조이다. 이러한 방식은 제도의 안정성과 현실적인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독일에서는 제도권과 비제도권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중 구조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비공식 고용과 노동권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즉, 공식 제도는 안정적으로 운영되지만, 그 바깥에서는 충분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는 영역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유연성을 높이는 대신, 관리의 어려움과 불균형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세 나라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핵심은,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가 단순히 인력을 확보하는 정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제도는 국가·시장·가족 간 역할이 어떻게 나누어지는지에 따라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결정되는 구조적인 제도이다. 국가의 역할이 강해질수록 전문성과 안정성은 높아지지만 유연성이 떨어지고, 시장과 가족의 역할이 커질수록 인력 확보는 쉬워지지만 노동권 보호와 제도적 통제는 약해질 수 있다.
독일과 같은 혼합형 모델은 이러한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려는 시도이지만, 실제로는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보다는 두 가지 문제를 함께 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어떤 방식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기보 다는, 각 사회의 상황에 맞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제도가 서로 다르게 작동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한 정책 설계의 차이가 아니라, 각 사회가 돌봄 책임을 어떻게 나누고자 하는지에 대한 선택의 차이에 있다. 이는 앞으로 한국형 돌봄 제도를 설계할 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정 국가의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국가·시장·가족이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균형 있게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