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1. 한국형 돌봄 모델의 방향
1) 왜 ‘혼합모형’이 필요한가: 구조적 한계에 대한 대응
한국 사회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돌봄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5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섰고, 앞으로는 이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통계청, 2025). 이는 단순히 노인의 수가 늘어난다는 의미를 넘어, 돌봄이 필요한 사람 자체가 계속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장기요양 서비스와 일상생활 지원, 의료와 돌봄을 함께 필요로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인력 부족 문제로만 볼 수 없다. 돌봄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누가 책임질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까지 포함한 ‘돌봄 체계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수준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김동건, 2024). 즉, 지금의 문제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단순한 상황이 아니라, 현재의 구조로는 앞으로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비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자격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이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근무 환경, 높은 노동 강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24). 결국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단순히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돌봄이 필요한 인구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노동시장 자체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돌봄 인력 부족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현재의 정책만으로는 이러한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희승 외, 2023).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고려할 때,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의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대응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이미 많은 국가들이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여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도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다른 나라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일본, 대만, 독일의 사례를 보면 각각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뚜렷한 한계도 존재한다. 일본은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인력 유입이 제한되었고, 대만은 인력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노동권 문제와 사회적 갈등이 나타났다. 독일은 제도적 안정성을 갖추었지만 비공식 고용이 함께 존재하는 이중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하나의 모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은 특정 국가의 방식을 그대로 선택하기보다는, 여러 모델의 장점을 결합하고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제시되는 것이 바로 ‘혼합모형’이다.
혼합모형은 단순히 여러 요소를 섞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책 목표를 균형 있게 맞추기 위한 구조적인 접근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자격 중심 제도를 참고하여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하면서도, 대만처럼 인력 유입이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유연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독일처럼 공적 제도를 기반으로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수요를 반영할 수 있는 운영 방식을 함께 설계할 수 있다(양혜정·박시현, 2025).
이처럼 혼합모형은 “질을 높일 것인가, 양을 확보할 것인가”와 같은 선택의 문제를 넘어, 두 가지를 어떻게 함께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동시에 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사회적 통합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혼합모형이 필요한 이유는 특정 정책을 선택해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처한 구조적 상황 때문이다. 초고령사회라는 변화 속에서 돌봄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노동시장은 축소되며, 사회적 갈등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조건 속에서는 하나의 방식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는 단순히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앞으로의 돌봄 체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와 연결된 핵심적인 요소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형 돌봄 모델은 다양한 요소를 균형 있게 조정하는 방향, 즉 혼합모형을 중심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