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빈자리, 누가 채울 것인가 028. 의사소통 문제: 돌봄 서비스 질과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

제5장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1. 실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1) 의사소통 문제: 돌봄 서비스 질과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문제는 ‘의사소통’이다. 돌봄은 단순히 몸을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말과 소통의 역할이 매우 크다. 대상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불편함을 듣고, 때로는 감정을 공감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 능력은 곧 서비스의 질과 연결된다. 특히 노인 돌봄에서는 인지 기능 저하나 청각 문제, 불안감 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의사소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먼저 일본의 사례를 보면, 의사소통 문제는 단순히 언어 능력 부족이 아니라 제도와 연결된 문제로 나타난다. 일본은 외국인 돌봄근로자에게 일본어능력시험(JLPT)과 국가시험을 요구하는 비교적 엄격한 기준을 적 용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충분한 언어 능력을 갖춘 인력이 들어오는 구조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이 발생한다. 그 이유는 시험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현장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돌봄 현장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일상적인 대화뿐 아니라 의료·복지 용 어가 함께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병명이나 증상, 약 복용 방법 등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표현은 단순히 시험 공부로 익히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험을 통과한 이후에도 현장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국가시험 합격률 저하나 장기 근속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제도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畠中香織 et al., 2024; Yamauchi & Tamai, 2023).

대만의 경우는 일본과 반대로, 언어 기준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제도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 문제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주로 가정에서 1:1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어가 통하지 않을 경우 갈등이 바로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고용주들은 외국인 근로자와의 의사소통 어려움을 가장 큰 문제로 느끼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돌봄의 질뿐 아니라 관계 문제로도 이어진다(Wang & Liu, 2024).

특히 치매 환자와 같이 의사 표현이 어려운 대상자를 돌볼 경우에는 단순한 언어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표정, 몸짓, 말투와 같은 비언 어적 요소까지 함께 이해하고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은 훨씬 복잡한 과정이 된다. 이러한 점은 돌봄 노동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관계 중심의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독일에서도 의사소통 문제는 중요한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독일은 자격 인정 과정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언어 능력을 요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한다. 특히 전문 용어와 행정 절차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며, 이는 현장 적응을 늦추는 요인이 된다(Rahn, 2024). 또한 언어 능력이 부족할 경우 동료와의 협업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조직 내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의사소통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언어 능력 부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제도가 어떤 기준을 요구하고, 어떤 교육을 제공하는지에 따라 문제의 양상이 달라진다. 언어 기준을 너무 높이면 인력 유입이 어려워지고, 너무 낮추면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균형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형 제도에서는 단순히 언어 시험 점수를 기준으로 판단하 기보다, 실제 업무에서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을 중심으로 교육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돌봄 상황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 대상자의 상태를 묻고 이해하는 방법, 응급 상황에서 필요한 기본 표현 등을 중심으로 교육을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입국 전 기초 교육, 입국 초기 집중 교육, 그리고 현장 실습과 연결된 교육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양혜정·박시현, 2025).

더 나아가 의사소통은 단순히 말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는 태도와도 연결된다. 돌봄 현장에서는 대상자의 감정을 읽고, 불안을 줄이며,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노인들이 사용하는 표현 방식이나 생활 습관을 이해하는 것은 의사소통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결국 의사소통 문제는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언어 능력을 높이는 것을 넘어, 직무 중심 교육, 문화 이해, 현장 적응 지원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조건이 갖추어질 때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대상자와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돌봄 서비스의 질과 안전성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의사소통 문제는 제도의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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