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빈자리, 어떻게 채울 것인가 001. 초고령사회와 돌봄 수요의 확대

제1장 돌봄 위기는 왜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필요로 하는가

1. 초고령사회와 돌봄 수요의 확대

한국 사회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인구구조의 전환기에 놓여 있다. 이 변화는 단순히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고령화는 노동시장, 가족구조, 복지제도, 지역사회, 장기요양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화이다. 한국은 2024년 말 이미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50 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통계청, 2025). 이는 한국 사회가 돌봄 수요의 급격한 확대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고령화가 가장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영역은 돌봄이다. 고령인구가 증가 할 수록 만성질환, 치매, 신체기능 저하, 인지기능 저하를 경험하는 인구도 함께 증가한다. 이에 따라 방문요양, 시설요양, 주야간보호, 방문간호, 재가 돌봄 등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후기고령층의 증가는 돌봄의 강도와 지속기간을 동시에 높인다. 이제 돌봄은 일부 가족이 개별적으로 감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다수 시민이 생애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보편적 사회문제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돌봄이 가족 내부의 사적 책임을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대응해야 하는 공적 과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역할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이후 장기요양 인정자 수와 서비스 이용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4 년 말 기준 장기요양보험 인정자는 1,165,030명으로 나타났으며, 장기요양기관은 총 29,058개소로 집계되었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25). 이 가운데 재가 장기요양기관은 22,735개소로, 노인요양시설 등 입소 중심의 시설급여기관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장기요양기관에 신고된 요양보호사 인력은 636,900명이며, 재가 영역 종사자는 542,356명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한국의 장기요양체계가 이미 재가서비스 중심 구조 속에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가서비스 중심의 장기요양체계에서는 현장 돌봄 인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시설 중심 돌봄과 달리 재가서비스는 이용자의 생활공간 안에서 이루어진다. 요양보호사는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이용자의 신체 상태, 정서 상태, 가족관계, 생활환경을 종합적으로 살피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돌봄의 질은 제도의 설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 서비스를 수행하는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필요한 교육과 지원을 받을 때 비로소 제도는 작동할 수 있다.

오늘날 돌봄의 내용도 과거보다 훨씬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돌봄은 식사 보조, 이동 지원, 위생 관리와 같은 일상생활 지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치매 증상에 대한 대응, 복약 확인, 낙상 예방, 응급상황 대처, 정서적 지지, 가족과의 의사소통, 의료·복지서비스 연계까지 포함한다. 특히 재가서비스 현장에서 요양보호사는 이용자의 상태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인력이다. 이러한 점에서 돌봄노동은 단순 보조노동이 아니라 숙련, 판단, 의사소통, 관계 형성 능력을 요구하는 전문적 관 계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지역사회 중심 통합돌봄체계의 확대도 돌봄 인력의 중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은 2026년 3월 27일부터 시행되며, 노인이 시설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지역사회 안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연계하여 제공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돌봄정책이 시설 보호 중심에서 지역사회 생활 지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역사회 돌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방문요양,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재가복지서비스를 실제로 수행할 인력이 필요하다. 결국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성패 역시 현장 돌봄 인력의 확보와 유지에 달려 있다.

문제는 돌봄 수요의 증가 속도를 현재의 인력 기반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보호사 수급이 2026년부터 부족 국면에 들어서고, 2028년에는 약 11만 명 이상의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이희승 등, 2023). 특히 부족 규모는 재가서비스 영역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히 요양보호사 숫자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아니다. 돌봄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돌봄노동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노동조건과 사회적 보상체계는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돌봄노동자는 오랫동안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높은 노동강도, 감정노동, 낮은 사회적 인정 속에서 일해 왔다. 돌봄노동은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노동이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충분한 보상과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해 왔다. 따라서 현재의 돌봄 위기는 고령화만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돌봄노동을 오랫동안 가족의 책임이나 저임금 서비스노동으로 간주해 온 사회구조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돌봄인력 부족은 단순한 노동시장 문제가 아니라 돌봄의 가치와 책임을 사회가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가족구조의 변화 역시 돌봄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가족 규모는 축소되고 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확대되고 있다. 1인 가구와 노인 단독가구도 증가하면서 가족 내부에서 돌봄을 전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 특히 여성 가족구성원이 노인 돌봄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 왔지만, 이러한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돌봄의 책임은 가족 내부에서 사회 전체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돌봄의 사회화를 요구한다. 돌봄의 사회화란 가족 중심 돌봄을 국가, 지역사회, 공공제도, 전문 인력이 함께 책임지는 사회적 돌봄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Anttonen & Sipilä, 1996; Daly & Lewis, 2000).

그러나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서 돌봄이 자동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요양보험제도와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가 확대되더라도, 그 제도를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현장의 돌봄 인력이다. 인력이 부족하면 한 명의 노동자가 감당해야 할 업무량은 증가하고, 서비스 제공 시간은 압박을 받으며, 이용자와의 관계 형성과 안전관리, 정서적 지원은 약화될 수 있다. 이는 곧 서비스 질과 이용자 안전의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돌봄인력 부족은 단순히 기관 운영의 어려움이 아니라 이용자의 삶의 질과 돌봄체계의 신뢰를 위협하는 문제이다.

돌봄 수요의 증가는 재정 문제와도 연결된다.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보험급여 지출, 인건비, 교육비, 서비스 질 관리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특히 돌봄노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정 임금, 안정적 고용, 교육훈련, 현장지원, 권리보장 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모두 비용을 수반한다. 따라서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정책은 “누가 돌볼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동시에 제기한다. 돌봄 인력 확보와 장기요양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분리해서 다룰 수 없는 과제이다.

국제사회 역시 유사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는 고령화, 장기요양 수요 증가, 돌봄 인력 부족,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이 결합하면서 장기요양체계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정책 과제가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OECD, 2023a; UN DESA, 2023). 한국의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도 이러한 구조적 압력 속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확대와 전문 외국인 근로자 활용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기존의 인력 공급 방식만으로는 증가하는 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정책적 판단을 반영한다(법무부·보건복지부, 2024; 2025).

다만 돌봄 위기가 곧바로 외국인 인력을 빠르게, 낮은 비용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초고령사회가 외국인 돌봄근로자 논의를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인력의 양적 확보만이 아니다. 어떠한 노동조건과 교육체계, 권리보장 장치, 서비스 질 관리 기준 속에서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한국의 돌봄체계에 참여할 것인가가 더 핵심적인 문제이다. 결국 초고령사회 속 돌봄정책은 인력 확보, 노동권, 서비스 질, 이용자의 존엄, 가족의 신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본 논의가 외국인 돌봄근로자 도입 여부보다 제도화의 조건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돌봄의 빈자리, 어떻게 채울 것인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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