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이 선명해진다
4. 상황에 따라 결론의 모습은 달라진다
모든 결론을 같은 형태로 만들 필요는 없다. 결론은 언제나 “저는 ~라고 생각합니다.”로 시작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을 말하려는지에 따라 첫 문장의 모습은 달라진다. 상태를 알려야 할 때는 상태가 결론이 되고, 여러 대안을 비교해야 할 때는 선택이 결론이 되며, 상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요청이 결론이 된다. 중요한 것은 결론의 형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대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현재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면 상태가 중심이 된다. “프로젝트는 전체 일정의 약 80퍼센트까지 진행됐으며 외부 검토만 남아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시스템 오류보다 상담 요청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어 대기시간이 늘어난 것입니다.”라고 우선순위를 보여줄 수 있다.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신규 인력을 바로 채용하기보다 기존 인력의 시간대별 재배치를 우선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라고 선택 결과를 먼저 제시할 수 있다.
승인이나 지원을 받아야 한다면 요청을 숨기지 않는 것이 좋다. “현재 인력이 부족해 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라고만 말하면 단순한 현황 보고인지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현재 인력으로는 최종 검토가 이틀 늦어질 가능성이 있어 이번 주에 검토 인력 한 명의 지원이 필요합니다.”라고 해야 상대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요청을 직접 말하지 않고 상황만 길게 설명한 뒤 상대가 알아서 필요한 조치를 제안해주 기를 기대하면 의사소통이 불필요하게 길어진다.
면접에서 경험을 이야기할 때는 자신이 보여주려는 행동이나 역량이 첫 문장에 드러나는 것이 좋다. “대학교 때 행사를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라고 시작하면 경험의 존재만 알 수 있다. “참여율이 낮았던 행사에서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프로그램과 홍보 방식을 바꿔 목표 인원을 달성한 경험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어떤 행동과 결과를 보여줄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이후 당시 상황, 자신의 역할과 구체적인 행동을 설명하면 된다.
회의에서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말할 때도 결론의 모양은 달라진다. 단순히 “찬성합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실제 논의에서는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 편의를 높인다는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현재 안을 바로 전면 시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면 동의하는 부분과 다른 부분이 동시에 드러난다. 그다음 개인정보 처리 절차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설명하고 제한된 시범운영 같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결과와 대응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 좋다. “납품이 늦어집니다.”라고만 말하면 듣는 사람은 얼마나 늦어지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바로 알 수 없다. “납품이 이틀 늦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생산 순서를 조정하면 지연을 하루 정도로 줄일 수 있어 오늘 중 고객사와 변경 일정을 협의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문제의 크기와 대응 방향이 함께 보인다. 부정적인 내용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해결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사과에서는 책임과 조치가 결론이 될 수 있다. “자료 전달이 늦어진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수정된 자료는 오늘 오후 3시까지 전달하고 이후에는 중간 진행 상황을 먼저 안내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필요한 경우 지연의 배경을 설명한다. 사과 상황에서 배경을 먼저 말하면 원인을 설명하려는 의도와 달리 변명처럼 들릴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무엇이 첫 문장에 와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결국 결론의 형태는 몇 가지 공식으로 외우기보다 “지금 이 대화에서 상대가 무엇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결정하는 편이 낫다. 현재 상태인지, 문제인지, 자신의 판단인지, 선택 인지, 요청인지, 책임 인정인지가 정해지면 첫 문장은 훨씬 쉽게 만들어진다. 결론은 일정한 문장 형식이 아니라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을 앞에 놓는 원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