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잘 듣는 사람이 핵심을 더 빨리 잡는다
7. 듣기의 마지막은 기록과 행동이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기억하기 어렵다. 회의에서 여러 사람이 의견을 내고 숫자와 일정이 계속 나오면 처음에 들었던 내용을 잊을 수 있다. 기억에만 의존하면 자신에게 인상적인 내용은 남고 중요한 세부사항은 빠질 수도 있다. 특히 날짜, 금액, 책임자, 결정 조건처럼 정확성이 필요한 내용은 짧게 기록하는 편이 좋다.
그렇다고 상대가 말하는 모든 문장을 받아 적을 필요는 없다. 기록에 집중하다 보면 표정이나 말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듣기 위한 메모는 회의록처럼 완전한 문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핵심 문제, 이유, 중요한 수치, 결정사항, 다음 행동 정도를 남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메모 자체가 아니라 이후에 정확한 판단과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의 중 다음 내용이 나왔다고 해보자. 신청 증가, 오후 시간대 집중, 대기시간 증가, 인력 재배치 가능성, 다음 주 재검토가 함께 논의되었다. 이를 문장 전체로 적기보다 ‘신청 증가→ 오후 집중 → 대기시간 증가 / 오후 1명 재배치 / 2주 뒤 확인’ 정도로 기록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회의가 끝날 때 핵심을 다시 정리하기 쉽다.
듣기의 마지막은 상대의 말을 이해했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말을 바탕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연결되어야 한다. 고객에게 추가서류를 안내하기로 했다면 언제까지 안내할지를 정해야 하고, 회의에서 시스템 오류를 확인하기로 했다면 누가 언제까지 확인할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면접에서는 질문을 정확히 이해했다면 그 질문에 맞는 답을 해야 한다.
“잘 들었습니다.”라는 말만으로 좋은 듣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원하는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도 아무런 행동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의사소통은 끝난 것이 아니다. 반대로 상대의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경우에는 가능한 범위와 어려운 범위를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당일 처리를 요구하지만 규정상 불가능하다면 “오늘 처리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맞춰줄 수는 없다. “오늘 바로 완료할 수는 없지만 누락 서류는 오늘 안에 확인하고 내일 오전까지 예상 처리일을 안내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상대의 요구를 이해하는 것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회의에서도 모든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잘 듣는 것은 아니다. 여러 의견을 들은 뒤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지 설명하고 다음 행동을 정하면 된다. 듣기는 상대의 말을 받아 적는 단계가 아니라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한 뒤 판단과 행동으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결국 잘 듣는 사람은 상대의 말을 가장 많이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고, 긴 말에서 중심 문제와 요구를 찾아내며, 필요한 부분을 질문하고, 이해한 내용을 확인한 뒤 다음 행동으로 이어가는 사람이다. 말하기의 구조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이라면 듣기의 구조는 상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적용해보기
연습 1. 긴 말에서 핵심 찾기
다음 말을 읽는다.
지난주에 신청서를 제출했고 정상적으로 접수됐다는 문자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담당자에게 전화했더니 추가서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처음 신청할 때는 그런 이야기를 못 들었고 홈페이지에서도 잘 찾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번 주 안에 결과가 필요한데 지금 다시 서류를 내면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겠고, 전화를 해도 연결이 잘 안 됩니다.
먼저 상대가 말한 사실을 정리한다. 신청서는 이미 제출되었고 추가서류가 필요하다는 안내를 뒤늦게 받았으며, 이번 주 안에 결과가 필요하다. 그다음 상대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추가로 제출해야 할 서류와 이번 주 안에 처리가 가능한지를 먼저 확인해달라는 요청입니다.
이후 부수적인 불만과 개선이 필요한 문제도 따로 표시해본다. 핵심 요구와 모든 문제를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 연습이다.
연습 2. 판단을 사실 확인 질문으로 바꾸기
다음과 같은 판단을 들었다고 생각해본다.
그 담당자는 너무 무책임합니다.
팀장이 제 의견을 무시합니다.
새 시스템 때문에 일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고객이 일부러 문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른 부서가 전혀 협조하지 않습니다.
각 문장에 바로 동의하거나 반박하지 말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으로 바꾸어본다. 예를 들어 “다른 부서가 전혀 협조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에는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 있다.
요청한 내용 가운데 어떤 것이 예정된 시점까지 처리되지 않았습니까?
팀장이 제 의견을 무시합니다.”에는 다음처럼 물을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의견을 충분히 말하지 못했다고 느끼셨습니까?
질문의 목적은 상대의 판단을 틀렸다고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과 해석을 나누어 실제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연습 3. 듣고 한 문장으로 되돌려주기
가족이나 동료의 말을 1분 정도 듣거나 인터뷰·회의 영상을 짧게 본 뒤 내용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 둘째, 그 문제가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셋째, 상대가 원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그다음 다음과 같은 형태로 한 문장을 만들어본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______ 때문에 ______한 상황이고,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______인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맞습니까?
문장을 그대로 외울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해석을 사실처럼 단정하지 않고 상대가 수정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상대가 “그 부분보다 이게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바로 그 수정 과정이 확인의 목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