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2.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방법
1) 인식 개선: 제도 수용성과 정책 지속가능성의 전제 조건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가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제도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즉 ‘사회적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돌봄은 개인의 생활과 매우 밀접한 영역이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식은 서비스 이용 여부와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 사회에 서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이나 거리감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이 제도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먼저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사회적 인식이 제도의 성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일정한 교육과 자격을 갖춘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차별이나 편견을 경험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직무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결국 이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를 ‘보조적인 인력’ 정도로만 보는 인식은 그들이 전 문직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며,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畠中香織 et al., 2024).
대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주로 가정에서 상주하며 일하기 때문에 고용주와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단순히 ‘저렴한 노동력’으로 보는 시각이 형성되기 쉽고, 이는 권력 관계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장시간 노동이나 휴식권 제한과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 간 갈등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기도 한다(Wang & Liu, 2024; Yen, 2025).
독일의 경우에도 외국인 돌봄근로자는 제도적으로 일정한 보호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 안에서 차별이나 배제를 경험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돌봄 노동은 감정적인 교류가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서비스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Ritter, 2024).
이러한 사례들은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가 단순한 인력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 깊이 연결된 정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아무리 제도가 잘 설계되어 있어도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장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결국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외국인 돌봄근로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이다. 단순히 ‘인력이 부족해서 데려오는 사람’이 아니라,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인력’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방식의 홍보와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돌봄 노동의 중요성과 외국인 근로자의 역할을 알리는 캠페인이나, 실제 현장의 사례를 소개하는 콘텐츠 등을 통해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
또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중요하다.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전에 간단한 교육이나 안내를 제공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식 개선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작업이 아니다. 일회성 홍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정책, 지역사회 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 교육을 통해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 수록 외국인 돌봄근로자에 대한 거부감은 줄어들고, 사회 전체의 수용성은 점점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인식 개선은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의 성공을 위한 ‘기초 조건’ 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가 이를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인식할 때, 제도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고 갈등도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현장에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를 추진할 때는 인력 수급이나 제도 설 계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을 함께 변화시키는 전략을 반드시 포함해야한다. 이러한 접근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돌봄 체계는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