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2. 인력 양성과 교육은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1) 자격과 언어 기준의 재설계: 진입장벽과 전문성의 균형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누구를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라는 기준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자격 기준과 언어 기준은 단순히 선발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돌봄 서비스의 질과 이용자의 안전, 그리고 외국인 인력이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돌봄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사람을 돌보는 일이다. 대상자의 건강 상태를 이해하고, 일상생활을 지원하며, 때로는 정서적인 관계까지 형성 해야 한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전문성과 의사소통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이 기준을 어디까지 요구할 것인지이다. 기준을 너무 높이면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너무 낮추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엄격하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이다.
일본의 경우는 전문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본은 외국인 돌봄근로자에게 일본어 능력과 국가자격시험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인력만을 선발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돌봄 서비스의 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에는 효과적이다. 국가가 기준을 명확히 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기준은 동시에 진입장벽이 된다. 외국인 인력 입장에서는 언어를 배우고 시험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실제로 시험 합격률도 높지 않다. 그 결과 일부 인력은 중도에 포기하거나,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귀국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만들고, 제도의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반대로 대만은 인력 확보를 우선시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별도의 자격 요건이나 언어 기준을 크게 두지 않고 외국인 인력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구조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단기간에 많은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접근은 돌봄 공백을 줄이는 데에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언어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돌봄을 수행하게 되면, 대상자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오해가 생기거나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돌봄은 작은 의사소통 오류도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언어 능력 부족은 현장에서 중요한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의사소통 문제는 서비스 만족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독일은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시도하는 방식이지만, 역시 한계를 보인다. 독일은 간호·돌봄 직종을 규제 직종으로 지정하고 자격 인정 절차를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격 동등성 심사와 추가 교육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 인력이 제도권에 들어오는데 어려움을 겪고, 일부는 비공식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한국은 어느 한쪽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중간 수준의 균형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일정 수준의 한국어 능력과 직무 자격은 요구하되, 그것이 지나치게 높은 장벽이 되어 인력 유입을 막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과 기초 교육을 중심으로 시작하고, 이후 근무 과정에서 추가 교육과 자격 취득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또한 언어 교육의 방향도 중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돌봄 현장에서는 병명이나 약 이름 같은 전문 용어뿐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와 감정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생활 언어와 문화적 표현까지 포함한 실용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은 외국인 근로자가 대상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결국 자격과 언어 기준은 “엄격하게 할 것인가, 완화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가지 목표를 어떻게 함께 달성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전문성을 확보하면서도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균형 잡힌 접근은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동시에 서비스의 질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 설계는 한국형 혼합모형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결국 자격과 언어 기준의 재설계는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