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빈자리, 누가 채울 것인가 024. 제도 설계 방향: 합법적·안정적 고용 질서 구축

제4장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3. 안정적인 고용 구조 만들기

2) 제도 설계 방향: 합법적·안정적 고용 질서 구축

안정적인 돌봄 인력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합법적이고 투명한 고용 구조”를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외국인 인력을 데려오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 인력이 어떤 과정을 통해 들어오고, 어떤 조건에서 일하며, 어떤 보호를 받는지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즉, 고용 과정 전체를 제도 안에서 관리하고 보호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시장·가족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먼저 국가의 역할은 고용 질서를 만드는 중심 축이라고 볼 수 있다.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지, 어떤 계약 조건으로 일해야 하는지, 임금과 근로시간은 어떻게 보장되는지 등을 국가가 명확하게 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표준근로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사 용하도록 하고, 임금과 근로시간 기준을 법적으로 정해두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독일의 돌봄 최저임금 제도처럼 노동 조건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방식과 유사하다(BMAS, 2024). 이러한 기준이 명확할 수록 불공 정한 계약이나 노동권 침해를 예방할 수 있고, 제도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또한 국가가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은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외국인 근로자가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근로 조건이 일정하게 보장 되면 이탈이 줄어들고, 이는 다시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둘째로 시장의 역할은 필요하지만, 일정한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 활 용되어야 한다. 민간 기관은 인력과 현장을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직자와 고용주를 연결하거나 교육을 지원하는 기능은 민간이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대만 사례에서 보았 듯이, 시장에만 맡길 경우 중개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아지거나 계약이 불투명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부 경우에는 착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민간의 참여는 국가의 관리 체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중개 과정에 대한 감독과 평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戴二彪, 2024).

셋째로 가족의 역할도 현실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가족이 돌봄을 직접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현재의 초고령사회에서는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외국인 돌봄근로자의 도입은 가족의 역할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부담을 나누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 즉 공공 서비스, 외국인 인력, 가족이 함께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방식은 가족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돌봄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김유휘, 2020).

또한 제도를 설계할 때는 비공식 고용을 예방하기 위한 관리·감독 체계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실제 현장에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비공식 고용은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복지부와 같은 기존 시스템과 연계하여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근로조건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행정 관리가 아니라, 서비스의 질과 노동자의 권리를 함께 지키기 위한 핵심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고용 구조는 단기적인 인력 충원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체류 안정성을 보장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구조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근무한 경우 체류 자격을 연장하거나, 추가 교육을 통해 더 높은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러한 경로가 마련되면 외국인 근로자는 단순히 일시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문 인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김태경, 2024).

결국 한국형 고용 구조는 네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첫째, 합법적인 고용 경로를 명확히 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둘째, 임금과 근로조건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것, 셋째, 민간 참여를 허용하되 그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하는 것, 넷째, 가족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돌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안정적인 고용 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일본의 안정성, 대만의 유연성, 독일의 제도적 경험을 함께 반영한 혼합모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현실적인 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고용 구조는 단순히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돌봄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기반이된다. 외국인 돌봄근로자 제도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합법성과 안정성을 중심에 두고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돌봄의 빈자리, 누가 채울 것인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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